5월 12일은 노래로 기억하는 날이다. 015B의 노래. 이날이 되면 꼭 들어줘야 하는 곡이다.
중학교 때 친구 따라 듣게 된 015B 2집으로 가요에 귀를 텄다. 진심 고맙다. 처음을 015B로 시작하게 해 줘서...
그 후로 이승환, 윤상, 무한궤도, 전람회 등을 거쳐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하게 됐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친구도 오늘은 어디선가 이 곡을 듣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사실 이 곡이 들어있는 3집보다는 처음 들었던 2집, '이젠 안녕'과 '텅 빈 거리에서' 가 들어있는 앨범이 좀 더 내 취향이긴 하다.
3집의 타이틀곡인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요즘도 유명한 곡이다. 작년 복면가왕 최장기 가왕이었던 '우리 동네 음악대장(국카스텐 하현우)'가 덤덤하게 부른 버전이 참 좋다.
오늘을 맞아 정말 오래된 뮤지션 '015B'가 <The Legacy> 란 타이틀로 '5월 12일'을 리메이크했다.
바로 어제.
1. 오래전에 어디서 본듯한 맑은 두 눈 가진 너를 처음 만난 건 오늘처럼 따스한 햇살 쏟아지는 화 사한 날이었어 그 시절엔 우린 몰랐었지 이렇게도 그리운 기억 가질 줄 지나버린 많은 시간 속에 가끔씩은 멍하니 추억에 젖지 지금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도 가슴 한편에 묻어둬야 해
2. 내 맘속에 자꾸 떠오르는 네 생각에 편안하진 않지만 먼 훗날에 얘기할 사랑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겠지 알고 있니 우리가 나눴던 추억 속에 가끔은 웃음 짓지만 따사로운 매년 이맘때쯤 서러움에 눈물도 흘린다는 걸 지금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도 가슴 한편에 묻어둬야 해 아물 수 없는 나의 상처에 덧없는 후회 해보지만 잊을 수 없는 너를 만난 그날은 나의 꿈속에 영원히 남아 있겠지
* 5월 12일은 지금은 한 사람의 아내가 되어 어디에선가 살고 있는 그녀를 처음 만난 날입니다.
진짜 가사 하고는...
처음 들었던 중학생 때는 상당히 감동적이었는데 이 나이 되어 다시 보니 이 무슨 어이없는 가사란 말인가.
(물론 이 노래를 만들 때의 정석원보다, 지금 내가 훨씬 더 나이 들었다. 흥분하지 말자.)
헤어졌으면 잘 살든가, 일기는 일기장에 쓰던가.
이렇게 미련이 묻어나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다니.
5집 '그녀의 딸은 세 살이에요' 도 같은 사람을 떠올리며 쓴 곡이라고 하는데... 내가 나이가 많이 들었는지 이것 역시 이불 킥 감이다.
5월 12일, 내 나이라면 한 번쯤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을 듯하다. 몇 년 후 5월 12일에 어디서 만나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