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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May 12. 2018

5월 12일, 당신의 기억은?

덤덤하게, 그러나 세련되게 다시 태어난 그 노래

5월 12일은 노래로 기억하는 날이다.
015B의 노래. 이날이 되면 꼭 들어줘야 하는 곡이다.


중학교 때 친구 따라 듣게 된 015B 2집으로 가요에 귀를 텄다. 진심 고맙다. 처음을 015B로 시작하게 해 줘서...

그 후로 이승환, 윤상, 무한궤도, 전람회 등을 거쳐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하게 됐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친구도 오늘은 어디선가 이 곡을 듣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사실 이 곡이 들어있는 3집보다는 처음 들었던 2집, '이젠 안녕'과 '텅 빈 거리에서' 가 들어있는 앨범이 좀 더 내 취향이긴 하다.


3집의 타이틀곡인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요즘도 유명한 곡이다. 작년 복면가왕 최장기 가왕이었던 '우리 동네 음악대장(국카스텐 하현우)'가 덤덤하게 부른 버전이 참 좋다.


오늘을 맞아 정말 오래된 뮤지션 '015B' <The Legacy> 란 타이틀로 '5월 12일'을 리메이크했다.

바로 어제.



1. 오래전에 어디서 본듯한 맑은 두 눈 가진 너를 처음 만난 건 오늘처럼 따스한 햇살 쏟아지는 화 사한 날이었어 그 시절엔 우린 몰랐었지 이렇게도 그리운 기억 가질 줄 지나버린 많은 시간 속에 가끔씩은 멍하니 추억에 젖지 지금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도 가슴 한편에 묻어둬야 해


2. 내 맘속에 자꾸 떠오르는 네 생각에 편안하진 않지만 먼 훗날에 얘기할 사랑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겠지 알고 있니 우리가 나눴던 추억 속에 가끔은 웃음 짓지만 따사로운 매년 이맘때쯤 서러움에 눈물도 흘린다는 걸 지금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도 가슴 한편에 묻어둬야 해 아물 수 없는 나의 상처에 덧없는 후회 해보지만 잊을 수 없는 너를 만난 그날은 나의 꿈속에 영원히 남아 있겠지

* 5월 12일은 지금은 한 사람의 아내가 되어 어디에선가 살고 있는 그녀를 처음 만난 날입니다.




진짜 가사 하고는...


처음 들었던 중학생 때는 상당히 감동적이었는데 이 나이 되어 다시 보니 이 무슨 어이없는 가사란 말인가.

(물론 이 노래를 만들 때의 정석원보다, 지금 내가 훨씬 더 나이 들었다. 흥분하지 말자.)


헤어졌으면 잘 살든가, 일기는 일기장에 쓰던가.

이렇게 미련이 묻어나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다니.


5집 '그녀의 딸은 세 살이에요' 도 같은 사람을 떠올리며 쓴 곡이라고 하는데... 내가 나이가 많이 들었는지 이것 역시 이불 킥 감이다.


5월 12일, 내 나이라면 한 번쯤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을 듯하다. 몇 년 후 5월 12일에 어디서 만나자는.

그만큼 5월 12일은 이 노래 때문에 확실히 각인돼있다.


https://youtu.be/JL6gwFA5HWo


조규찬과 함께한 '5월 12일' 리메이크라니.


20년 넘은 지금까지 기억할 만큼 감동적인 노래.

원곡자가 직접 리메이크한 곡은 무엇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일단 스트링으로 시작하는 전주는 015B가 지금 노래를 만든다면 충분히 나올만한 전주다. 원곡의 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풍성하게 시작했다.


이장우와 노래할 당시의 나이는 비슷하지만 미성이 아닌, 무심하게 부르는 박재정의 보컬도 맘에 든다. 박재정은 가사를 담백하게 전달한다. 매력 있는 목소리다.


풍성한 반주와 코러스로 가사에만 너무 집중하지 않게 한 것도 맘에 든다. 조규찬의 코러스라니 이 무슨 호사란 말인가!


어차피 우리는 이 가사를 다 알고 있다. 하나하나 곱씹으면 정말 이불 킥할만한 텍스트. 아름다운 노래로 남겨두고 싶다.


'5월 12일'이라는 노래가 그냥 좋았을 뿐, 헤어진 연인이 결혼했다는 스토리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중학생 마음에 들었던 노래.


015B가 시대를 앞서서 노래를 만들긴 했다.

원곡을 지금 들어도 꽤 좋다.




난 정석원이 015B 활동과, 이가희를 발굴한 것이 최고의 업적이라 생각한다.

어디선가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을 이가희. 그녀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JTBC 슈가맨에서 소환해주면 좋겠다. 본인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OST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http://m.music.naver.com/track/index.nhn?trackId=341337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리메이크 곡, '5월 12일'


아마 난 내년에도 원곡과 리메이크곡을 둘 다 듣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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