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 더 좋은 그 노래를 모아보자
정말 좋은 노래를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노래가 원곡자가 리메이크한 곡이라면?
세계 환경의 날(6/5)을 맞아(!) 원곡자가 재활용해서 좋았던, 혹은 원곡 이상이 된 노래 몇 곡을 들어봅시다.
1. 김동률 작사, 작곡 '그 노래'
존박이 2012년 앨범에서 부르고, 김동률이 2014년 6집 <동행>에서 재활용한 곡이다.
사실 이 곡 때문에 '노래도 재활용이 되나요?'라는 제목을 생각했다.
존박의 소울 가득한 목소리로 부른 것도 좋지만, 나원주의 피아노가 받쳐주는 김동률의 리메이크가 더 맘에 든다.
'그 노래'는 앨범에서도 좋았지만, 특히 2015년 「THE CONCERT」에서 김동률이 목소리만으로 불렀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무반주로, 그의 목소리만으로 공연장이 가득 찼다.
이건 김동률의 진심이었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귀에 걸리는
우리 그토록 듣고 함께 불러대던 그때 그 노래
머리로 막아도 애써 귀를 막아 보아도
어느새 난 그때의 나
노래는 추억들을 부르지 아랑곳없이
차갑게 굳어 버린 줄만 알았던 내 맘 무색하게
씁쓸한 미소도 알량한 후회도 더 이상
모른 척 그냥 지나쳐야 하는 이미 흘러간 지금
나는 다시 그때 그 날로
너로 설레고 온통 흔들리던 그 날로
밤새 들었던 이 노래를 핑계 삼아
널 그리워하는 내 모습
눈감아 주는 그 노래
노래는 시간을 건너뛰지 아랑곳없이
모두 다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기억 선명하게
벅찼던 마음도 찢어진 가슴도 더 이상
모른 척 그냥 묻어 둬야 하는 이미 흘러간 지금
나는 다시 그때 그 날로
너로 설레고 온통 흔들리던 그 날로
밤새 들었던 이 노래를 핑계 삼아
널 그리워하는 내 모습
달래주는 바로 그 노래
널 사랑했었다 말하는
그때 우리의 그 노래
- 김동률, '그 노래'
2. 윤종신 작사, 윤종신/이근호 작곡 '사랑의 역사'
조성모가 불렀을 땐 아예 이 노래의 존재를 몰랐다.
물론 히든싱어에서 원곡 가수 탈락이라는 흑역사가 있지만 노래를 정말 잘했던 가수다. 좋은 곡만 만나면 다시 나와도 충분히 인기 있을..
이 곡이 참 좋은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아마 앨범이 크게 인기를 못 얻은 탓도 있겠지...
하지만 원곡자인 윤종신이 부른 노래는 정말 최고.
세상에, '사랑의 역사'라는 제목에 딱 맞는 가사와 멜로디에 전율할 수밖에 없다.
반주도 윤종신 목소리에 어울리게 바꿨다. 인생의 쓴맛 단맛 다 본 남자가 부르는 것 같다. 조성모가 부른 버전은 좀 여린 느낌이었는데..
윤종신은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페어라 불러달라고 했다.
http://m.entertain.naver.com/read?oid=144&aid=0000192351
수줍은 너의 인사는
기나긴 우리 사랑 시작이었지
왠지 모르게 끌렸어 나를 바라보는 너
이미 내 마음 가져버린 뒤
세상은 아름다웠어
하루와 사계절은 너무 짧아서
어디로든 가려했지 어딜 가든 추억되어
지워지지 않아 그 사람이란 건
내 전부였었던 사람
내 꿈이었었던 사람
가슴 한가득 너만 있어
늘 푸를 것만 같아서
우리의 약속들이
하나둘씩 늘어갈 땐
널 안았던 내 두 팔은
안 풀릴 듯 꼭 잡은 채
하늘빛은 우릴 향해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물끄러미 우리 둘을
비춘다
설렘은 무뎌져 가고
자꾸만 구속이라 느껴져 가고
가끔 떠올리던 이별 미뤄둔 숙제처럼
그 짧은 하루에 이별을 해낸다
내 전부였었던 사람
내 꿈이었었던 사람
가슴 한가득 너만 있어
늘 푸를 것만 같았던
그 날의 다짐 중에서
절대 이별하지 말기를
저 끝까지 함께 가기를
가슴 한가득 부풀었던
약속들이 가득했던
그 시절 계획들은
서로 모른 척해주고
널 안았던 내 두 팔은
느슨하게 풀어지고
하늘빛은 우릴 향해
모두 이해한다는 듯
물끄러미 우리 둘을
가른다
편안하게 우린 서로를
보낸다
- 윤종신, '사랑의 역사'
+ 이 곡과 함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도 한번 들어보시길. 사랑의 허무함, 이별 후 감정을 이만큼 잘 표현한 곡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3. 윤종신 작사, 유희열 작곡 '환생'
온 힘을 다해 부르던 윤종신이 스타일을 확 바꾼 앨범.
유희열이 전체 프로듀서를 맡고, 전곡 편곡한 앨범이다. ㅋㅋㅋ 그래서 좋았나...
015B 객원가수일 때부터 윤종신은 정말 진심으로 죽을 것처럼 노래한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 좀 대강 불러줘도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음색은 다르지만 그런 점에서 김형중이랑 비슷하다.
사실 이 앨범 처음 나왔을 때 이제 더 나이 들었을 때를 준비하나... 젊을 때야 한참 지르듯이 불러도 되지만 나이 들어 성량이 줄어들고 목소리가 달라질 때를 대비해 이런 시도도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추측도 했다.
이때도 좋았지만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에 삽입된 '매우 느끼한 환생'은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노래 못하는 천재가수 유희열의 목소리는 정말...
http://m.music.naver.com/track/index.nhn?trackId=341342
사실 이 영화도 꽤 재밌었는데 음악도 좋아서 영화 DVD랑 OST 앨범 모두 갖고 있다.
4. 윤종신 작사, 정석원 작곡 '내일 할 일'
윤종신이 11집 「동네 한 바퀴」에서 부른 애절한 노래가 월간 윤종신에서 성시경의 목소리로 재탄생했다.
성시경이 이제 그만 먹고, 덜 진행하고 앨범 좀 제대로 내주면 좋겠는데... 사실 이번 디지털 싱글이라도 내줘서 고맙다.
이 곡은 '깐족거리면서도 무섭게 채찍질하는 선배' 종신이 형이 옆에서 '아니 아니, 더, 더!!' 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 같다.
특히 고음에서.
성시경은 워낙 꿀 떨어지는 목소리라 노래를 들으면 '아 역시 이래서 성시경이지' 할 수밖에 없다. 괜히 '성발라'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노래 작업을 덜 하는 것 같고(활동이 많으니 어쩔 수 없지) 그러다 보니 중간음은 별로 티가 안 나는데 저음 바이브레이션이나 고음은 이어폰으로 들으면 좀 마음 아프다.
하지만 이 곡에서는 거의 그런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종신이 형의 채찍질이 있었을 거라 한표 던져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lgJOYdYBTnM
노래에 '재활용'이라는 말을 쓰는 건 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발표한 뒤 시간이 지나 조금 덜 들려지는 노래가 약간의 튜닝을 거쳐 재탄생하고, 그 노래가 원곡보다 더 좋다면 그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아름다운 곡을 만드는 뮤지션님들,
오늘도 건강하게 창작하는 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