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dame Snoopy Jun 17. 2018

반짝반짝 작은 별이 빛나는 밤에

W. A. Mozart,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당신은 평생 한 가지의 악기로 연주한 음악만 들을 수 있소.
무엇을 고르겠소?


그럼 나의 대답은 정해져 있다.


피아노입니다.


수많은 악기 중에 그나마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악기이기도 하지만, 피아노는 참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죽기 전에 꼭 능숙하게 연주해보고 싶은 악기가 피아노, 그리고 반도네온 정도...?


어릴 때 처음 시작하는 악기라서 흔하고 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피아노는 참 대단한 악기다. 조금만 배워도 어느 정도 소리를 내기 쉽지만, 마스터와 비기너의 차이가 확 벌어지는 악기도 피아노인 듯하다.


남자의 악기, 피아노


피아노는 남자 악기다. 왜? 앉아서 연주하니까 힘은 덜 드는 거 아닌가? 남성적이라기엔 소리도 예쁘고...


하지만 조금만 연습을 많이 해보면 팔이 생각보다 많이 아프다. 입시생들도 연습하다가 팔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가녀린 여학생들도 입시 때는 팔 근육이 꽤 많이 발달한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다 남자였다.

남자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소리가 더 듣기 좋다. 이상형 중에 '쇼팽 연주하는 남자' 가 있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몇 명만 얘기하면,

모차르트를 정말 명확하게(!) 해석하는 알프레드 브렌델, 쇼팽을 이성적으로 들려주는 듯한 알렉상드르 타로, 타로와는 다르지만 서정적으로 쇼팽을 연주하는 디누 리파티...


언젠가 쇼팽에 대해서도 쓰겠지만, 일단 쇼팽은 음악은 정말 아름답지만 악보를 보면 화가 나므로(미치도록 복잡하다) 나중으로 미뤄둔다.


쇼팽 에뛰드를 연주하는 할머니를 꿈꾸며


초등학교 때 체르니 30번 중간쯤 치다 그만둔 이후, 나중에는 집에서 피아노도 사라졌다. 영 안 치니까 엄마가 치우셨지...


어른이 되고 나서 피아노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서너 달 다니다가 이사로 그만두고, 새로 학원을 알아보게 됐다. 여기서 다시 피아노 연습을 하게 되었다.

레슨은 19시 전에 가야 가능하지만, 약간 늦을 것 같다고 연락하면 30분 정도는 기다려주셨다.


이 학원은(성인 전문 학원이 아니라 동네 학원임) 열쇠를 받아서 한밤중에서 연습이 가능했다! 이게 대박이었다.(신원 보증을 위해 명함을 드리고 열쇠를 하나 받았다.)


"아무 때나 와서 연습해요. 주의할 점은 전공생들 있으면 그랜드 피아노만 양보해 주시고."


집에서 가까워서 한밤중에 커피 한 잔을 들고 연습하러 가면, 종종 학생들을 마주치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날은 그랜드 피아노가 내 차지였다.


지금은 레슨 시간이 애매해서 혼자 연습하지만, 학원 덕분에 다시 연습을 시작한 듯하다. 회사에서도 가까워서, 점심에 가서 잠시 연습하고 온 적도 있다. 60살에는 쇼팽을 연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반짝반짝 작은 별'을 쳐 보자


한참 쉬다가 최근에 다시 연습을 시작하면서 한곡만 연습하는 걸로 노선을 바꿨다.


평범하게 들리지만 직접 연주하게 되면 '그래 당신 천재 맞소' 하게 되는 모차르트(W. A. Mozart)의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Ah, vous dirai-je, maman K.265)'.


 원래는 프랑스 민요 곡조라고 하는데 내용은 전혀 동요 같지 않다고... 딸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어머니에게 털어놓는 노래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곡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Twinkle, twinkle little star'란 가사를 붙여 노래하게 되었는데, 그 가사는 영국 출신의 여류시인 Jane Taylor(1783-1824)가 1806년에 출판한 시라고 한다.


그러니까 모차르트가 이 곡을 작곡할 때는 반짝반짝 작은 별은 아니라는 거지만, 일단 일본 애니&드라마로 유명한 '노다메 칸타빌레' 유럽 편에서 노다메의 연주를 들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I6ZPvXsM0H4&start_radio=1&list=RDI6ZPvXsM0H4


 노다메 칸타빌레는 만화보다 노다메를 연기하는 우에노 주리가 너무 예쁘다는 게 문제 아닌 문제... 음악을 참 잘 살린 드라마다. 이 장면은 노다메의 분장에 장소까지 참 잘 어울렸다.


처음 부분은 쉽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어려운 데다 이걸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는지가 관건이다.


최근 이 곡을 연습하면서 여러 연주를 찾아봤는데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연주는 정말 할 말이 없다. 피아노가 피아노가 아닌듯한(이게 무슨 말이냐) 연주로, 들을 때마다 감탄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YSk2r9YqeU

이 댓글이 내 마음을 대변한다.

정명훈 할아버지 막 잠에서 깨다만 얼굴로 이런 멋진 연주를 해내시다니..


대충 치는 것 같은데 아름답다. 음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데다, 피아노 소리가 아니라 새소리 같은 느낌까지 든다.


'반짝반짝 작은 별' 어디까지 변주해봤니


몇 년 전 화제가 됐던 JTBC 드라마 '밀회'를 기억하시는지.

유아인이 슬프지만 강렬하게 연주하는 변주가 대사 없이도 대단한 울림을 주었다. 진짜 연주는 피아니스트 박종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ddDY9tPTrs


유아인의 작은 별이 너무 심각하다면, 이런 변주도 있다. 악보도 같이 보면서 이 심플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가 어떻게 변주되는지 감상해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BBoDuln9eRA



음악은 참 신비롭다.


여러 개의 음이 어울려 이렇게 귀를, 그리고 마음을 즐겁게 하다니.


아직 반짝반짝 작은 별 4 주제를 연습하고 있지만 다음 달까지는 어떻게든 마지막까지는 손을 대야겠다. 모차르트를 비롯해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는 모든 뮤지션께 고마운 밤...


반짝반짝 작은 별이 마음속에 빛나게 하는 곡 이라고 말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래도 재활용이 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