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이 주는 위로와 그의 음악
나는 당신을 오해했던 게 아닐까
헤어진 사랑을 잊지 못하는
집착 심한 전 남자 친구가 쓴 듯한 가사가
당신의 진심이라고
당신은 그저
노래를 통해 위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세상 어느 곳 누군가가
삶의 무게로 숨 가빠할 때
작은 힘이라도 돼줄 수 있다면
이 노래가 그럴 수 있다면
- 5집 Monologue, <Melody> 中
2018년 9월 11일 18시.
김동률의 디지털 싱글 <노래>가 발표됐다.
올해 3월 27일 디지털 싱글 <그럴 수밖에> 이후 반년 가까이 기다려온 곡이라 더 특별하고 기대되는...
언제나 다음 앨범을 기다려왔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왜 계절에 어울리는 곡을 하나씩 내겠다고 해서 여름 내내 여름에 어울리는 격정적인 곡을 내 주리라고 기대하고 또 기대했던 걸까...
그 긴 기다림의 끝에 발표된 곡.
제목이 아주 담백하다.
제목 때문에, 이거야말로 김동률이 하고 싶은 곡이 아닐까 싶었다.
팬들은 월드컵 같다고 하는(텀이 대략 4년 정도 된다) 콘서트를 갑자기 예상치 못한 시기에 하더니
도대체 수익은 날까 싶을 정도로 무대장치며 오케스트라에 아낌없이 투자했던
2015년 가을의 <The Concert>.
거대한 공연장을 반주 없이 그의 목소리만으로 채웠던 <그 노래>를 불렀던 바로 그 공연에서, 그런 얘길 했었다.
이제는 본인이 하고 싶은 곡을 할 거라고.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아 엄청 웅장하고 서사적이고 무거운 곡이겠구나' 싶었다.
김동률 곡 중 가장 인기 있는 곡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김동률 곡은 헤어진 남자 친구의 가사다.
하지만
내가 꼽는 김동률의 베스트 곡은 5집 Monologue의 <Melody>.
2008년 콘서트를 갔어야 하는데 라이브 앨범으로만 들어서 땅을 치고 후회했었다.
당시 <Melody> 공연 장면을 유튜브로 봤는데 그 안 좋은 화질로도 감동의 눈물이ㅠㅠ
그 후로 콘서트 때마다 그 곡을 한 번만 불러 주길 고대했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인 <Melody>.
그래서 이 매거진 제목도 가사 중에서 따온, '또 다른 내가 되어준 그 멜로디'다.
두 번째 베스트는 6집 동행의 <그 노래>.
존박에게 준 노래를 재활용(?)했다는 평을 듣긴
하지만 존박이 부르기엔 아직 연륜이 부족하다 본다. 반면 존박에게 준 <이게 아닌데>는 젊은 김동률이 부를만한 곡인데 나이로 보나 감성으로 보나 존박에게 어울리는 곡이다. 과연 김동률의 페르소나 같구나...
여기에 이번 디지털 싱글 <노래>가 김동률의 주제가 3부를 완성하는 것 같다.
그 외에도 1집 Shadow of foegotteness <고독한 항해>, 3집 귀향 <귀향>, 6집 동행 <동행> 등 음악 철학을 표현한 곡은 많지만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은 이 세 곡이 가장 최고인 듯 싶다.
그가 음악을 했던, 하고 있는, 앞으로도 해 나갈 그 모든 이유와 가치관이 다 담긴 곡이라는 느낌이다.
웅장하지만 무겁지 않고
서사적이지만 늘어지지 않았다.
대작 같은 곡이라 6분 넘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곡이 짧았다. 5분 22초.
참고로 <Melody> 4분 38초, <동행> 4분 25초, <그 노래> 5분 23초다.
이 긴 곡을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뮤지션이 김동률이다.
1집에서처럼 맑고 내지르는 발성인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게다가 전반부와 후반부의 발성이 다른데 내가 느끼기엔 그의 깨달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실 김동률의 목소리는 호소력이 짙은 중저음이라 마음을 울린다. 하지만 발음이 정확한 편은 아니다.
몇몇 가사는 팬들의 놀림을 받기도 했는데...
1) Verandah Project <괜찮아>
대출받은 내 친구들이 ☞ (실제) 함께 출발한 내 친구들이
2) 6집 동행 <내 사람>
누가 먼저 꼬리친 걸까 ☞ (실제) 누가 먼저 시작인 걸까
이건 콘서트 때 일부러 '꼬리친 걸까'로 바꿔 불러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나 댓글 다 보고 있어' 하는 팬 서비스 같은 느낌.
3) KimdongrYULE <Replay>
허리 썩은 내가 있지 ☞ (실제) 어리석은 내가 있지
가사집을 보지 않고 귀로만 들으면 정말 이렇게 들린다.
하나 이번 곡은 처음부터 가사를 읽지 않고 귀로만 들었는데 가사가 부정확하게 들리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자신의 노래를 듣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었던 김동률이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그 어느 단계에 다다른 듯한 곡 같다.
앞으로도 스스로 하고 싶은 곡만 해 주시길...
내게 그의 음악은 고전 같다.
마음에 감동과 위로를 주는
바로 그 노래다.
끝없이 날이 서 있던
어릴 적 나의 소원은
내 몸에 돋은 가시들 털어내고
뭐든 다 괜찮아지는
어른이 빨리 되는 것
모든 걸 안을 수 있고 혼자도 그럭저럭 괜찮은
그런 나이가 되면
불쑥 짐을 꾸려 세상 끝 어디로 떠나려 했지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을 떠나보내고
그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
홀가분해질 줄 알았네
그래도 되는 나이가
어느덧 훌쩍 지나고
웬만한 일엔 꿈쩍도 않을 수 있게 돼버렸지만
무난한 하루의 끝에
문득 그리워진 뾰족했던 나
그 반짝임이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을 떠나보내고
그렇게 걷다 보니 이제야
나를 마주 보게 되었네
울어 본 적이 언젠가
분노한 적이 언제였었던가
살아 있다는 느낌에
벅차올랐던 게 언젠가
둥글게 되지 말라고
울퉁불퉁했던 나를 사랑했던 너만큼이나
어쩌면 나도 그랬을까
울어 본 적이 언젠가
분노한 적이 언젠가
살아 있다는 느낌 가득히
벅차올랐던 게 언젠가
내 안의 움찔거리는
그게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더 이상 삼키지 않고
악을 쓰듯 노랠 부른다
김동률,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