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김동률 콘서트 <답장> 리뷰
2018 김동률 콘서트, <답장>을 무사히 마쳤다.
언제나 기대 이상을 보여주는 콘서트. 2015년 <The Concert> 이후로 계속 기다렸다...
늘 그랬듯 티켓팅은 피를 말렸고, 공연장 도착부터 굿즈 구매, 화장실 이용, 귀가까지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을 놓치면 또 언제 그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허나 멈출 수가 없어요 이게 내 사랑인걸요
- 이소라,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첫 공연일인 12월 7일 18시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 '동화(feat. 아이유)'. 이 때문에 게스트는 아이유가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으나 공연일 아침 홍콩 공연차 출국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꼭 콘서트에서 듣고 싶은 곡이 있었다. 또 다른 내가 되어준 그 'Melody'.
페이스북에서 김동률 본인이 '지랄 맞은 편곡'이라고 언급한 곡들도 궁금하고...
<답장> 앨범에서 내 혼을 쏙 빼놓은 '연극', 고상지의 반도네온 연주로 반드시 들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전람회 이후로 지금까지, 그의 음악에 빚진 사람으로서, 그냥 가야 하는 콘서트였다.
올해 3월 발표한 디지털 싱글 '그럴 수밖에'를 언제 부를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처음 들은 이후로 '나만의 벚꽃엔딩'이 된 이 곡을 대체 어디에 배치할까.
https://brunch.co.kr/@madamesnoopy/24
멀게만 느껴졌던 그 날이 왔고, 난 그 자리에 앉았다. 바로 그 시간에.
마음에 떠도는 음을 모아
한 소절씩 엮어간 멜로디에
가슴에 묻었던 생각들을
이제 너에게 보여줄 시간
불이 꺼지고
- 김동률, 'The Concert'
불이 꺼지고, EP <답장>에서 가장 슬프면서 아름다운 'Moonlight'로 시작해 꿈같은 3시간이 흘러갔다.
예상대로 올해 발표한 곡들이 앙코르곡 '노래'까지 이어졌다. 유일하게 빠진 '동화(feat. 아이유)'는 더 좋은 순간에 다시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늘 그랬듯, 완벽한 세션과 코러스, 환상적인 조명이 함께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 좌석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무대만은 그래미상 부럽지 않았다.
순간순간이 황홀했지만 내겐 정말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 순서에 집중해본다.
아티스트의 덕질은 달랐다
앨범과 앨범 사이에 긴 공백을 갖는 김동률. 이따금 올라오는 페이스북 포스팅이 팬들에게는 생존신고인데...
그가 <답장> 앨범 발표 전 페이스북에 느닷없이 팬 인증을 한 글이 있었다.
https://m.tv.naver.com/v/2220492
난 포레스텔라를 JTBC <슈가맨> '불이 빛나는 밤 특집'에서 처음 제대로 봤다. 크로스오버 곡이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고, <팬텀싱어>는 제대로 본 적도 없었다. 팀의 '사랑합니다'를 잘 부르긴 했으나 원곡이 워낙 강렬한 탓에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김동률이 게스트를 소개하며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분은 아니에요."라고 할 때 난 이 사람들을 생각 중이었다.
김동률 콘서트의 댄스타임을 책임지는 이적,
EP <답장>에서 두 번째로 슬픈 '사랑한다 말해도'를 부른 이소라,
김동률의 페르소나 같은 존박.
하나 정말 의외의 게스트, 포레스텔라가 등장했다!
약 1년 전 이미 이들을 섭외했다는 김동률.
페이스북의 저 글을 다시 보니 김동률이야말로 '성덕(성공한 덕후)'이다. 마음에 드는 가수를 본인 콘서트에 부르다니... 그것도 혹독한(!) 연습을 시켜가면서!
남성 중창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함께 'Requiem'을 불렀다. 다른 사람 파트 할 때 좀 쉬고, 하모니도 같이 넣어보고 싶다고...
이 곡은 그야말로 '어두운 김동률'의 상징이랄 수 있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포레스텔라와 노래할 때의 그가 콘서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웃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눈부신 햇살 그보다 더 환한 그대 미소
- Toy, '프랑지파니'
가수보다 프로듀서
왜 김동률은 포레스텔라를 무대에 세웠을까?
아마, 함께 작업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본인 곡을 좋아하는 가수가 자기 마음에 들게 불러주는 것.
김동률의 곡을 정말 좋아하지만, 다른 가수가 그의 곡을 부르면 반가우면서도 그리 듣고 싶지는 않다. 김동률 노래는 그만의 느낌으로 불러야 하니까...
하지만 김동률이 연습시킨 포레스텔라는 달랐다.
원곡과 또 다른 매력, 그러면서도 김동률이 컨펌한 곡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여담이지만, 김동률이 포레스텔라 인사를 따라 하는 모습은 정말 팬이 맞구나 싶을 정도였다.
*참고 : 포레스텔라 인사 영상
많이 힘들었나요, 이렇게 가슴 찡한 인터미션이라니
2015년 <The Concert>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한동안 활동 안 하겠구나...
원래 한참 쉬고 또 활동하는 패턴이긴 하나, 그땐 왠지 마무리 같았다. 하고 싶은 걸 다 해본 듯한, 이제 여한이 없는 듯한.
역시나, 그때 너무 행복해서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고 하니 새 앨범은 언제 나오냐며 투덜댔던 게 미안할 뿐이다.
인터미션 영상에 등장한 작곡가 황성제, 음악감독 박인영, 작곡가 정수민 등 내 아티스트 김동률과 함께해준 동료들이 정말 고마웠다.
특히 박인영 음악감독의 멘트가 마음을 울렸다.
동률이가 옆에 좋은 사람들도 많은데 외롭지 않게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전람회 이후로 카니발 때도, 베란다 프로젝트 때도... '같이 하는 음악'이 그리운 듯하다.
이제 싱어송라이터 김동률보다 프로듀서 김동률을 더 많이 보고 싶다. 변하지 않겠다는 김동률. 그가 만드는 그의 라벨이 붙은 음악을 계속 만나고 싶다.
언젠가 김동률이 총감독을 맡은 뮤지컬을 기대하면 안 될까. 영화음악도... 최근 영화 <창궐>을 보고 올린 포스팅을 보니 분명 생각이 있을 텐데. 그리고 버클리 음대에서의 전공도 작곡과 영화음악이 아닌가!
짧지만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올려준 그의 공연 후기도 역시 프로듀서답다.
https://www.facebook.com/320374131362146/posts/2157728414293366/
모두를 위로하는 <답장>을 받았다
3년 2개월 만에 받은 답장.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고민과 노력으로 선보인 과분한 시간이었다.
얼마 전 발표한 디지털 싱글 '노래'에서 그랬듯, 김동률의 노래는 위로가 담겼다. 그걸 아낌없이 전한 공연이었다.
특히 마지막 공연에서 해준 멘트,
이 공연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 관객들이라고... 그게 가장 큰 위로가 아니었나 싶다.
고마워요. 김동률 음악의 일부가 되게 해 줘서...
1993년 12월 11일은 김동률이 '꿈속에서'로 대학가요제 대상과 특별상을 받은 날이다.
만 25년간 음악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버려 이렇게까지 음악을 오래 하게 될 줄 몰랐다는 김동률. 이미 정점을 찍었을지도 모르나, 또 다른 것들을 보여줄 음악 장인.
당신에게 필요했던 건 동행이었군요.
좋은 음악인들과 좋은 음악으로 다시 만나요.
많은 날이 지나고...
그 꿈들 속으로 그 속으로
너에게
- 전람회, '기억의 습작', <2008 Concert Mono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