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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Jun 24. 2018

홍콩의 중심에서 애프터눈 티를

꼭 한번 제대로 먹어보고 싶었어

마흔이 넘으니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원래 찐 살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진짜다.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세 달 전부터 특단의 다이어트에 들어갔는데 바로 밀가루를 거의 끊는 것.


'거의'라고 구차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직접 도시락을 싸서 먹지는 못하기에 최대한 밀가루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음식을 골랐기 때문이다. 면은 당연히 먹지 않고, 간식으로 누군가 주는 빵도 거절하고...


그런데 2박 3일간 3달 동안 섭취한 밀가루의 몇 배에 해당하는 식단을 섭취하고 왔다.


왜 홍콩에 갔지?


1년 반 전, 아이와 함께 단체여행으로 다녀왔는데 한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기 전, 올해는 어딜 갈까 하다가 결정했다. 어쩐지 일본은 가고 싶지 않고, 더 아래쪽 나라들은 덥고... 먼 곳으로 가자니 휴가가 짧고. 그래서 선택된 여행지다.


미션은 세 가지.

1) 홍콩 박물관 투어

2) 마트 쇼핑

3) 애프터눈 티 즐기기


이건 나중에 담기로 하고... 이번에는 디즈니랜드도 가지 않기로 했기에 숙소도 침사추이 한복판, 방에서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잡았다.


기내식부터 시작된 밀가루 섭취


오후에 출발하려다 보니 항공편은 자연스럽게 케세이 퍼시픽. 아이를 위한 아동식은 왕복 모두 신청하고, 나는 돌아올 때만 저칼로리 식을 신청해봤다.(이건 뭔가 필연적인 선택)


원래 향신료 들어간 음식을 못 먹는 편은 아니지만, 비행기 안이니까 안전하게 파스타를 선택했다. 아동식은 토마토소스의 파스타, 일반식은 화이트소스의 파스타로 결국 시작부터 밀가루로...

다음날은 조식에서 역시 빵을 먹고, 박물관 투어 후 오후에 애프터눈 티를 먹으러 갔다.


저녁 식사 대신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영국식으로 잘 알려진 애프터눈 티는 1841년 베드포드 가문 7대손의 부인이었던 안나 마리아(1783∼1857)가 귀부인들의 오후 티타임에 스콘과 샌드위치, 마카롱, 비스킷 등 간식거리를 곁들인 것이 그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영국인들은 하루에 아침과 저녁 두 끼 식사만을 했다.(이런 걸 보면 현대인이 신체활동에 비해 얼마나 많이 먹고 사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안나 마리아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오후 3시와 5시 사이에 샌드위치나 구운 과자와 함께 차를 준비하고 친구들을 초대했고, 이것이 오후에 차와 함께 다과를 먹는 관습이 되었다고 한다.


애프터눈 티 문화는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현재는 영국이 아닌 곳에서도 볼 수 있다.

특히 호텔에서는 애프터눈 티를 진행하는 곳이 많다. 보통 애프터눈 티 메뉴는 각종 빵과 디저트류가 올려져 있는 3단 트레이로 구성된다. 샌드위치와 스콘, 케이크 등이 각각 층마다 나오는데, 아래서부터 위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숙소 선택도 애프터눈 티의 영향


사실 가기 전날까지 어디서 애프터눈 티를 할까 고민했다.

빵과 케이크에 많이 집착하기 때문에 '가서 혹시 맛이 없으면 어쩌지?', '모양만 예쁘고 생각했던 맛이 아니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며 아마 후기로는 홍콩 애프터눈 티를 다 먹어본 듯했다.


결국, 어차피 빵이나 케이크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맛있지 않을 것이기에 최대한 '클래식하게 나오는' 애프터눈 티를 먹어보기로 했다.


그게 바로 페닌슐라 호텔이다.


비록 예약은 투숙객에 한해 받아주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일단 시작 전에 가서 줄을 서기로 했다. 다행히 애프터눈 티가 시작되는 시간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 예쁜 세팅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는 지구인은 없다

홍콩 페닌슐라 호텔의 애프터눈 티 세트(2인)

이 날, 우리 앞 뒤로는 다양한 인종의 방문객이 애프터눈 티를 주문했다.

모두 자리에 안내되자마자 서로 사진 찍어주기에 바빴다... 음식이 세팅되고 난 후에도 찍고 또 찍고.

아 이건 정말 눈으로 먼저 먹어야 하는 음식이구나.


이건 찍어야 해
만화 속 그림같은 건포도 스콘
'유기농'을 강조하던 딸기잼과 클로티드 크림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수입되는 냉장 클로티드 크림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서빙됐다. 생크림에 집착하는 나에게는 정말 입을 즐겁게 하는 크림이었다.(참고 : https://brunch.co.kr/@madamesnoopy/23)


그림같이 예쁜 스콘과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 한국에서는 스콘을 주문하면 버터와 딸기잼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버터는 유지방 함량이 높아 스콘에 발라먹기는 조금 부담스럽긴 하다.


단짠 중 '짠'에 해당하는 접시

왼쪽 위부터 연어 샌드위치, 치킨 샌드위치, 오이 샌드위치, 그리고 감자 키쉬가 나왔다. 다 맛있긴 했는데 오이 샌드위치의 오이는 빵이 비칠 만큼 얇게 썰어야 한다는 얘기와는 달리 조금 두꺼워 아쉬웠다.


'단'것들...정말 달았다

왼쪽부터 딸기 크림 케이크, 브라우니, 레몬 케이크, 블루베리 마카롱. 이건 정말로 단 음식이라서 샌드위치와 티가 없었으면 못 먹었을 음식들이다. 결국 스콘과 몇 가지가 남아서 포장해왔다.



클로티드 크림 때문에도 꼭 한번 홍콩에서 먹어보고 싶었던 애프터눈 티를 무사히 만나고 왔다. 티 대신에 초코 셰이크로 바꿔줬던 초등학생 딸은 샌드위치 종류가 입에 안 맞는다고 치킨 샌드위치만 먹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페닌슐라에서 애프터눈 티를 주문하는 사람들은 그 장소와 분위기, 그리고 세팅을 즐기러 가는 것이 맞는 듯하다. 1층이라 바깥에는 자동차와 사람만 보였지만, 은으로 만든 커트러리와 우아한 식기를 사용하느라 창 밖은 신경이 거의 안 쓰였다.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한 번은 가볼만한 곳이다.


다음에 홍콩에 간다면, 102층 높이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다는 리츠칼튼 호텔에서 다른 분위기를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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