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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Jul 08. 2018

홍콩에서 꼭 가봐야 할 박물관 (1)

홍콩의 역사를 2시간 만에 마스터한다

이번 홍콩 여행은 상당히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더 더워지기 전에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고
휴가도, 예산도, 체력도 부족해서 먼 나라는 안되고
어쩐지 일본은 가기 싫고... 거기다 가는 비행기에서 영화 <아이 캔 스피크>까지 봐서 더 싫었나.

요즘은 초등학생이 합법적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데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면 된다고 한다. 회사에서 탈탈 털리면서 잊고 있었는데 이제 2학년이라고 본인이 직접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언제까지 신청서를 내야 한다고 말도 해준다.


체험학습 사유에 '그냥 놀러 가요.'라고 쓸 수는 없으니 '박물관에 가서 역사체험여행을 하겠습니다.'라고 써서 냈다.

그러고 보니 땅값 비싼 홍콩에 박물관이 꽤 많다. 그것도 도심에!

쇼핑의 도시? 박물관의 도시!


홍콩에는 뮤지엄 패스가 있다. 구입 후 일주일 이내에 7개의 박물관(홍콩 역사박물관, 홍콩 문화유산 박물관, 홍콩 해안경비 박물관, 홍콩 예술관, 홍콩 과학박물관, 홍콩 우주 박물관(우주 극장 제외), 쑨원 박물관)을 들어갈 수 있는 패스로, 무제한 입장 가능. 물론 일부 특별 전시는 제외될 수도 있다지만 이게 어딘가...


다행인지 이번에는 무료인 홍콩 역사박물관과, 저 패스에 포함되지 않는 홍콩 해양 박물관에 갔으니 다음에 또 올 이유가 만들어졌다.


 그럴듯한 건물이 과학 박물관과 이웃해 있다.


홍콩 역사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영국 식민지 시대를 거쳐 중국으로 반환된 후 현재까지의 홍콩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의 전시실은 크게 자연사(홍콩의 자연환경), 고대사(선사시대, 한나라에서 명나라까지), 민족사(홍콩의 민속문화), 지역사(아편전쟁과 홍콩의 양도, 영국과 도시 성장의 초기, 일본 강점기, 현대와 중국 반환)등 네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http://www.lcsd.gov.hk/CE/Museum/History/en_US/web/mh/index.html


꽤 알차게 꾸며놓은 데다, 입장료는 무료...

가볍게 둘러봐도 2시간 전후는 걸리는 코스이니 반나절을 여기에 할애해도 괜찮다. 호텔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이곳에서 오전 시간을 보낸 후, 14시에 시작하는 애프터눈 티를 했더니 딱 맞았다!


중국 안의 또 다른 섬나라, 홍콩


홍콩은 1997년 영국령에서 중국으로 반환되었다.

20년 넘게 지났지만 도로 방향도 아직 영국과 같고, 밀크티가 유명하고, 많은 곳에서 영어가 통한다.


그 유명한 아편전쟁(1839~1842)으로 영국은 총독부를 홍콩에 설치했다. 1898년부터 99년간 영국령이었으며, 영국의 무역항으로 이용되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3년여간 일본의 지배를 받았는데(1941~1945), 이 시기는 전시 내 한 섹션으로 따로 분리되어 있다. 전쟁 전 인구가 160만, 전쟁 후에는 거의 100만 정도가 줄어들어 60만에 불과했다고 한다. 식량 배급을 받았으며, 여러 가지로 고생이 많았던 듯하다.


배경은 상하이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태양의 제국(1987)>를 보면 이해가 쉽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636


1945년 8월, 영국은 종전과 함께 지배권을 돌려받아 1997년까지 다시 홍콩을 통치한다...

비슷한 점이 많은 두 섬나라에게 지배당하다니 뭔가 참. 섬나라는 다 나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진으로 보는 전시


전시의 시작, 자연환경
전통 가옥의 부엌 내부
가정집의 침실
선상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들
전통 혼례 행렬
차(Tea)를 파는 점포
건어물, 곡물등을 파는 상점
근대 옷가게
잡화점
경극 장면을 재현해놓았다
일본 지배 시기는 짧지만 따로 구분
영국 식민지 시절
뮤지엄 샵. 서점과 같이 있었다.

전시 곳곳에 상영 중인 영상물들은 예상외로 상세했다. 당시 촬영 필름을 적절히 사용해 근현대의 홍콩을 느끼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위치때문에 인기를 얻었지만


역시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은 위치가 최고다. 홍콩도 그 위치 덕을 보았고, 위치 때문에 부대끼기도 했다.


영국이 이 위치 좋은 도시를 영국령으로 만들어 활용했던 이유를 체감할 수 있는 박물관이었다.

교통수단이 발달한 지금도 그럴진대, 과거에는 위치의 영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컸던 것 같다.


그 역사를 2시간 동안 지나오면서... 내가 현대에 태어난 것이 감사했다.

100년 전에만 살았어도 개인, 그것도 평민이라면 그 역사에 휩쓸려버렸을 것 같아서...


지금이라고 휩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의 인권이 조금 더 보장되는 사회에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침사추이에서 홍콩 본섬으로 가는 페리 안


다음 날 소나기를 뚫고 페리를 타고 이동하면서, 과거에 이 바다를 건너며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수많은 사람들도 상상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역사가 점점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생각이 많이 끼어드는 걸 보니 늙었다는 증거겠지.


다음에는 비를 피하려 들어갔다가 구경하게 된, 홍콩 해양 박물관을 소개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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