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나만의 오뜨 꾸뛰르를 찾아서
by Madame Snoopy Sep 02. 2018

완벽한 며느리룩을 원하십니까?

추석을 앞두고 고민 중인 며느리를 소환합니다

얼마 전, KTX 예매 피켓팅에 뛰어들었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 추석 준비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추석이나 설날이나, 명절이라면 친척들을 만나며 준비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내 한 몸 건사하면 되던 싱글에서 '며느리'라는 신분이 되면 챙겨야 할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물론 집집마다 사정은 다 다르겠으나...


대한민국 대부분의 며느리들은 시가에 갈 때마다 옷차림이 신경 쓰일 것이다.


오죽하면 '며느리룩'이라는 검색어를 사용하는 쇼핑몰이 많을까.

명절에 전 부칠 때 입기 좋다거나, 어른들 오실 때 신경 쓰이지 않아 좋다는 상품 설명도 꽤 공감이 가는 멘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시가 방문용 옷'을 새로 구입하는 모양이다.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추석을 앞두고 '최고의 며느리룩'을 한 번 찾아보자.



도대체 며느리룩이 뭔가요?


처음에는 일명 '청담동 며느리 룩'이라는 스타일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럭셔리하면서도 단정한 30대 여성복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배우였던 심은하의 연기가 인상적인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JhRrlvkEK0k


심지어 네이버 오픈사전에도 아래와 같이 실려 있을 정도다.

[청담동 며느리룩]
단아하고 심플한 분위기의 디자인으로 마치 청담동의 며느리들이 입는 것 같다 하여 나온 신조어


청담동 며느리룩은 20년 전 옷도 단정하니 예쁘지만... 이 글에서 말하는 며느리 룩은 많이 다르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인데...

(시가에) 명절에 가는 옷차림

(시가에) 식사하러 가는 옷차림

(시가에) 뭔가 갖다 놓으러 / 가져오려고 가는 옷차림

(시가족들과) 여행 가는 옷차림(아이 있는 버전/ 없는 버전)


여기까지 읽다가 '아니, 그게 왜 신경 쓰일 일이야?'라고 한다면 당신은 남자이거나, 여자라면 비혼 친구들이 대부분이라서 아직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나이일 것이다.


명절이 끝나면 주부 카페 게시판에는 이번 명절의 무용담(?)이 쉴 새 없이 등록된다. 그중 옷 이야기도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여러 가지 가사 노동이 몰려오니 힘들고, 어색한 친척들과 자연스럽고 예의 있게 지내다 오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내 옷차림까지 참견하는 이들이 있으니 시어머니와 (있다면) 시누이, 시이모 들이다.


당신의 시어머니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결혼하고 첫 명절, 한복 외에도 이것저것 입을 옷을 준비했는데 시어머니는 그리 맘에 안 들었던 것 같다.

본인 옷장을 막 찾아서 발목까지 오는 긴 고무줄 치마를 내밀었다.


네 치마는 너무 짧다


여기서 설명을 좀 하면, 나는 대학교 입학식 때 입은 치마가 가장 짧은 치마일 것이다.

무릎 위로 10cm 정도 올라오는 길이였다.


보통은 무릎길이,

워낙 풀 스커트를 좋아하는 데다 최근에는 맥시 길이가 유행하면서 발목까지 오는 스커트를 입고 출근도 한다.


아마 그때 들고 간 치마도 무릎 길이였을 거다.


그러면 왜 그랬을까?


한참이 지난 후 생각해보니 그분은 나와 키가 20cm 이상 차이 난다. 그리고 그걸 커버하기 위해 항상 발까지 끌리는 긴치마를 입고 꽤 높은 구두를 신는다. 그런 그분이 보기에는 내 무릎길이 치마가 다리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동안 이런저런 사건도 있었고 내 옷차림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 건 접은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막 결혼한 며느리라면 나처럼 신경 안 쓰기는 어려울 테니....


시어머니의 스타일과 비슷한 옷을 준비해서 방문 시에는 그것만 입으면 된다. 그러면 최소한 시어머니 옷장에서 옷을 (강제로) 빌려 입는 경우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챙겨주려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옷은 셀프로 입습니다


아직 어색한 며느리에게 일부러 딴지를 걸기 위해 옷을 지적하거나 빌려주는 시어머니는 없을 거라 믿는다.


내 경우는 시어머니를 제외한 전 가족이 남자였는데, 나중에 이런 변명(?)을 들었다.

시아버지 보기에 치마가 짧아 민망하다(무릎길이인데?)

앉아서 전 부치기 불편해 보인다(나는 안 불편하지만 약간 이해해 본다. 실제로 앉아서 부칠 일은 없었다.)

다른 친척들이 보기에 이게 낫다


어색하지만 그래도 친하게 지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며느리 입장에서는 꽤나 불편했다.


'물은 셀프' 라는 말이 있다.

'옷도 셀프'로 입는 게 편하다. 내가 부탁하지 않는 한...


완벽한 며느리룩을 원하십니까?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디 있을까. 있으면 댓글로 제보 부탁드린다.


하지만 며느리가 원하는 완벽한 며느리룩은 '시가에서 누군가 대놓고 품평하지 않는 옷' 이 아닐까 싶다.


사실 뭘 입고 오면 어떤가.

내 자식과 결혼해서 우리 집을 방문한 손님인데.


눈을 둘 데가 없을 만큼 민망한 노출을 하거나, 같이 앉아 있기 두려울 만큼 위생상태가 불량한 게 아니라면 넌 왜 그렇게 입었냐 , 일하기 불편하니 갈아입으라 의 참견은 또 하나의 폭력이 아닌가 싶다.


곧 추석이다.

뭘 입고 갈지 고민인 며느리들에게도, 며느리가 어색해서 어색한 말만 하게 되는 시어머니들에게도 편안하고 기분 좋은 명절이 되길 바라본다.




keyword
magazine 나만의 오뜨 꾸뛰르를 찾아서
소속 직업회사원
디저트 전도사,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는 문자중독자...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글로 씁니다.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