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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Oct 14. 2018

지금 열심히 하는 그 일, 최선입니까

열심히 살지 않으면 잘못된 걸까요?

*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Christopher Robin), 2018>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워커홀릭도 아니고, 주 40시간에 발맞춰 누구보다도 근무시간을 지키고 싶어 하는 직장인이다.

그런 나조차, 집에서 전화가 걸려올 때,

집에서 회사 일을 할 때,

그때 내게 말을 걸고 무언가를 하자는 아이에게 말한다.


나 지금 바빠! 이거 지금 안 하면 큰일 난단 말이야!


정말 그럴까? 정말 지금 이 일을 안 하면 큰일이 날까?


과연 그 큰일이 뭘지 한번 적어 봤다.


상사에게 듣게 될 잔소리

일의 리듬이 깨져 다시 집중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

상황보고 카톡이 몇 분 늦어지는 것


몇 가지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나와 가족의 생존이라든가, 인류의 평화가 위협받는 그런 사태는 전혀 아니다.


물론 내게는 카톡 즉답을 하지 않으면 언짢아하는 상사들이 존재하고

본인이 시킨 일의 진척상황을 '당장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어쩔 건데.

SNS에서 접한 띵언 중 "욕이 배를 뚫고 들어오지는 않는다"라는 게 있다.


그렇다. 싫은 소리 좀 들으면 되지, 그게 뭐라고 이렇게 조급해하지?

그렇다고 내가 회사에서 인정받는 인재도 아닌데.


왜 난 이렇게 쫓기면서 살지?


https://www.youtube.com/watch?v=umwj6e3T2xs


크리스토퍼 로빈, 당신도 어른이 되었군요


어린 시절, 푸에게 절대 잊지 않을 거라 단언하던 로빈은 이제 진짜 어른이 되었다.


결혼을 하고, 전쟁도 겪고, 아빠가 되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유능해 보이는 직장인이다.


하지만 매번 바쁘고

가족과의 약속은 지키기 어렵다.


외동딸을 기숙학교에 보내서 좀 더 좋은 미래를 얻게 해 주고 싶어 한다.


모처럼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로 한 주말을 앞두고, 상사의 특명이 떨어진다.

원가절감을 위해 더 저렴한 자재를 찾고, 효율을 높이려는 그에게 이번에는 직원을 줄일 계획을 짜 오라고 한다.

주말을 기대하던 가족에게는 엄청난 실망을 안기고, 고민 가득한 그에게 곰돌이 푸가 나타난다.


여전히 꿀을 좋아하고 바지는 안 입는 곰돌이 푸

로빈은 푸를 만나 반가운 것 보다도 당장 직면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더 걱정이다.


나무 구멍을 통해 런던에 왔다는 푸를 다시 데려다 주기로 한다.

평범한 어른이 곰돌이를 안고 다니는 건 시선집중이다
거리에서 자꾸 말을 하는 푸에게 놀이를 하자고 하는 로빈

친구들을 찾아달라는 푸에게 화를 내던 로빈.

결국 어린 시절처럼 친구들을 찾고 그들을 구해내며 다시 그들과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회사에 돌아가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의견을 내는데...


여행가방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주어 휴양지로 보내 더 많은 가방이 팔리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이건 마치 산업혁명 이후 자본가와 노동자가 대립하다 기술의 발전으로 파이가 커지는 것 같지 않은가! ㅎㅎ

다시 대화하는 로빈과 푸

바쁘게, 열심히 살아야 잘 살고 있는 걸까


어릴 때부터 어디서든 열심히, 바쁘게 일하거나 공부해야 바람직한 사람이었다.


남들과 같은 나이에 학교에 가고
남들이 할 때 졸업하고 직업을 갖고
남들이 하는 나이에 결혼을 하고
남들처럼 아이를 낳아 키우고


부지런히, 열심히 달려야 바른 삶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 늦거나, 어떤 과정을 스킵하게 되면 낙오자 같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분위기에 반론을 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https://m.news.naver.com/read.nhn?sid1=102&oid=032&aid=0002898835&cid=883574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했다


이 말 아래 작지만 소중한 관계와 일상이 얼마나 소외됐는지 모른다.


먹고살기 위해, 가족을 위해 일을 한다면서도

정작 그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는 소홀한 우리들.


알지만 실천하기가 힘들다...


어린이용 영화인 줄 알고 관람했는데 오히려 어른이 더 깨달음을 얻은 영화다.


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대단한 뭔가를 하게 되지


열심히 한다고 그게 다 옳다는 보장이 있을까?


순간을 소중히.

그리고 관계를 소중히.


뭔가를 해내려고 하기보다는, 더 소중한 것이 뭔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에는 쿠키영상이 있으니 꼭 보고 나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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