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dame Snoopy Mar 03. 2019

음식 이야기에 녹여낸 소수자의 삶

요시나가 후미 <어제 뭐 먹었어?> 리뷰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어제 뭐 먹었어?>. 올해 초 최신간 14권이 나왔다.


언젠가 '아이가 없는 삶'을 다룬 책 리뷰를 하면서도 언급한 바 있는 나의 최애 만화중 하나다.



<맛의 달인>, <식객>, <심야식당>등 음식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언제나 재밌다. 음식에 관심 많은 나로서는 당연한 일.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음식과 더불어 사람 사이의 에피소드를 잘 버무려 더욱 큰 감동을 준다.


요시나가 후미는 음식을 매개로 한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데 거의 달인 수준이다. 본인 자신도 음식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 같다.


주인공인 카케이 시로는 43세로 시작해 이제 53세가 된 남자 변호사다. 잘생기고, 슬림한 데다 동안이라 그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나이를 들으면 깜짝 놀란다. 당연히 고급스러운 집에 예쁜 아내와 아이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는 의외로 그중 한 가지도 갖고 있지 않다. 사건 의뢰를 맡은 인연으로 저렴한 집세를 내는 방 2개짜리 집에 살며, 서류상 독신이다. 그리고 게이 남자 친구와 10년째 동거 중이다.


더구나 시로는 주류 게이가 아니다. 일반적인 게이의 취향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이 작품에서 눈치 없이 시로에게 팩트 폭격을 날리는 게이 친구 와타루의 말에 따르면 '시로 씨는 게이라는 사실 말고는 아무것도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타입'이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동성애자는 대표적인 비주류다. 그런데 시로는 동성애자 중에서도 비주류라... 생각보다 더 생활이 힘들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집밥에 정말 공을 들인다. 피곤에 지친 날도,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은 날도 본인 취향대로 집밥을 준비한다. 물론 그의 요리라면 언제나 맛있게 먹어주는 파트너 야부키 켄지가 있어 더 보람 있어 보인다.


일본에서 4월에 드라마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대놓고 동성애자 커플이 주인공인 드라마라니 우리나라라면 아직 방영하기는 어려울 것도 같다.


하지만 뉴스가 아닌 현실에서 만나본 적 없는 재벌의 삶을 다루는 것보다는 나은 주제 아닐까?


이 작품에서는 직장에서는 절대 게이임을 밝히지 않는 시로와, 직장 동료뿐 아니라 손님들에게도 당당히 게이라고 밝히는 남자 친구 켄지가 대조적으로 묘사된다.

시로에게는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게이답지 않은 취향을 가진 그를 보고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13권에서 새로 등장한 직원 미츠키는 바로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


사람들은 자신이 '평범한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균과는 달라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보다 자신과 다른 점을 찾아 외면하기 쉽다.


이 작품에서는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보통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짜 놓은 평범의 규격에 어긋나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한다.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과 주류라는 것은 사실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미있으니까 읽는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