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민 없이 구내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라도 한식을 먹을지, 한 그릇인 덮밥류를 먹을지, 아니면 분식을 먹을지 고민이 생긴다. 외부 식당으로 나가기로 했다면 어디로 갈지가 고민이다. 이때 대부분 그런 대답을 한다. "아무거나 괜찮아요~"
하지만 그 이후 옵션이 하나씩 붙는다. 중국집은 제외하고요, 너무 멀리 가지 말고 xx상가에서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한식 먹고 싶어요.
언뜻 들으면 별생각 없이 말하는 것들도 다 개인의 취향이 반영돼 있다.
중국 주재원을 다녀온 데다,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사람'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A 부장은 중국집을 원한다.
음식 종류는 크게 가리지 않지만, A 부장과 자주 접대를 다니느라 그의 취향에 맞춰 온 B차장은 중국집만 아니면 좋겠다는 말을 참으면서 한식을 먹고 싶다고 한다.
이들과 긴 시간을 걸어가서 점심식사를 하느라 소중한 자유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은 C과장은 가까운 xx상가를 원한다.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뭐든 빨리, 많이 먹고 싶은 D대리는 이들이 빨리 행선지를 정했으면 좋겠다.
사소한 일 같아 보이는 점심 메뉴 선정에도 이렇게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다.
당신에게도 취향이 있다. 식빵을 사러 가면 흰 빵보다는 호밀빵을 고를지도 모른다. 구두를 고를 때는 앞코가 뾰족한 쪽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집을 선택할 때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새집보다는, 조금 오래됐어도 공원이 앞마당같이 보이는 집을 고를지도 모른다.
이 취향은 어디서 나온 걸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취향(趣向) :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취향, taste. 단순히 호불호를 따지는 것도 있지만 생각보다 복잡하다.
내 경우, 어떤 식당에 가서 한 메뉴가 완전히 내 취향이면, 두어 번은 같은 메뉴를 주문해 먹어본다. 두 번째, 세 번째도 그 음식이 마음에 든다면 괜찮아 보이는 다른 음식들도 시켜 먹어본다. 하지만 다른 메뉴도 딱 이거다 싶은 곳은 좀처럼 드물다. 한 가지가 일치한다고 다른 것들도 다 맞아떨어지기는 쉽지 않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어떤 곡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해서 그 음악가의 모든 작품이 다 내 취향이기는 쉽지 않다. 좋아하는 가수라도 몇 곡은 버릴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곡이 감동적으로 들리는 가수를 최애 뮤지션이라고 부른다.
옷을 고를 때도 비슷한데, 패션이 돌고 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컬러나 스타일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옷장을 열어보면 비슷한 컬러와 비슷한 실루엣의 옷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