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곰 Jun 20. 2022

노동은 가깝고 로망은 멀다 1편

계절별 노동

* (참고) 이번 글은 지난 겨울밤에 써서 지금 계절과 안맞습니다.

이번에도 언급되는 가게, 상품 등은 모두 내돈내산 자체검색 입니다.


계절마다 피는 꽃, 푸른 잔디, 야외 테이블 위의 찻잔들 이 모든 것들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당있는 집은 좋다. 문 밖만 나가면 바로 잔디를 밟을 수 있고 텃밭에서 채소를 수확하고 방울토마토를 따먹는 삶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초보가 마주해야 했던 계절별 노동


겨울은 마당일에서 잠시 벗어나는 농한기(?)다. 물론 눈이 오면 눈을 치워야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눈이 오고 있다. 눈삽을 어서 사야할텐데 검색해보니 싼건 3천원이다. 심지어 바퀴 달린 것도 있다. 눈삽 그거 뭐 필요한가 했는데 스티로폼 박스 뚜껑이나 빗자루로 쓸고 있으면 허리도 아프고 손아귀도 아프다. 창고는 이미 포화상태라 둘 데가 없을 것 같아 신체를 희생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다음 겨울엔 필요할 듯 하다.

이번편은 계절별 노동에 대한 이야기다.



제일 바쁜 봄이다.

사실 운좋게(?) 마당을 갖자마자 봄을 맞게 되어 첫해는 나무만 심다가 얼레벌레 지나갔다. 조경할 때 처음 심고나서 1년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 하여 그리고 감도 없어서 비료도 안 뿌렸다. 하지만 나무 심기 적기이므로 삽질을 많이 했다. 올 봄에는 나무와 잔디 비료도 줄 예정이다.

봄을 맞기 위한 메인이벤트는 월동용 장비 걷기다. 물론 봄이 오는 기쁨에 빨리 걷으면 꽃샘추위에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덮은 비닐은 걷어내고 이불로 덮어준 왕겨는 굳이 걷어낼 필요 없이 그대로 둔다.

농약이 필요한 유실수 나무들에겐 농약도 친다. 유기농 하고 싶지만 초보는 그런거 몰라요.


나무 파트 편에서도 이미 다뤘지만 2,3월에 많이 심고 식목일쯤이면 살짝 늦었다는 얘기*도 한다. 특히 일찍 꽃이 피는 애들은 늦게 심으면 그해 꽃을 볼 수 없다. 원하는 나무가 있다면 지켜봤다가 빠른 결정! 빠른 구매! 내 마당에 심기를 시행하길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너무 일찍 심었다가 꽃샘추위에 당할 수도 있으니 항상 날씨를 확인하자.

* 온난화로 인해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 존재


모종과 씨앗 구매도 해야한다. 모종은 근처 전통시장에도 있고 인터넷 구매도 가능하다. 모종으로 잘되는 것과 파종해도 잘 되는 것들이 있으니 적당히 맞춰서 산다.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하니 검색해보면 여러군데 나온다.* 베란다텃밭에서도 잘되는 종류는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 씨앗은 아시아종묘(채가원) 등 종묘사에서 구할 수도 있고 모종은 갑조네 등이 있다.


이때 땅 크기와 선호도를 고려하여 미리 생각해두면 좋다. 그렇지 않고 마구 주워담다가는 지갑사정도 씨앗도 플렉스하지만 땅이 비좁은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미리미리 생각해두자. 온갖 씨앗이 다 있어서 다 심어보고 싶지만 세심하지 못한 초보의 손길에 싹도 제대로 틔우지 못한 채 속수무책 당할 수 있으니 미래의 식물을 생각해서라도 자제해야 한다.

*초보가 참고한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텃밭작물 재배 캘린더

텃밭 작물 외에도 봄에 심어야 하는 구근(글라디올러스 등)도 이때 심는다. 겨울에 얼까봐 주지 못했던 물도 주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여름


짧은 봄이 지나면 곧바로 여름이다. 일단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 강제 미라클모닝이다. 한낮에는 너무 덥고 뜨거워서 뭘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저녁 해가 넘어갈 때쯤 되면 모기 파티장이 된다.


일단, 잡초가 엄청 많다. 정말 많다. 나무 사이사이 멀칭을 해주지 않았다면 끊임없이 나온다. 비 오고 나면 더 심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잔디 사이에도 매일 뽑아준다. 처음엔 왜 자꾸 올라오지 이런 생각이 들지만 좀더 지나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뽑게 된다.

잡초 뿐만 아니라 잔디도 쑥쑥 자란다. 못 해도 이주일에 한번씩은 밀어준다. 잔디를 밀고 나면 갈퀴로 긁어모아 버린다.

제초제는 아직 써보지 않았다. 잔디 사이에도 많지만 나무들 사이에도 엄청 나온다. 여름엔 정말 돌아서면 생기고 가을겨울엔 좀 뜸하다. 텃밭에도 나온다.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고자 한다면 비닐멀칭을 하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크지 않은 텃밭에 환경도 생각할 겸 비닐 멀칭은 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코코칩 멀칭을 했다.


물도 매일 줘야한다. 호스파트에서도 다뤘지만 비싼 호스를 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다. 수국 같이 물을 좋아하는 꽃나무도 있으니 목이 마른 나무가 없게 항상 잘 챙겨주자.


그리고 벌레와의 싸움이다. 특정 품종의 장미에는 까만 벌레가 새까맣게 붙어 잎을 뜯어먹는다. 여린 잎이 올라오면 죄 뜯어먹는다. 예쁜 꽃을 보기도 전에 벌레에게 내어주다니! 처음에는 잘 몰라서 에프킬라(...썩 좋은 방법은 아니니 권하지 않는다)도 쳐보고 난황유도 뿌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보일 때마다 손으로 잡기도 했다. 찾아보니 관련 농약이 있다. 이 부분은 다음에 비료, 농약으로 따로 다루기로 한다.


모기는 엄청 많다. 그냥 많다. 날이 더워서 반팔반바지를 입고 나가면 그냥 뜯긴다. 모기기피제, 모기들이 싫어한다는 화초도 심어봤지만 큰 효과는 없다. 덥지만 긴팔 긴바지를 입어 물리적 보호 뿐, 야외 모기 퇴치기계도 있는데 아직 사보지 않았다. 유충제거제는 물 고이는 곳에 주기적으로 뿌려준다.


그 외 봄에 시든 화초들 정리하기, 장마가 오기 전에 튤립 구근 캐기, 시든 장미 데드헤딩 하기, 텃밭 수확하기, 비 올때 화분 내놓기 등등 매일매일 할일 들이 있다. 여름이 제일 바쁘다.


가을


푸른 하늘이 근사한 가을이다. 봄처럼 할게 있다. 다시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에 봄에 품절되었던 나무를 구하기 위해 쇼핑몰을 들락거려본다.


내년 봄에 꽃을 보기 위해 튤립, 알리움 등 구근을 심는다. 가을이 되면 나무쇼핑몰에 입고된다. 빨리 선점하는게 중요하다. 안 그럼 품절되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살 것, 첫해에 이걸 모르고 놓쳐 다음 가을을 기약했다. 겨울이 다가올 수록 잡초도 그리 많지 않고 물 주는 것도 점점 뜸해진다. 대신 메인 이벤트가 있다.


바로 월동준비다. 아직 원하는 나무를 다 사지 못했는데 겨울이 오고 있다. 다시 쇼핑창을 열어본다. 월동준비는 중요하다. 작년 겨울은 많이 추워서 그런지 감나무, 단풍나무 가지가 얼어 눈물을 머금고 베어내야 했다. 나무에 감아 줄 것, 이불 덮어 줄 것들을 구매한다. 전자는 짚, 녹화마대 등이 있고, 후자는 왕겨, 코코칩 등이 있다. 나무별로 추위에 강한 나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나무도 있으니 검색을 통해 먼저 파악하자. 이래서 그렇게 월동되나요!를 외쳤던 것이다.


낙엽이 많다면 낙엽을 덮어주면 되지만, 아직 애기 나무들이라 자가이불이 될만한 낙엽이 없다. 그렇다면 지갑의 힘을 빌린다. 11월쯤 되면 인터넷쇼핑몰에서 짚과 왕겨를 판다. 근처에 정미소가 있으면 직접 가서 사기도 한다는데 초보는 인터넷이 편하다.


코코칩은 코코넛 껍질을 말하는데 멀칭 소재로 쓴다. 이외에도 코코화이버, 바크칩, ,우드칩 등이 있으니 선호하는 것을 골라 사면 된다. 에메랄드 그린은 낙엽을 털어주고 코코칩으로 덮어주었다. 압축된 코코칩을 사서 삽으로 부수고 물에 헹군 다음 뿌려주었다.* 수레에 물을 붓고 삽으로 쪼갠다. 생각보다 쉽게 풀어진다. 이런 작업이 힘들면 돈을 더 주고 풀어진 것을 사면 된다.

*염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그렇게 하라고 상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다. 


흙만 덜렁 있는 것보다 보기에도 훨씬 낫다. 잡초가 올라오는 효과까지 보고 싶다면 더 두껍게 덮어주면 된다. 하지만 모두 돈이고 생각보다 많은 면적이 커버 되지 않아 추가구매를 한건 비밀이다. 그렇게 깔아도 티가 안난다.

왕겨와 나뭇잎을 끌어모아 아래 부분을 덮어준다. 왕겨는 110리터 두봉다리를 샀는데도 부족한 느낌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텃밭에 시금치, 딸기 위에는 비닐을 덮어주기도 한다.

*다양한 쇼핑몰이 있지만 코코칩 외에도 원예자재 등을 한번에 구입하기 위해 조이가든에서 구매, 짚과 왕겨는 스마트스토어 이용, 물품 특성상 상시 판매보다는 11월쯤 열린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녹화마대를 사서 감아준다. 가을에 이식한지 얼마 안됐지만 눈이 나온 친구들은 짚으로 가지와 눈을 감싸주었다. 짚은 강아지를 위해서 샀지만 강아지의 외면으로 인해(실내 생활) 월동자재로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짚을 묶는 끈은 주트로프 같은 것들이 있다.

월동준비가 어려운 일은 아닌데 나무가 여러그루가 되면 좀 힘들다. 빨리 나무가 커져서 낙엽이불을 자체 조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잠복소 같은 것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니 찾아보고 선택하면 된다.

*산림청에서는 해충제거의 유효성은 크지 않으며 오히려 폐기, 소각하는 과정에서 산불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

이쯤되면 비닐하우스를 만드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건 로망 2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근처에 비닐하우스 또는 온실을 만든 집들도 있긴 하다.


겨울


겨울은 크게 할 일이 없다. 눈만 치우면 된다. 눈만 치우면 별일 없다. 그 눈이...(이하생략) 화목 난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장작을 마련할 필요도 없다. 잔디를 깎지 않아도 되고 물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어쩐지 봄이 기다려진다. 꽃눈이 올라온 나무들을 보며 봄을 기대한다.


이렇게 1년 사이클을 돌아본 초보는 도구를 산 것처럼 노동을 줄여보기 위한 여정(이라 쓰고 쇼핑)을 시작한다.


(이 편에서 산 것들) 나무, 각종 모종과 씨앗, 코코칩, 왕겨, 녹화마대, 주트로프, 짚, 모기유충제거제, 비닐, 고추대(지지대), 와이어 등등 더 많은데 기억이 안난다.

작가의 이전글 마당일은 도구가 다 한다 1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