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전시 기획
이언의 사무실은 여전히 깔끔했다. 책상 위 서류들은 각을 맞춰 정렬되어 있었고,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완벽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변한 것이 있었다.
담미와 함께 차를 마실 때면, 이언은 항상 담미의 컵 받침을 아주 미세하게 삐뚤게 놓는 버릇이 생겼다. 0.1mm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던 그가, 이제는 일부러 완벽하지 않은 '오점'을 만들고 있었다.
담미
“큐레이터님, 또 시작했네요?”
담미가 말했다.
이언은 담미를 보며 옅게 웃었다.
이언
“이게 요즘 제가 가진 유일한 취미입니다. 완벽한 일상 속에서… 가장 완벽한 오점을 찾아내는 것."
그는 그녀에게 따뜻한 차가 담긴 머그잔을 건넸다. 그 잔을 담미가 받자마자, 이언은 컵 받침을 아주 살짝 비틀어 놓았다. 담미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담미
“이제 저 없으면 일상생활도 못하시겠네요. 이렇게 오점까지 만드시는 거 보니까."
이언은 그녀의 말에 웃었다.
이언
“맞습니다. 파리에서 배웠죠. 완벽한 계획보다, 계획에 없는 오점이 훨씬 더 재미있다는 것을요."
그는 손을 뻗어 담미의 손을 잡았다. 이제는 그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이언
“그러니… 앞으로 제 완벽한 일상에, 작가님이 계속해서 오점을 만들어주십시오. 평생."
담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시트콤의 대사를 찾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완벽함을 내려놓은 한 남자와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였다.
이언은 담미의 손을 잡고, 파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지막이 물었다.
이언
“자, 그럼… 우리 시트콤의 다음 대사는 뭡니까?"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담미
“그럼, 전시 기획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보죠! ”
두 사람은 일의 경계를 유지하며 공동 작업을 시작했다. 각자의 작업 안에서 활발히 토론하고 공유하는 한편, 때로는 커피 향을 음미하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계속 삐뚤어지는 컵을 번갈아 바꿔보며 함께 웃음을 터뜨린다.
에피소드 1 <메트로, 도시의 심장>
전시 콘셉트: 낡은 파리 메트로 티켓과 지하철 사진, 그리고 손으로 문을 열어야 하는 지하철의 영상 등을 보여줍니다.
이언의 기획 의도
“도시의 심장, 메트로. 이 작은 티켓 하나에 담긴 도시의 역동성과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현대 미술 작품보다 리얼한 감동을 줍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 매력적인 도시의 리듬이죠."
담미 (가상 관람객에게)
“사실 저렇게 촌스러운 지하철 문을 타고 가는 게, 진짜 파리 여행의 묘미라니까요? 우리 모두 완벽한 것보다는 엉성한 것에 더 정이 가잖아요!”
에피소드 2 <므씨으 블루, 가장 완벽한 식사>
전시 콘셉트: 므씨으 블루 레스토랑의 명함과 함께, 호텔 로헝의 냅킨에 휘갈겨 쓴 메모, 그리고 에펠탑 야경 사진을 전시합니다.
이언의 기획 의도
“완벽한 야경과 완벽한 코스 요리.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는, 그 완벽함을 깨뜨리는 사람의 존재입니다. 이 냅킨은 그 불완전함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흔적입니다.”
담미 (가상 관람객에게)
“에펠탑이 반짝일 때 감동적인 멘트 대신 시청률을 걱정하던 사람의 흔적이죠. 완벽한 데이트가 망가진 순간, 그게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 시트콤의 공식이거든요.”
에피소드 3 <앉아있는 서기, 직장인의 비애>
전시 콘셉트: <앉아있는 서기> 조각상의 사진을 거대한 패널로 전시하고, 그 아래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마감의 고통'에 대한 사연을 적어 붙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이언의 기획 의도
“고대 이집트의 조각상은 더 이상 역사 속 유물이 아닙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고된 일상과 연결되죠. 관람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
담미 (가상 관람객에게)
“고대 이집트의 서기님,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라는 거 제가 알아요. 오늘은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그 표정… 전공이 시트콤 작가인 제가 증명합니다! “
이번 전시는 그들에게 단순한 프로젝트를 넘어, 둘의 관계를 세상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사랑의 선언'이 될 겁니다.
그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전시 ‘가장 완벽한 오점‘의 기획을 함께 시작해 볼까요?
1. 전시 기획 도록: 시트콤 대본
전시 도록은 딱딱한 설명집이 아니라, 두 사람의 파리 여행을 담은 시트콤 대본처럼 꾸며집니다.
도록 제목
<가장 완벽한 오점: 큐레이터와 작가의 파리 르포타주>
표지/
공항에서 쏟아져 나온 담미의 엉뚱한 수집품들(메트로 티켓, 냅킨, 유람선 티켓 등)을 깔끔하게 배치한 사진.
목차:
등장인물 소개:
강이언 (41세, 큐레이터): 완벽주의자. 그의 삶은 모든 것이 정렬된 갤러리 같았지만, 어느 날 엉뚱한 작가를 만나 첫 번째 오점을 남긴다.
허담미 (37세, 시트콤 작가): 자유로운 영혼. 그녀의 머릿속은 언제나 혼란스러운 시트콤 대본 같았지만, 어느 날 완벽주의자 큐레이터를 만나 가장 완벽한 로맨스를 시작한다.
에피소드 1화 - 7화: 각 챕터가 파리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의 제목으로 구성됩니다. (예: 1화. 파리의 완벽한 계획, 2화. 퐁피두를 버린 이유, 3화. 므씨으 블루의 재즈 선율 등)
2. 전시 섹션 기획: 에피소드로 나누어진 공간
전시 공간은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뉘며, 각 섹션은 그들의 시트콤 에피소드를 상징하는 '무대'가 됩니다.
섹션 1: The Pilot - 완벽한 계획의 서막
주제: ‘일상의 오점, 첫 만남‘
공간: 파리 메트로의 낡은 티켓을 확대해 조명으로 비추고, 벽면에는 수동으로 문을 여는 영상이 반복 재생됩니다. 그 옆에 이언이 파리 여행을 위해 꼼꼼히 짜두었던 스케줄표를 함께 전시하여, 두 사람의 극과 극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전시품: 실제 파리 메트로 티켓, 낡은 파리 지도, 이언이 작성한 스케줄표.
섹션 2: Episode 2 - 위대한 오점들
주제: ‘가장 불완전해서 가장 아름다운 ‘
공간: 루브르 박물관의 대리석 조각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치 미술 작품을 선보입니다.
작품 아이디어:
<모나리자>: 관람객들이 셀카를 찍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영상을 거대한 화면에 띄우고, 그 위에 실제 모나리자의 복제품을 설치합니다.
<앉아있는 서기>: 책상에 앉아 고민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서기의 조각상을 함께 배치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입니다.
<세 여신>: 세 명의 여신이 서로 인스타그램 사진 때문에 다투는 듯한 코믹한 대사를 자막으로 넣어줍니다.
섹션 3: The Climax - 가장 완벽한 풍경
주제: '오점을 통해 완성된 사랑'
공간: 에트르타의 석양을 모티브로 한 낭만적인 공간입니다. 한쪽 벽면에는 바람개비 영상을 띄우고, 다른 벽면에는 바다에서 촬영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입니다.
전시품: 바람개비, 에트르타에서 찍은 두 사람의 사진(혹은 그림), 해변의 자갈.
섹션 4: The Epilogue - 다음 에피소드를 위하여
주제: '불완전한 삶의 수집가들'
공간: 갤러리 한가운데에 투명한 진열장을 설치하고, 그 안에 담미가 파리에서 모아 온 모든 수집품을 진열합니다.
전시품: 파리 유람선 티켓, 므씨으 블루의 명함, 찢어진 바게트 봉투, 가라오케 바 코스터 등.
3. 작가 초청 및 협업
이언과 담미는 이 전시를 위해 전통적인 예술가 대신, ‘이야기’와 ’ 감성’을 담을 수 있는 현대 작가들을 초대합니다.
영상 작가: 파리 메트로와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해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을 담아줄 영상 작가.
설치 미술 작가: <앉아있는 서기>나 <세 여신> 같은 작품을 재해석해줄 젊은 설치 미술 작가.
포토그래퍼: 에트르타의 석양과 두 사람의 낭만적인 모습을 담아줄 감성 포토그래퍼.
이언
“두 사람이 직접 찍은 사진들을 전시에 넣는다는 것은 그 어떤 유명 작가의 작품보다도 진정성 있고 감동적인 '오점'이 될 거예요.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전시는 틀림없이 대박을 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