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남자. 큐레이터 8 <시즌 1>

사트콤: 가장 완벽한 불완전함

by 새벽별노리


파리에서 돌아온 후,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바뀝니다. 이언은 더 이상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획하지 않습니다. 그의 사무실 책상은 여전히 정리되어 있지만, 그의 행동에는 담미의 엉뚱함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담미의 컵 받침을 일부러 삐뚤게 놓거나, 주말에 아무 계획 없이 산책을 나가자고 하는 등, 이언의 '완벽한 불완전함'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파리에서의 경험이 두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완벽하게 자리 잡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인천공항

파리 연수일정은 끝이 났고, 인천국제공항.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기 위해 수화물 벨트 앞에 섰을 때, 담미는 가방에서 작은 파일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녀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낡은 파일의 지퍼가 뜯어지며 내용물들이 쏟아져 나와 벨트 위로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담미

“아, 이런! 안 돼!”


담미가 당황하며 바닥에 엎드려 떨어진 물건들을 주웠다. 이언은 웃으며 그녀를 도왔다. 벨트 위에서 굴러 나온 물건들은 하나같이 엉뚱한 것들이었다.


<모나리자> 엽서 한 장, 찢어진 메트로 티켓, 호텔 로랑 재즈바의 냅킨, 레스토랑의 명함, 포스트잇에 휘갈겨 쓴 메모, 그리고 센강 유람선 티켓.


이언은 그 물건들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알고 있는 큐레이터의 수집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어떤 유물보다 값진 것들이었다. 그는 담미의 손에 쥐여진, 구겨진 파리 지도를 보며 말했다.


이언

“작가님은 이런 것들을 모으는 습관이 있었군요.”

담미는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


담미

“그냥… 다녀온 곳의 조각들을 모으는 습관이 있어서요. 제 시트콤의 소품들이랄까…?”


이언은 엉망이 된 파일을 다시 채워 넣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깔끔하고 완벽한 것을 찾는 큐레이터의 눈이 아니었다.


이언

“이건… 그 어떤 박물관의 소장품보다 아름다운 컬렉션이네요. 완벽하지 않아서 더 완벽한 작품이군요.”


그의 말에 담미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이언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언

‘... 다음 에피소드. 한국으로 돌아온 완벽한 큐레이터와 엉뚱한 작가의 이야기. 그는 그녀의 사소한 기억 조각들을 모으는 수집가이자, 동시에 그녀의 삶을 큐레이션하는 가장 완벽한 연인이 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를 위해 오늘도 계속된다. 끝.’

(이언은 담미의 손을 잡고 그녀의 시트콤이 된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서울로 돌아온 일상

‘가장 완벽한 불완전함'


공항에서의 마지막 순간 이후, 한 달 뒤, 두 사람은 다시 갤러리에서 만났다. 이언의 사무실은 여전히 깔끔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커피잔은 컵 받침 위에 일부러 삐뚤게 놓여 있었고, 이언은 담미가 준 호텔 로랑의 냅킨에 메모를 하고 있었다.


이언

“작가님, 이번에 기획하는 전시는 ‘도시의 감성’이 주제인데, 영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네요. 너무 전형적인 것 같아서.”


이언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담미는 팔짱을 끼고 갤러리 벽을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생명력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때, 담미의 눈에 문득 이언의 책상 한쪽에 놓인 작은 파일이 들어왔다. 그건 바로 파리에서 그녀가 가져온 티켓과 명함들이 들어있는 파일이었다.

담미가 파일에 손을 뻗자, 이언이 살짝 멈칫했다.


이언

“그건….”


담미

“큐레이터님, 저는 큐레이터님이 뭘 놓치고 있는지 알 것 같아요.”


담미가 파일을 꺼내 그 안의 냅킨과 유람선 티켓을 보여주었다.


담미

“이것 보세요. 우리가 파리에서 했던 모든 것들은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낡은 메트로 티켓, 엉터리 가라오케 노래, 땀 흘리며 올라간 언덕… 하지만 큐레이터님은 이 모든 것들에서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을 찾았잖아요.”


이언은 담미의 손에 든 구겨진 티켓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모네의 완벽한 붓 터치가 아니라, 바람개비가 돌아가던 언덕의 풍경이 떠올랐다.


이언

“그래서 말이죠. 이번 전시 주제는 ‘도시의 감성’이 아니라, ‘일상의 불완전한 조각들‘로 바꾸는 게 어때요?“


담미가 반짝이는 눈으로 이언을 보며 말했다.


담미

“사람들은 거창한 예술품보다, 자기와 닮은 평범한 순간들에서 더 큰 감동을 느끼거든요. 우리가 파리에서 모아온 이 티켓들과 명함들을 전시의 시작에 두는 거예요. '가장 완벽한 예술은, 당신의 일상에 숨어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요.”


이언은 담미의 이야기를 듣고 멍하니 있다가, 이내 활짝 웃었다. 그가 평생 동안 고민했던 ‘예술의 대중화’에 대한 해답을, 담미의 엉뚱한 아이디어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언

“좋아요. 작가님.”


이언은 담미의 손을 잡았다. 이제 그들은 단순한 큐레이터와 작가가 아닌, 가장 완벽한 연인이자,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수집하는 공동 큐레이터가 되었다.


이언

“그럼, 우리 시트콤의 다음 에피소드... 함께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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