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남자, 큐레이터 2_6

에피소드 6_ 함께 하는 온도

by 새벽별노리

여행에서 돌아온 후, 담미는 익숙했던 환경을 바꿔 이언의 집으로 짐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마침내 담미가 이언의 집으로 이사하는 날. 그녀의 발이 문턱을 넘는 순간, 이언의 집 내부는 담미의 집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그녀를 맞이했다.

먼지 한 톨 찾아볼 수 없이 반짝이는 공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선의 낮은 가구들, 질서 정연하게 정돈되어 마치 미끄러질 듯한 서재의 책장까지. 이언의 공간은 그 자체였다.

이언이 각 잡힌 캐리어 하나만을 끌고 왔던 것과 달리, 담미는 평소 생활에 필요한 모든 짐을, 마치 삶의 조각들을 옮겨 놓듯 커다란 상자들과 함께 나타났다. 이언은 현관에 쌓인 짐 더미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언

“이렇게 많은 짐이 필요하다니, 새삼스레 내가 담미 씨의 섬세함을 과소평가했나 싶네요.”

담미는 킬킬거리며 대답했다.

담미

“제가 디테일의 여왕이긴 하죠. “

담미의 눈에 들어온 깔끔한 동선과 털어서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을 반짝거리는 바닥을 보며 캐리어를 조심스럽게 옮겼다. 고단함을 씻어 줄 듯 부드럽고 뽀송한 두께감의 덧방석 아래로 고급스러운 가죽이 덧입혀진 암체어와 바로 옆 탁자 위의 크리스털 위스키잔은 마치 이언, 그 자체를 말하는 듯했다.

이언은 그녀의 물건들을 조심스럽게 옮겨다 놓으며 그녀를 위한 방으로 이끌었다.


담미

“모든 것이 질서정연해서 오히려 제겐 이 집이 낯설게 느껴지네요. 이질적이지만, 동시에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이언 씨를 느끼는 것 같아요. “

“처음엔 그렇겠죠. 하지만 이 낯선 요소들이 당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 같아서 나쁘지 않아요. 서로가 익숙해지려면, 이 집의 공간들을 낯설지만 가까운 공간으로 다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사람 사는 냄새가 좀 나야겠는데요?! “

담미가 이언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언

“맞아요! 그래야 이 집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날 것 같아요. 완벽한 건 박물관에나 어울리죠. 우리는 숨 쉬고, 웃고, 때로는 실수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이 집에 우리의 모든 흔적이 묻어나는 게 좋아요.”

이언은 미소 지었다. 그녀의 '사람 사는 냄새'라는 표현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닿았다. 그는 담미의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이언

“좋아요, 디테일의 여왕님. 이제 당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도록, 이 집을 우리의 흔적으로 가득 채워봅시다. “

담미

“자, 이언 씨. 이 암체어부터 시작해 볼까요? “

이언

“암체어요? 여긴 완벽하게 편안한데요.” 이언이 조금 당황하며 물었다.

담미는 자신의 옷방에서 며칠 전 여행지에서 사 온, 알록달록한 패턴의 인도산 면 스카프를 들고 왔다. 그리고는 망설이는 이언에게 시범을 보여주듯, 그 고급스러운 암체어의 등받이 한쪽에 스카프를 아무렇게나 툭 걸쳐놓았다. 스카프는 우아한 가죽 표면 위에서 미끄러지듯 구겨진 채 멈췄다.


담미

“어때요? 완벽하게 삐뚤어졌죠?” 담미가 활짝 웃었다.

이언은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하는 듯 보였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이 강하게 울렸고 담미의 눈빛이 그를 붙잡았다.

“자, 이제 이언 씨 차례예요. 이 테이블 위에 항상 수평으로 놓여 있는 저 크리스털 잔에 뭔가를... 아무렇게나 놔보세요.”

이언은 잠시 망설이더니, 책상 위에 있던 자신이 읽다 만 접힌 페이지의 책 한 권을 가져왔다. 그는 책을 탁자 위의 잔 옆에 ‘툭‘ 하고 내려놓았다. 책은 잔과 평행을 이루지 않았고, 그의 성격대로라면 책갈피를 끼워야 할 페이지가 귀퉁이가 살짝 접힌 채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담미는 박수를 쳤다.


담미

“성공! 이제 이 테이블은 정돈된 진열대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선 삶의 순간이 되었어요. “

이언은 그녀가 하라는 대로 따라 하는 자신의 행동을 보고 더욱이 그녀가 사랑스러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은 무질서가 가져다주는 해방감은 예상외로 달콤했다. 그는 비로소 담미가 말하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완벽함 뒤에 숨겨진, 진짜 삶의 자국들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다름 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깊어졌다. 그들은 서로의 다른 취향을 존중했고, 상대방의 단점이라기보다는 고유한 개성으로 여겼다. 이 방식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관계를 아름답게 만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