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브라질 리오 이파네마의 소녀
리우에서 마지막 날, 아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밤 9시 리우를 떠나 휴스턴, 나리타를 거쳐 서울로 간다.
보사노바의 고향
볼 것도 많은 리오에서 고작 2박3일, 이파네마 해변이 바로 코앞인데, ‘리자 오노’가 부른‘이파네마의 소녀’는 없지만 좋은 해변은 어디에나 있지, 하지만 ‘보사노바’의 도시에서 공연 한 번 못 보고 떠나다니, 하긴 다음 여행에서 이 곳을 오지 말란 법이 있는가? 애써 다음을 기약한다.
리우데자네이루는 ‘보사노바’ 리듬의 고향이다. 보사노바는 정열적이고 빠른 비트의 삼바에서 나온, 재즈의 영향을 받아 발전한 음악형식으로 1960년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아스트루드 질베르토, 일본계 이민자 2세인 오노 리사 등에 의해 미국과 일본 등으로 퍼져나간, 가볍게 속삭이는 듯한 감미로운 음악이다. 리오의 이파네마 해변은 보사노바의 대표적인 ‘The Girl from Ipanema’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이 곡을 듣는 순간 내게 이파네마는 보사노바의 성지가 되었었다.
남은 하루를 어찌 효율적으로 보낼까? 먼 거리가 아닌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을 찍고 나서, 우선순위를 매기는 거다. 더운 기후의 리오에서 몸을 축내지 않고 다니는 방법은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숲이 우거진 공원이나 시원한 곳에 들어가는 것.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대성당 Catedral Metropolitana부터 시작해서 시립극장, 국립미술관, 점심을 먹고 나서 거리가 있는 근대미술관 MAM과 플라멩코 Flamengo공원까지 계획을 잡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전부 미술관이다. 오전에는 국립미술관, 오후에는 근대미술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센트로와 거리가 먼 니테로이 아트센터가 많이 아쉽다.
리우데자네이루 대성당 Catedral Metropolitana de Sao Sebastio
멀리서 보면 거대하고 남성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대성당 Catedral Metropolitana de Sao Sebastio이다. 누가 저 건물을 교회라고 하겠는가, 가까이 다가서도 이 투박한 모양새가 미래지향적인 도서관 정도로 보인다. 간결한 구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흥미가 생기는 건축물이다. 1964년에서 1979년 완공한 현대적인 건물로 거친 노출 콘크리트의 질감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안으로 들어서니 기대와 다르지 않다. 높은 천정은 마치 자연조명처럼 설계를 하고 수많은 창에서 들어오는 간접조명, 띠처럼 천정에서부터 내려오는 4면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것 외에는 다른 곳에서 보이는 화려한 성당의 장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2만여 명이 한 번에 미사를 드릴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누구든 다 들어오시오”라는 것처럼 활짝 문이 열려있다.
리우에서는 걸어야 한다
리우에서는 걸어야 한다. 브라질은, 특히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브라질리아는 세계 유수의 건축가들의 장이기도 한다. 이곳은 그중에서도 리우의 센트로가 아닌가? 걷다 보면 건축 서적에서 봤던 건축물들이 내 그림자 앞에 떡 하니 서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생각이 안 난다. 오늘도 그랬다. 아~ 바보 멍청이!~
또한 이 곳은 리우가 배출한 ‘오스카르 니에메예르(오스카 니마이어)’의 고향이기도 하다. 1907년 리우에서 태어난 그는 1988년 건축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는다. 그는 브라질이 사랑한 건축가로 수도인 브라질리아를 세계적인 건축도시로 설계한 건축가이다.
리우의 숙녀, 시립극장
고개를 적당히 들고 걸어야 하는 리우데자네이로의 센트로에서 두 블록 정도 가면 예쁜 외관의 바로크식 건물인 시립극장이 나온다. 브라질이 돈이 수중에 많이 있을 당시에 파리의 오페라극장을 본떠 지은 오페라극장이었다. 오래된 건물 치고는 건물 자체가 깔끔해 보인다. 예쁜 사람을 보면 일단 눈을 쉽게 떼지 못하듯 한 참을 그냥 바라보았다. 값진 보석으로 격조 있게 꾸민, 나이는 먹었으나 나이는 들어 보이지 않는 그런 여자처럼 보였다.
국립 미술관 Museo Nacional de Balas Artes
시립극장 가까이 클래식한 근사한 외관을 가지고 있는 국립 미술관 Museo Nacional de Balas Artes이 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소장품들이 있어서 놀랬던 곳, 포르투갈의 왕이 1808년 리스본에서 리우로 수도를 옮길 때 가지고 왔던 작품들이 많다고 했다.
리우데자네이루는 포르투갈 왕국의 수도였고, (1807년 나폴레옹 군이 포르투갈을 침공했을 당시 왕은 리우로 피신하여 그때부터 포르투갈 왕국이 된다. 포르투갈 왕이 1821년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리우는 포르투갈 왕국의 수도였던 것이다.
모던한 근대, 현대작품, 설치미술과 미디어 작품, 그 시대의 트렌드를 보여주는‘카툰’까지 브라질 미술의 현주소가 얼마나 풍성한지를 보여준다.
국립미술관에서 나오니 출출하다. 한 템포 쉬어가는 시간, 밥을 먹고 가자~ , 빌딩 숲 사이의 레스토랑들은 점심시간이어서인지 손님들이 너무 많다. 그중 많은 손님들로 분주하면서 편한 좌석을 가지고 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으니 이제야 다리는 아파오며, 메뉴에 있는 것을 다 삼킬 것 같은 식욕이 하늘을 찌른다. 샐몬 파스타, 디저트와 커피, 눈도 입도 너무 맛있다! 웬만하면(지저분하지만 않다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별로 없다. 사실 새로운 음식은 호기심에 더 맛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플라멩코 공원과 근대미술관 Museu de Arte Moderna
감탄하면서 먹고 나오니 배터리가 충전된 것처럼 몸이 가볍다. 대로만 건너면 플라멩코 공원과 근대미술관 Museu de Arte Moderna, 오늘의 하이라이트,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해안 쪽으로 조금 걸으니 바로 눈앞에 제 살을 다 드러내 놓은 거대한 콘크리트 다리들이, 열대 우림지역의 주택처럼, 고구려 시대의 창고였던 부경처럼 긴 건물을 떠받치고 있다. 모던한 외관처럼 신선한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기대만큼,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과 견줘도 만만하다.
근대미술관은 플라멩코 공원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는데 공원은 멀리 빵 지 아수카르까지 길게 바다와 접해있다. 화가이며 조경 예술가인 ‘로베르토 부를레 막스’(플라멩코 공원과, 코파카바나 해변의 산책로를 디자인한)
가 설계한 정원이 마치 미술관의 콘크리트에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것 같다.
눈을 들면 바다에 떠 있는 요트들, 넓디넓은 공원의 쭉쭉 뻗은 나무 밑 간간이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 센트로에 이렇게 멋진 미술관이 있는 환경이 살짝 부럽다.
돌아오는 길, 호텔 가까이 멋진 오래된 성당이 있어서 들어가니 150년 된 장로교회라고 적혀 있다. 화려하지 않은 오래된 교회의 예배당도 소박하다. 교회의 정원은 성가를 지휘하는 사람과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동상이 마치 노랫소리가 들리듯 자연스럽다. 아마 가스펠로 유명한 교회인 것 같기도 하다. 동상 옆에서, 지휘자의 악보도 한 번 쳐다보고, 성가단에 앉아있는 이들 옆에서 성가도 부르면서 아름다운 도시 ‘리우’에게 작별을 고한다. 안녕 리우네자네이루! 안녕 아름다운 대륙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