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처럼 먹고, 마시고, 이들을 따라서 웃었다.

제23화 브라질

by 그루


포스두이과수공항, 9시 30분발 탐항공을 타고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로 향한다. ‘리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1월의 강’이란 뜻의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리우데자네이루주의 주도이다.


탐 항공을 이용해 리우데자네이루로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센트로 쪽 호텔로 가는데 거대한 도시를 실감 나게 할 만큼 멀다. 중후한 모습의 택시기사가 “어디서 왔느냐?” “어디를 다녀 왔느냐?” 며 묻다가 호텔에 가까이 오니 고맙게도 슬며시 리우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을 당부한다. ‘카메라를 조심할 것, 가방은 앞으로 맬 것, 골목으로는 들어가지 말 것,’ 등 호텔 앞에 내려주면서 즐거운 여행하길 바란다는 인사까지 잊지 않는다.



그는 리우에서 처음 만난 리우데자네이루의 시민이다. 여행을 하면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인데, 이미 몸에 배어있는 습관들을 걱정스레 다시 한 번 일러주는 부모님의 마음처럼 따뜻하다. 택시기사의 말을 들어서일까, 낡아서 방치된 할렘화가 된 것 같은 허름한 센트로, 허름한 것이 역사의 흔적이라면 역사가 오래된 도시라고 해야 하나, 내가 기대하던 리우의 인상과는 정 반대의 모습인 센트로의 인상이었다.


‘빵 지 아수카르’


일방통행도 많은 것 같아서 버스를 타기도 수월치가 않지만 볼거리가 여기저기 멀리 떨어져 있는 이 큰 도시에서는 택시비도 엄청나거니와 안전을 위해서 택시보다 버스를 타기로 했다. 과잉 친절했던 택시기사의 말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묻고 물어서 170번 버스를 타고 ‘빵 지 아수카르’로 향했다.


케이블카에서, 마치 바개뜨빵 같은 빵 지 아수카르


슈가로프라고도 부르는 빵 지 아수카르(설탕 빵)는 케이블카를 두 번 타고 오르는데 커다란 빵처럼 생긴 바위산에 연결된 케이블카는 1912년 첫 운행을 했다하니 2015년 지금은 100년도 넘어선다. 그저 조금 올라갔을 뿐인데도 범상치 않은 풍경이 눈앞에 보인다. 멀리 코르코바두산의 예수상이 먼저 보이기 시작하고 고개를 돌리면 긴 유선형의 해안선과 요트들, 점점이 박힌 주택들과 매끈한 빌딩들, 정상에 오르기도 전, 리우는 벌써 내가 제일 사랑하는 도시가 되어 버렸다. 세상에 태어나서 해안선은 물론이고 지상에서조차 이렇게 시원스럽고 완벽한 아름다운 라인을 가지고 있는 도시를 아직은 본 적이 없다.




역시 정상에서의 음료는 정말 비싸다. 하지만 마시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어서 그리고 그 감동이 조금 사그라들면 더워진다. 아이스커피는 5.5 헤알, 어른 머리통보다 큰 시원한 코코넛 1개에 3 헤알.



슈가로프에서 내려오니 가판대에서 코코넛 파는 아저씨,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냥 달려간다. 8월은 겨울이지만 리우는 언제나 덥거든! 후~ 아저씨와 친한 척 하고 코코넛 주스 하나 해치우고, 자신 있게 코르코바두 언덕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코르코바두의 예수


기사 아저씨에게 “우리 코르코바두 언덕으로 가려고 하니, 가까운 곳에서 내려달라”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 하신다. 내리려고 하니 그냥 타고 잠시 기다리란다. 길을 바꿔 한참 내려가더니 그 곳에서 내려 바로 583번을 타라고 한다. 물론 버스비는 사양한 멋쟁이 기사 아저씨!, 늘 이렇듯 남의 친절을 누워 떡 먹듯이 받아먹고 다닌다.


울창한 숲길을 트램을 타고 올라간다.


트램을 타고 숲이 제법 울창한 산을 30여분 오르면 코르코바두산의 정상에 다다른다. 1931년 브라질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세웠다고 하는데 그리스도의 얼굴이 ‘순전하다’고 해야 하나, 정말 착하게 생겼다. 만든 사람도 가장 순수하고 완전해 보이는 얼굴을 만들려고 했을 것을 생각하면, 누구나 보는 눈은 같은가 보다.




언덕에서 내려오니 어둠이 내려앉아있다. 180번 버스를 타고 센트로에 있는 호텔로 들어오는 길, 오늘 아침에 공항에서 들어올 때 느꼈던 느낌이 아니다. 호텔 옆에 있는, 옛날 종로 3가의 단성사와 비슷한 영화간판이 붙어있는 오래된 극장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호텔 옆 선술집처럼 생긴 레스토랑은 미국의 20세기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nighthawks가 생각날 만큼 환~하다. 비록 매우 분주하지만. 아~ 이런 동네였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느껴지는 정겨움은 뭐지?


호텔인근의 시네마



마치 불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불나방들처럼 현지인들과 함께 로컬 식당으로 들어갔다. 꽃무늬와 비치가 그려져 있는 물기가 남아있는 비닐 테이블보마저 오래된 친구 같다.

오늘 밤은 이들처럼 먹고, 이들처럼 마시고, 이들을 따라서 웃었다.

깊어가는 리우의 센트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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