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에서 동남쪽으로 약 90킬로미터에 위치한 석림과 구향동굴은 널리 알려지기도 했지만, 접근이 쉬워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윈난 패키지여행 상품 안에 대부분 포함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중국의 명승지를 돌아다녀보면 사람에 치여서, 진이 다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석림 앞 호텔에서 묵었던지라 아침 8시 오픈시간에 맞춰 누구보다도 일찍 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셔틀버스 타는 곳에는 이미 깃발 앞에 줄을 세운 여행사들이 많다.
중국 대부분 풍경구에서 시행하는 시스템처럼, 입구부터 석림까지는 한참 셔틀 기차를 타고 들어간다. 이런 구조는 구경하는 사람이야 돈도, 시간도, 힘도 들지만, 멀리 내다보면 자연경관을 보호하는 장치도 될 것이다.
10여 일 전, 웬모의 토림을 다녀온 후여서 석림은 지나는 길이면 한 번 볼 생각이 있었지만, 굳이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펼쳐진 석림의 파노라마를 보는 순간, 이걸 안 보고 윈난을 봤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았다.
먼 옛날 바다가 융기하여 세상 위에 자태를 드러낸 돌 숲은 어디부터 봐야 할지 끝없이 넓다. 시야가 복잡하여, 볼만한 포인트는 다닐 것 같은 노란 깃발을 든 중국 여행객들의 꽁무니를 즐겁게 따라다녔다.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나니 그들은 앞 쪽에 있는 중요한 포인트만 보고 서둘러 나가버린다. 여행 중에 현지 에이전시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중국에서는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 되었다
아쉬마와 아헤이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아쉬마’앞에서는 얼마나 혼잡한지 옆에 있던 사람도 잃어버리겠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족 처녀 아쉬마와 청년 아헤이는 사랑하는 사이다. 이를 시기하던 촌장의 아들 아쯔는 그들의 사랑을 수단방법을 다해 방해하는 인물로 사악하다. 모든 위기를 이겨낸 어느 날, 연인은 집으로 돌아가다가 잠시 마을 둑에 앉아 쉬고 있는데, 뒤 따라온 아쯔는 계곡물을 가둬둔 둑을 헐어버린다.
급작스럽게 쓸려 오는 물에 아쉬마는 떠내려가다가 익사를 했다. 목청껏 불러대는 아헤이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쉬마는 사랑하는 아헤이의 눈앞에 석상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중국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 아쉬마상 앞
길가에 접한 석림은 이렇게 매끄럽고 친절하다.
돌의 숲, 길을 잃었다.
석림 안에서도 셔틀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석림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셔틀 기차가 다니는 큰길을 따라 양쪽으로 구역이 정해졌는데, 돌 숲으로 들어갈 때 만일을 대비해서 구역을 잘 보고 들어가야 한다.
돌 숲은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다 못 볼 것처럼 넓다. 멀리까지 들어갔다가 나올 때 걸어서 나오는 것은 비추, 돈을 내고 셔틀 기차를 타고 나오는 방법이 좋다.
일단 들어가면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나올듯한 놀라운 풍경 속을 따라다니다 보면 지하세계로 한참을 내려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동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떨어진 느낌을 순간순간 받게 된다. 신비롭다고 느끼는 순간 두려움이 엄습해오면 길을 잃은 것이다.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길을 잃어 본 사람만이 석림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돌의 깊은 숲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석림의 태곳적 모양과 색깔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만날 약속을 안 했다면 나는 온종일 북유럽의 숲을 닮은 돌 숲을 헤매고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곳곳에 있는 SOS전화기는 그나마 위로가 된다.(통화가 되는지 해 보고 싶었다)
숲으로 들어가면 원시적이면서도 거친, 야성미를 드러낸다.
'모자가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앞에 써 있다.
이곳은 수평선
구향동굴(九郷洞窟)
석림에서 가까운 구향동굴은 쿤밍에서 83킬로미터에 위치한다. 사나운 물길을 사이에 둔 깊은 협곡으로 들어가다가 동굴로 이어지는 석회암 동굴은 습도와 석회암 성분으로 인해 바닥이 퍽 미끄러워 조심해서 다녀야 한다.
입구의 장엄함이 압도적인데 동굴 안의 수량이 풍부한 폭포들도 다른 곳에서는 드문 동굴 풍경이다. 누가 생각했는지, 매표를 하면 주는 구향이라고 써 있는 생수는 정말 반갑다.
다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에 동굴의 원시성이 퇴색되어 버렸다. 동굴 안의 넓은 화장실은 이해하기 힘든 놀라운 시설이었다. 들어가기 전 볼일을 볼 수 있도록 알리고,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동굴 입구에 더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입구에는 2005년 상영한, 배우 김희선과 성룡이 함께 출연한 신화라는 드라마를 찍었다는 홍보문이 붙어있다.
색 조명으로 현란하게 장식한 동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너무 아름다운 종유석과 석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