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족 언어로‘물고기와 새우가 많은 호수’라는 예쁜 뜻을 가지고 있는 푸저헤이는 이족과 좡족, 요족, 먀오족 등 여러 소수민족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며 같이 살아가는 곳이라고 한다.
쿤밍에서 동남쪽으로 약 280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는 추베이丘北 현 푸저헤이는, 바메이에서 서쪽으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있다니, 호수와 어우러진 물빛에 반영된 카르스트 지형 잔구들의 진한 녹색은 산뜻하기까지 하다. 아직은 6월 중순이라 만개한 연꽃의 장관은 못 보겠구나 생각했지만, 탁 트인 시야와 호수에 반영된 평화로운 풍경만 봐도 가슴이 벅차다.
잔구
칭롱산(靑龍山)에서
잔구여서 경사는 있지만 그렇게 높지 않은 칭롱산(靑龍山)에 오르면 푸저헤이의 진면목을 관찰할 수가 있다. 평평한 분지 위에 마치 잔을 엎어 놓은 듯한 아름다운 카르스트형 잔구들의 모습과, 호수 위에 연둣빛과 녹색이 한창인 수상정원처럼 보이는 논과 밭, 낭만적인 다리는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고, 붉은 토담과 기와를 얹은 마을은 흡사 동화 속 소인국 풍경 같다.
중생대의 낮은 바다가 융기하여 이산화탄소를 머금은 물에 녹아 수억 만년이 지난 형태가 푸저헤이의 풍광이다. 비가 많은 곳의 석회암 잔구들은 탑(Tower) 모양을 하고 있어 탑 카르스트라고 부르는데, 아름답기로 유명한 탑 카르스트형의 잔구들이 많은 곳은 구이린과 베트남의 하롱베이이다. 푸저헤이도 그만 못할까.
윈난 동남쪽에서 시작한 탑 카르스트 지형은 베트남의 바다 하롱베이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여행업을 하시는 쿤밍에 사시는 분께서 했던 말씀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글쎄, 윈난에서 구이저우를 지나 광시 쪽을 지나 베트남 가까이 차를 타고 가는데 구이린 같은 풍경이 계속되더라고!”
수천 개의 잔구들이 있을 진데 얼마나 많은 동굴들을 품고 있을까, 칭롱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들린 동굴은 동굴 아래를 흐르는 물에 비친 동굴의 반영이 독특하다. 이 곳도 역시 울긋불긋 색 조명으로 꽃단장을 해 놨다.
칭롱산 오르는 길
칭롱산에서 본 푸저헤이, 카르스트 지형 분지 위의 잔구들과, 호수와 습지 그리고 작물들
푸저헤이 풍경, 붉은 흙벽돌로 지은 집과 마을의 다리
칭롱산에서 내려오면
객잔들이 몰려있는 마을에 들어오니 호숫가에 연꽃이 피어있다. 빽빽하게 올라선 연잎들 사이로 청초하게 피어있는 하얀 연꽃이 무심하도록 아름답다.
푸저헤이의 만개한 연꽃들
객잔에서
푸저헤이의 물놀이
다음날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나오니 부두 앞 가게에는 우비와 손잡이가 긴 바가지들이 쌓여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는 배를 타자마자 알게 되었다. 푸저헤이의 유명한 물싸움에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습지와 호수에서, 등에 불을 밝히듯 연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이 오면 푸저헤이의 호수에서는 서로에게 축복하듯 다른 배에 물을 뿌리는 물놀이를 즐긴다고 한다. 물놀이는 윈난, 미얀마, 라오스 등지에서 즐기는 물 축제인 송크란에서 유래된 것으로 원래는 제일 더운, 4월 중순에 즐기는 타이족의 새해 축제였다고 한다.
물놀이에는 긴 바가지뿐만 아니라 대형 물총으로 쏘아댄다. 서로의 배에 물을 뿌리며 놀다가, 얌전한 우리 배를 보고 물을 뿌리려다가 멈칫한다. 아마도 카메라가 눈에 보인 것이다. 비도 내리겠다. 카메라만 없어도 신나게 젖어보는 것도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