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성채들처럼

윈난 - 웬모(元谋)의 우마오토림(物茂土林)

by 그루


쿤밍에서 약 192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웬모(元谋)는 한나절 이상 달려야 할 만큼 꽤나 거리가 멀다. 웬모에 들어오니 건조한 열대 초원의 기후처럼 매우 덥다. 옆으로 지쳐가는 풍경들은 모두 토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괴한 흙무덤들이 많은데, 실제로 토림은 한 곳이 아니고 여러 곳이 있다고 한다. 그중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은 우마오토림(物茂土林)이다.


비가 오는 6월에 가면 진흙탕으로 된 길을 걸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터지만 비는 무슨, 해만 쨍쨍하니, 소나기라도 한 줄 내려줬으면 좋겠다. 게다가 토림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은 대부분 포장이 되어있다.

2008년에는 지진으로 인해 웬모 토림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도 들었는데, 그 이후에도, 몇 년 사이 윈난에는 지진 소식이 잦다.


퍽 넓어 보이는, 게다가 그늘이 없는 쨍한 날씨의 토림을 걷기 위해서는 모자와 물 한 통은 있어야겠다. 이 날은 토림의 숲이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일만큼 정말 더웠다.



대지의 아름다움을 다듬는 이들은 비와 바람이다. 지각변동에 의해서 솟아오른 지면의 연한 부분들은 비에 씻겨 내려가고 단단한 부분만 남아있는 현상인데, 어떤 곳은 그 자리에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성채들처럼, 또 다른 곳은 원시의 들판에 끝이 없이 연속되는 장엄한 신전의 기둥들 같다.


색깔은 흙빛이지만 실제로 남아있는 기암괴석들은 퇴적암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까이 보면 조직이 연해서 손으로 만지면 부스스 부서질 것 같은 부분들이 많은데 그야말로 연약한 지구의 속살이다. 이곳에서는 다른 곳보다도 시간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날 것만 같다.


장동건 주연의 영화 ‘무극’의 촬영도 이곳에서 했다고 하니 원시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영상이 필요한 판타지 영화를 찍기에는 최적이다.



지도를 보니 토림에서 가까운 맞은편에는 중국인의 가장 오래된 선조인 웬모원인유적지가 있다. 1965년 발견된, 170만년 전의 구석기 유적지로 추정되며, 이 곳에서 발견된 남성의 앞니 2 개의 화석은, 한동안 중국인의 선조라고 생각했던 베이징원인보다 앞선 것으로 중국인의 교과서에도 나오는, 가장 오래된 선조라고 한다.


자연을 만나는 여행은 천재지변이나 기후로 인해 못 보는 경우는 있지만, 뇌의 기쁨 중추와 연결이 되어있는 엔도르핀의 분비 체계 때문인지, 대체로 마음에는 감동과 욕망이 배제된 충만한 휴식을 안고 돌아온다. 윈난 여행이 그랬다. 사람의 냄새보다는 자연을 더 많이 만났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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