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즈드의 전통가옥
야즈드의 전통무술 주울카나
침묵의 탑과 어도비 마을 들을 돌아보고 야즈드로 들어와 아미르 차크마크주변의 야경이나 볼까 했는데, 안내 자료에는 나와 있지만 당기지 않아 관심이 없었던 전통무술공연을 현지인이 추천해 주었다.
차크마크광장옆이라고 한다. 아미르 차크마크광장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오른쪽으로 바드기르가 많은 건물이 있다. 건물 지하 1층은 주울카나 전통무술관으로 낮에는 수련을 하며 밤에는 공연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바드기르가 있는 곳은 물 저장고가 있는 법, 역시 지하 2층은 대형 물 저장고이며 물길을 따라가 보니 카나트와 연결이 되어 있다. 확실한 구조를 보고 나니 사막의 도시 야즈드 사람들의 생활이 눈에 훤하다.
지붕 위로 솟아 있는 5개의 바드기르로 들어온 바람은 물도 신선하게 보관하며 차가워진 바람으로 인하여 지하 1층에서 생활하는 실내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다.
전통무술 주울카나는 음악을 연주하며 북과 징을 치며 라이브로 노래를 한다. 끊임없이 무술을 하는데 준비운동부터 체조와 곤봉 돌리기까지 어린아이부터 아저씨, 노인까지 야즈드의 몸 자랑하는 동네 남자들이 전부 모였다. 무게가 꽤 나가는 곤봉을 가지고 노는데 하루 이틀 수련한 것이 아닌 것처럼 숙련된 몸짓이다. 아이들은 가벼운 무게의 곤봉을 사용하는데 진지한 것이 귀엽다.
땀냄새와 열기로 가득한 공연장을 나오니 5월의 중순이지만 서늘한 야즈드의 밤은 자켓을 꼭 입어야만 하는 날씨다. 덧옷만 있다면 시원하게 부딪쳐오는 활기찬 사막도시의 밤거리는 매력적이다.
야즈드의 전통가옥들
야즈드는 전통가옥을 구조를 훼손시키지 않고 개조한 호텔이 많다. 그냥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흥미롭다.
내가 이틀 묵었던 메흐르 Mehr호텔의 2층 방은 지금은 레스토랑으로 꾸며진 정원과 집의 구조가 한 눈에 들여다보이는 곳이었다. 삐꺽 소리가 나는 둔중한 나무문을 열고 어두운 돌계단을 조심해서 올라가다 머리를 박을 수도 있는, 깔끔한 현대식 호텔은 절대 아니지만 주인 내외가 살았던 방이었거나 중요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방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뷰가 좋았다.
정원도 좋았지만 정원을 덮는, 아니 정원 크기의 직사각형의 하늘을 가리는 웨이브가 진 천막의 낭만적이고 고풍스러운 느낌은 ‘샤’가 사막으로 행차를 할 때 사용하던 유르트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간이숙소를 만들 때 사용하던 천막 같았다.
완전사막 도시인 야즈드의 가옥은 다른 도시의 가옥과 몇 가지가 구분된다.
첫째, 정원의 구조는 같지만 크기가 폭이 좁고 작다. 이유는 모래바람이 많은 이유로 천막으로 하늘을 가리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치장벽토의 장식이 많은 다른 도시의 벽장식에 비해 목조각의 장식이 많고 문의 치장에도 우리의 전통 창살이 생각날 만큼 섬세한 목각이 발달해있다. 이 것은 야즈드가 목공예가 발달한 곳이기도 하지만 건축시기가 시대별로 다른 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셋째, 지하층이 다른 도시의 지하보다 깊고 넓다. 이는 다른 도시보다 더워서 한 낮에는 지하에서 대부분 생활을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카샨이나 쉬라즈, 에스파한 등에서 내가 봤던 이란의 전통가옥들도 집 안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기본적으로 정원이나 분수가 있는 풀 자체가 반지하정도 들어가서 설계가 되어있다.
전통 레스토랑이 있어 점심을 먹으러 간 말렉오토저르 호텔도 그랬다. 메흐르호텔도 바자르의 골목을 거쳐야 들어가는데 말렉오토저르 Malek-o-Tojjar 호텔은 아예 바자르 안에 위치한다. 페르시아식 아치가 연결된 골목을 지나가면 정원이 나온다. 메흐르호텔보다 조금 더 작은 정원은 이란 식 좌식 평상으로 둘러싸여 있어 레스토랑으로 사용된다.
그나마 분수가 그대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옛정원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하지만 섬세한 문창살들이 소심한 치장벽토를 배경으로 세월 속에서 기품을 더 해간다. 정말 아름답다.
하늘을 쳐다보니 역시 패치워크처럼 연결된 천막으로 정원의 크기만 한 하늘이 가려져 있다. 카샨의 가옥에서 동그랗게 뚫린 하늘에 열광했던 내가 이제는 하늘이 가려져있는 천막을 보며 즐거워한다. 모래바람도 잠잠한 어느 청명한 밤이면 이 천막을 거두고 총총한 별을 바라보며 여름밤의 달콤한 꿈도 꾸었으리라.
구시가지 정원 바로 옆에는 라리하 하우스와 알렉산더 감옥, 12 이맘묘 등이 모여 있다.
라리하 하우스는 카샨의 전통가옥들과 구조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사막기후의 특성상 정원은 작고 벽장식은 현란하리만치 화려한 치장벽토로 치장한 카샨의 전통가옥과는 달리 간결하고 오히려 오래된 나무가 만들어 내는 분위기 있는 문과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한 창살 유리가 돋보인다.
알렉산더 감옥 Alexander's prison은 15세기에 지어진 학교 건물로 둥근 돔 아래 부분을 타일로 장식한 특별한 건축물이다. 지하에 있는 차이하네(찻집)가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건물의 이름이 수상한데, 증거는 없지만 야즈드가 언제나 교역의 교차점이었으니 알렉산더가 페르시아를 침략할 당시 이 곳의 지하를 감옥으로 잠시 사용할 수도 있었겠다. 티켓을 구입하면 옆에 있는 12 이맘의 묘도 같이 볼 수 있다.
12 이맘 무덤은 11세기에 흙벽돌로 지었다. 반원형의 돔과 투박한 창이 적은 벽 등을 보면 세월의 흔적이 나타난다. 말 그대로의 무덤이 아닌 시아파이맘들의 이름이 세밀하게 새겨진 비문이 안 쪽에 있다고 한다.
아미르차크마크광장 가까이 위치한 대로변의 물 박물관도 규모가 제법 커 보이는 전통가옥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가옥 자체로도 눈여겨 볼만한 곳으로 바드기르와 물 저장고와의 관계 그리고 카나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소박하게 꾸며놓았다. 이란에서의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을 알면 알수록 이란인들의 삶이 경이롭고 지혜롭게 느껴진다.
볼 것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산재한 야즈드에서 모스크는 사실 관심 밖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푸른색의 모스크들은 들어와 쉬어가라고 손짓을 한다. 그래서 들어간 자메모스크는 이란에서 제일 높다고 하는 미나렛을 가지고 있지만 키재기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들어가 보면 바다를 닮은 푸른색 타일로 꾸며진 사원은 아름답고 눈이 시원해진다. 모스크의 조감도를 보니 이 곳의 가옥들처럼 모스크 역시 많은 시설물이 지하에 있다.
기도를 하는 사람의 등을 멍 때리고 바라보며 시원한 사원 바닥에 앉아있자니 입구에 있는 상자의 조그만 조약돌들이 수상하다.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고민해도 안 풀린다. 머리를 땅에 대고 기도할 때 머리통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괴어 주는 역할을 한단다. 알고 보니 돌에 땀이 밴 자국이 있어 보인다.
이란땅에 들어온 지 10여일, 문화적 충격에서 벗어난 지는 이미 오래고 오히려 한 일 년쯤 이들과 생활한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순전히 붙임성 있는 나 때문이 아닌 그들의 계산 없이 무조건 들이대는 따뜻한 친절함 때문이었다.
Malek-o-Tojjar 호텔에서 늦은 점심으로 야즈드와의 이별을 고한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천국의 아이들’의 고향에서 그 아이들이 뛰어다녔던 골목길을 따라 생각 없이 걸어보았고 그들의 눈빛을 잠시 마주치고 간다. 물결치는 산맥이 솟아있는 황량한 벌판을 달려 시와 꽃의 도시 쉬라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