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카의 여인 ‘마리아 라이헤’

제4화 페루 나스카라인

by 그루


이카에서 게으름을 피운 탓인지 나스카 Nazca엔 늦은 밤에 도착, 밤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길이 좁고 어둡다. 부랴부랴 가지고 있는 비상식량으로 허기를 면하고 나스카의 시간들을 기대하며 잠이 들어 버렸다. 사막의 모래와 씨름하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나스카의 소박한 다운타운

Nazca라인은 1920년대 페루 수도 리마와 남부 아레키파를 오가는 항공노선이 개통되면서 처음 알려졌는데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39년 페루 사막의 관개수로 유적을 조사하던 뉴욕 롱아일랜드대학의 폴 코삭 Paul Kosok 교수에 의해 발견되면서부터이다.


마리아 라이헤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


나스카 지상화는 직선과 사다리꼴, 우주인, 거미, 벌새, 원숭이 등의 그림들이 200여 개나 된다. 이 그림들은 어두운 색깔의 겉흙(수 십 센티미터의 산화철을 포함한 암적갈색의 흙)을 긁어내고 안쪽의 밝은 색의 토양이 드러나게 만든 것이다. 기원전 200년부터 기원 후 600년 사이에 형성된 나스카기에 만들어진 그림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지구상의 가장 건조한 지역에 속하는 나스카 평원에 지난 1만 년 동안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마리아 라이헤 전망대에서 보이는 나스카라인


폴 코삭의 연구는 독일의 마리아 라이헤 Maria Riche(1903.5.15~1998.6.8)에 의해 이어졌고 그녀는 나스카인들이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한 방법들을(도형은 말뚝에 끈을 묶어 그렸으며, 원을 그릴 때 사용한 컴퍼스로 그리는 원리인 중심점도 발견함)알아내었다. 어찌 보면 나스카 라인은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진 그림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마리아 라이헤의 분신과도 같았던 줄자


나스카 라인을 보려면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싼 경비보다도 육체적 고통이 따르는 관찰임을 감수해야만 한다. 비행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그림이 작게 보이고 멀미에 시달리다가 올라가서 사진 한 장 못 찍고 비행기 탄 것을 후회하며 내려온 사람들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음의 여행지가 고도가 높은 쿠스코라면 경비행기를 탄 후 휴식을 꼭 취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고통스러운 여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빤 아메리카 고속도로는 나스카라인과는 상관없이 시원하게 뚫려있다.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 빤 아메리카 고속도로 옆의 20m 높이의 전망대는 마리아 라이헤가 만든 전망대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을 오갔을 그녀의 흔적들을 애써 느껴본다. 바로 가까이 손 모양과 나무 모양의 그림을 관찰할 수가 있다.


마리아 라이헤의 전망대


전망대와 가까이 사막 한 가운데에 작은 언덕이 있다. 지상화 감상하기에 좋은 언덕으로, 오르다 보면 여행하는 이에겐 더욱 낭만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해가 떨어질 즈음엔 사막에서의 낙조까지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옆의 언덕위에서 즐기는 낙조


마리아 라이헤의 집은 지금은 마리아 라이헤 박물관 Casa-Museo Maria Riche으로 나스카를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건조한 나스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미라를 비롯해 이 지역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채색토기와 마리아 라이헤가 생활했던 검소한 방과 책상, 생전에 연구하고 탐사했던 도구와 연구서 등을 볼 수가 있는데, 무엇보다도 그녀가 연구를 위해 나스카 평원을 누볐을,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을 뜰에 세워져 있는 퇴색한 자주색 낡은 미니버스 한 대가 눈에 들어온다.


뜰에 있는 그녀의 반듯한 무덤에는 '나스카의 부인'이라는 묘비명이 새겨져 있다.


마리아 라이헤가 타고 다니던 낡은 차


아르마스 광장에 나가니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악대와 꼬마들의 행렬이 지나간다. 행렬에 눈을 팔다가도 마주치는 이름 모를 과일들이 그득한 과일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한걸음에 달려가 '치리모야'를 비롯한 과일들을 샀다.‘치리모야’는 페루에 와서 맛보고 반한 좋아하는 과일이다. 이곳에서도 저장이 힘들어 비싼 과일에 속하는지 파는 곳이 흔치 않다. 페루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갖가지 풍요로운 과일들과 그 과일들의 즙을 짜서 파는 길거리 음료수 가게는 내겐 너무 반갑고 고마운 먹을거리들이다. 여행객에겐 건강이 만사다.




뽀르 파보르, 살 뽀꼬!


리마에서 약 6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인구 3만 명의 작고 아담한 나스까엔 여행객을 위한 여행사나 기념품 가게, 레스토랑들이 많다. 웬만한 레스토랑에 들어가도 입에 맞는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데 국수가 들어간 만만한 닭고기 숲은 어디에서나 맛있다. 스파게티도 양이 2인분은 족히 돼 보인다. 다 먹으려고 노력했지만 할 수 없이 남긴 음식을 보고 주인장이 맛이 없냐며 눈짓으로 묻는다.


2인분도 더 되어 보이는 스파게티


페루에서는 둘이 들어와 요리 하나만 시켜도 우리나라처럼 눈치를 안 준다. 빈 접시라든가 포크 나이프도 요청하면 언제든지 오케이다. 페루 음식에서 조심할 것은 많이 짜다. 그래서 레스토랑에서는 미리 몸짓과 더불어 항상 외쳐야 한다.


“뽀르 파보르, 살 뽀꼬!”-죄송하지만 소금은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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