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페루의 푸노에서 볼리비아로
잉카의 고향 티티카카의 도시 푸노
쿠스코에서 6시간 가까이 야간 버스를 타고, 푸노에 고산의 찬 공기가 엄습하는 이른 새벽에 도착했다. 고산에 적응을 했나 싶다가도 조금만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면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어지러우며 견디기 힘든 구토 증상이 찾아온다. 푸노에 도착하면서부터 몸이 힘든걸 보니 아니나 다를까 티티카카 호수의 고도가 3812미터이다.
티티카카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가 각각 호수를 반씩 차지하고 있는데 넓이는 서울시의 약 14배로 바다처럼 끝을 가늠할 수 없다. 바다가 없는 내륙국인 볼리비아의 해군본부가 호수에 있기도 하다. 안데스 설산의 녹은 물인 약 25개의 강물이 호수의 북서쪽으로 흘러들어 남쪽의 작은 강인 데사과데로 강만을 통해 흘러 나간다니 호수가 마르는 일은 없겠다 싶다.
케추아Quechua어로‘티티’는 검은 퓨마를‘카카’는 거대하다를 뜻한다고 하니 잉카제국의 시조인 망꼬 까빡Manco Capac과 아내이자 여동생인 마마 오끄요Mama Ocllo의 창조신화가 태동한 지역의 이름답다. 주민들 역시 호수 인근에서 잉카문명이 시작됐다고 믿고 있었다.
티티카카 호수 투어에는 인근의 섬인 따낄레 와 우로스를 묶어서 다녀오는 1일 투어와 아만따니섬까지 다녀오는 1박 2일 투어가 있다. 무리하기가 싫어 숙소에서 반나절 다녀올 수 있는 우로스 Uros투어를 신청하고 항구에 나오니 서늘한 날씨 탓인지 항구는 생각보다 한산하다.
갈대들 사이로 새들이 보인다. 어느 지역이든지 물에서 생활하거나 수상가옥을 주거지로 갖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서 다른 곳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호수에서 자생하는 거친 갈대를 이용하여 만든 인공섬인 우로스는 갈대가 많이 자라는 항구 가까이 위치하며 학교, 교회, 마켓 등을 포함하여 약 40여 개에 섬에 달한다.
우로스 섬에 다다르면 생활모습과 살림살이를 공개하며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의 환대에 고마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방문하는 것도 그들을 존중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우로스에서 15 솔에 산 산뽀냐가 집에 와서 보니 짐 속에서 살짝 금이 가버렸다. 연주를 할 수는 없지만 걸려있는 산뽀냐를 바라보면 고산의 강한 햇살에 빨갛게 그을린 거친 뺨을 하고 순박한 눈빛을 가진 원주민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투명하고 맑은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먼 옛날부터 도시로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입지를 가진 푸노는 꽤나 넓은 지역에 걸쳐 있다.
티티카카 호수에 왔으니 안데스의 맑은 물이 길러내는 유명한 뚜르차(송어)요리를 먹으러 숙소 사장님께서 추천하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뿌노 시내에서 교외로 나온 유원지의 레스토랑인데 고산증세로 입맛이 없는 중에도 크고 신선한 뚜루차 요리는 굿이다.
오늘은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의 코파카바나로, 코파카바나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수도인 라파스로 들어갈 계획이어서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길을 나섰다. 푸노에 이틀을 머무는 동안 이모저모로 따뜻하게 신경을 써준 호텔 사장님은 일찍부터 주방에서 분주하게 아침을 손수 준비시킨다. 푸노를 생각하면 호수와 함께 떠오르는 따뜻한 페루비노이다.
국경도시 볼리비아의 코파카바나로
호수를 끼고 한참 달리니 국경이다. 볼리비아 쪽에서 입국수숙을 받고 나니 코파카바나 해변이 눈에 들어온다. “하루쯤 이곳에서 지내고 가도 좋으련만”하는 바람은 꽉 짜인 여행 중 가끔 하게 되는, 아직은 이룰 수 없는 바람이다.
따뜻한 햇살이 빛나는 해변이 있으니 왜 아니 부럽겠는가. 하늘과 병풍처럼 둘러싸인 안데스의 설산들, 호수가 어우러져 청정 그 자체이다. 해안선의 굴곡이 더 심해서인지 볼리비아 쪽에서 바라보는 호수가 더 아름다워 보인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살아 움직이는 듯 한 구름, 설산을 옆에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는 볼리비아에 대한 기대감마저 증폭시켜 준다.
볼리비아는 남미대륙의 독립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몬 볼리바르 Simon Boliva 1783~1830의 이름을 딴 국호를 가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태생인 볼리바르는 수크레 Sucre와 함께 1819년 콜롬비아, 1821년 베네수엘라, 1822년 에콰도르, 1824년 페루, 1825년 볼리비아를 각각 해방시킨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