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볼리비아 라파즈, 일리마니의 도시
일리마니 Mount illimani의 도시, 라파즈 La Paz
라파즈는 볼리비아 행정상의 수도이며 볼리비아 경제의 중심지이다. 헌법상의 수도는 아직도 수크레라고 한다. 라파즈를 지도에서 보니 티티카카 호수와는 68킬로미터, 지척인데 생각보다 한참을 달린다. 라파즈가 가까워 오자 눈 아래로 깊은 웍처럼 생긴, 냄비 같은 커다란 분지에 들어가 있는 형국의 도시가 들어온다.
알고 보니 라파스 강에 의해 형성된 깊고 넓은 협곡에 도시가 자리 잡고 있다. 아! 그 뒤로 설산들이 이 병풍 친 듯 둘러싸고 있는데, 도시의 사방으로 빽빽하게 산 위까지 들어 찬 주황빛 지붕의 작은 주택들은, 라면 국물이 냄비 안에서 끓다가 냄비의 사방으로 끓어 넘치기 직전의 이미지다.
라파즈는 해발 3,250~4,100미터 사이에 위치한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희박한 도시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산기슭에 지어진 집들의 해발고도는 적어도 5,000미터 이상의 높이를 가지고 있어 보일만큼 가파르다. 알고 보니 도시 내에서도 1000m 이상 고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차창 밖으로 보이는 그들의 남루함은 나를 남루하게 한다. 빈부의 격차 또한 라파즈의 고도 차이만큼이나 극심해 보인다.
여행은 바라보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고 그곳과 하나되기 위해 가는 것, 즉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모이는 마녀 시장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성 프란시스코 광장 주위의 거리에는 차량들과 사람들로 빼곡하다. 알고 보니 그 주변이 마녀 시장, 네그로 시장, 한 집 건너 호텔과 민예품 집, 레스토랑 등이 세상의 귀한 것, 볼 것들은 다 모인 것 같은 거리가 사가르나가 거리이다.
싼 숙소가 모인 사가르나가Calle Sagarnaga 거리에 숙소를 잡고 거리에 나섰는데 일단 나가면 가는 곳이 거의 경사가 급한 언덕이다. 걷기가 힘들어진다. 아침에 남은 마지막 고산 약을 먹었었다. 일단 약국부터 찾았다. 고산 약을 먹지 않고는 다닐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가르나가 거리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마녀 시장이다. 이 골목 저 골목 매연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 행렬은 행인들과 엉켜 어지럽다.
마녀 시장 안의 약국을 찾았더니 코카 잎 같은 전통약재를 보여준다. 마녀 시장은 주술이나 전통약재 등에 쓰이는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야마의 미라들이 가게밖에 진열이 되어 있는데 어려 보인다. 알고 보니 야마 태아의 미라라고 한다. 건조한 날씨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의 미라도 많은데 동물의 미라도 당연할 터, 하지만 태아의 미라라고 하니 불쌍한 생각에 우울해진다. 이들은 태아의 미라를 땅에 묻으면 행운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성 프란시스코 교회 쪽 대로변의 약국에서 넉넉하게 고산 약을 구입했다.
오후에 호텔 내의 여행사를 통해 달의 계곡 Valle de La Luna 투어를 신청했다. 달의 계곡은 도시의 낮은 쪽에 위치하는지 낮은 지역으로 계속 내려간다. 관공서와 각국의 대사관저들이 있는 지역을 지나고, 남쪽으로 갈수록 공간이 넓고 윤택해 보이는 주택가들이 눈에 띈다.
숨쉬기 힘든 고도가 높은 지역엔 빈곤한 사람들이 살고 그 반면에 고도가 낮은 지역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달의 계곡이 가까워지면 주변 지형의 풍경부터 달라진다. 지형이 빗물에 침식되어 기묘하고 특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무리요 Murillo 광장은 독립전쟁의 영웅이었던 무리요의 동상이 서 있는 아담한 광장으로 대성당 및 대통령궁을 비롯한 각 종 미술관 및 박물관들이 모여 있다.
킬리 킬리 전망대 Mirador Killi Killi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주황빛 라파즈의 정경은 애처롭도록 아름답다.
라파즈의 시가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눈에 잡힌다. 이 거대한 도시가 이들에게 희망과 평화를 앗아가지 않도록, 이들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둥지가 되길 기원한다. 라파즈의 어디에서도 보이는 라파즈의 수호신 같은 멋진 일리마니 Illimanai 산(6480미터)은 손에 잡힐 듯하다.
우유니를 가기 위해서 두터운 방한복이 필요해 따뜻한 알파카 스웨터를 사기 위해 다시 복잡한 마녀 시장을 찾았다. 이렇게 규모가 큰 시장은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 질이 좋고 디자인이 세련된 알파카 제품부터 알파카의 함유율이 낮은 가격이 저렴한 스웨터까지 다양하다.
따뜻하고 마음에 드는 스웨터 하나를 걸쳐 입었다. 여행기간 동안 짐이 되는 것은 웬만하면 구입을 안 한다. 짐은 고통의 무게이니까. 하지만 마녀시장의 알파카 스웨터는 여행 내내 나를 추위로부터 막아 주었다. 다른 골목에는 은의 나라답게 은 세공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많은데 디자인도 예쁘고 또한 저렴하다. 선물용으로 납작한 반지 하나, 손가락에 끼었다.
야간 버스를 타야 하니 요깃거리 과일을 준비해야 한다. 기다리고 기대하는 우유니로 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