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푸체 용사 '알론소 라우따로'에게 경의를...

제16화 칠레, '산티아고' 아르마스광장에서

by 그루

밤새 내린 비로 산티아고의 아침이 촉촉하다. 늦은 아침을 먹고 호텔 옆에 있는 아우마다 거리로 나섰다. 보행자 거리인‘아우마다 거리’ 가까이에는 아옌데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네다 궁(칠레대학교 건너편 왼쪽)을 비롯하여 중요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널려있다. 그러므로 산티아고의 많은 여행자들은 아우마다 거리를 거쳐‘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한다. 아르마스 광장에는‘대성당’을 비롯하여 박물관과 시청사, 우정국 등이 들어서 있다. 광장에는 오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겨울날의 햇빛을 즐기는지 표정들이 여유롭기만 하다.


산티아고 아르마스광장에서


Armas광장은 스페인 문화권인 대부분의 중미나 남미 도시에서 중앙 Centro에 위치한다. 이 곳은 성당, 시청, 아케이드(시장), 우체국, 은행 등 한 도시의 핵심기구들이 넓은 직사각형의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광장의 대부분은 그 도시의 핵심을 압축해 놓은 듯 아름답고 조화롭게 설계되어 있다.



Armas’의 뜻은‘무기를 주다’,‘무장하다’라는 뜻으로 그리스의‘Ares’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아레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로 로마의 건국자 로물루스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군신이다. 그렇다면 아르마스 광장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중미와 남미에 들어온 후 원주민들을 학살하는 데 사용했던 무기로 무장을 하고, 무기를 정비하고, 무기를 보급했던, 병참기지였다는 말이다.


성당 앞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한 유럽의 도시들, 어쩌면 유럽의 도시들도 십자군 전쟁을 하면서 대부분의 도시들이 발생을 했으니 모병을 위해 발생한 그들의 광장도 병참기지인 셈이다.

1492년 남미 인구는 약 9천만 명이었다고 보는데 100년 후 1592년에는 약 350만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없어진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노예들을 데려오는데 노예무역으로 인한 아프리카인들의 사망 수(배 안에서 죽어간 사람은 약 2천만 명으로 추정)는 약 5천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하니 역사적으로 보면 어느 곳이든지 유럽인들의 도래는 거의 천재지변을 뛰어넘는 재앙 수준이다.


마푸체족의 젊은 지도자 알론소 라우따로Alonso Lautaro


아르마스 광장으로 들어서면 추상성이 짙은 큰 얼굴 조각 작품이 눈을 끈다. 그는‘알론소 라우따로’이며 스페인이 잉카제국을 정복했을 당시에도 정복당하지 않았던 ‘마푸체족Mapuche’의 젊은 지도자라고 했다.


마푸체족의 젊은 지도자 알론소 라우따로


그가 소년이었을 때 마푸체족의 땅을 무단 점령해서 1541년경 산티아고를 건설한 ‘페드로 발디비아’의 시종으로 잡혀 들어갔다가(말타기, 돌보기, 스페인군의 전술 등을 터득함) 1550년경 도망하여 부족들을 규합, 1554년 발디비아를 생포해서 처형한 인물이다. 몇 년 후 스페인군에 붙잡혀 죽었지만 그는 마푸체의 용맹함을 상징한다. 정의를 위해 몸을 바친 지혜롭고 용맹했던 라우따로에게 경의를...


아르마스광장의 행복해보이는 여인과 아이


광장의 맞은편에는 칠레 총독이었던 페드로 발디비아 Pedro de Vardivia의 까만 기마상이 서 있다. 발디비아도 라우따로는 더더욱 잊지 말자는 후손들의 마음인가. 아이와 함께 행복해하는 여인의 표정이 발디비아 기마상과 오버랩되어 나타난다.




광장중심의 분수에서는 배낭여행자인가, 아니면 홈리스족? 얼굴만 씻나 했더니 아예 머리까지 거침없이 거품을 내어 감는다. 별일이 아니라는 듯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

아르마스 광장에서 3블록 정도 걸어가면 발걸음도 가벼워지는 중앙시장 Mercado Central이다. 해산물의 나라답게 여기저기 해산물 식당들이 호객을 한다. 과일은 싸고 또 얼마나 많은지, 먹거리의 풍요로움만으로 행복지수를 계산한다면 농산물, 해산물, 과일, 게다가 음료까지 눈으로 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칠레는 열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빙고! 귀한 과일 치리모야가 센트럴마켓에 있었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부른 배로 천천히 걷기에 좋을 만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언덕의 요새가 있다. 산타루치아 언덕이다. 발디비아가 저항하는 원주민들을 대비하기 위해서 세운 곳으로 공원 안에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서 있을 뿐 마푸체 장승은 말이 없다.


산타루치아 언덕의 마푸체족 용사, 날씨탓인가, 그냥 외로워 보였다.


저녁나절 산티아고의 전망을 볼 수 있는 곳 크리스토발 언덕에 올랐다. ‘푸니쿨라’라는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정상까지 데려다 준다. 저녁 안개 낀 정상에서 역시 맛 좋은‘모떼 콘 후에시요’ 한 잔, 멀리 눈 덮인 안데스가 보인다. 내일은 저 곳을 넘어가리라 아르헨티나로.


양도 많고 맛도 좋은 '모테 콘 후에시요' 산티아고에 왔다면 한 번 먹어볼만한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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