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일합니다만,괜찮습니다.
그렇게 개인 사업자의 길이 시작되었다.
처음 여행지에 도착하게 되면, 그 나라에 낯섦을 온몸으로 느끼 듯.
공기와 특유의 분위기. 고개를 높이 들고 시선은 하늘부터 땅으로 위에서 아래로 좌우로 고개를 돌려가며 주위를 탐색하며 낯섦에 온 감각을 열어 받아들인다. 그렇게 낯설고 새로운 자극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분케 한다.
하지만 그러한 낯섦도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잠시 머무는 여행과 외국에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여행은 조금 다르듯이 낯설고 새로웠던 자영업자의 길에 짐을 풀기 시작하니 몸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의 무게가 조금 실리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해야 하지? "
사업자를 만들고 4개의 상품과 유통업체 몇 군데 입점한 상태.
그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까? 다음 스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은 자연스럽게 초록창에 검색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검색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연히 창업자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예비창업자 또는 기존의 창업자들에게 강의도 해주고 , 우리보다 더 먼저 그 길을 걸어가신 멘토분들에게 멘토링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었다.
"이거다! " 나는 단번에 신청서를 다운로드하고 하나씩 작성하기 시작했다.
버터 비누를 메인으로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얼마 후 합격 통보를 받았다.
프로그램을 잠시 소개하자면,
경기콘텐츠 진흥원에서 진행한 슈퍼 끼어로라는 프로그램이었다.
https://www.gconlab.or.kr/gcon/contents/gcon_program02.do
국내외 창업자를 도와주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았다. 시제품 제작비용부터 멘토링, 마케팅 홍보 유통 등 다양하게 지원을 받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많이 있었다.
한 달 정도 매주 한 번씩 센터에 방문하여 멘토 분과 제품 제작 및 브랜드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편성된 조의 대표님들과도 네트워크를 쌓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이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멘토와 멘티 / 그룹 내에 합은 어긋 날 수도 있다.)
또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유통 업체를 소개받기도 했고, 시제품 지원금을 받아 제작자금을 아낄 수 있었다. 마지막 때에는 ppt 발표를 해야 하는데 심사위원 앞에서 처음으로 브랜드 상품을 소개하고 떨림을 훈련하기도 했다. ppt 발표에 순위 안에 들게 되어 페어에 참가할 자격도 얻어 처음으로 페어라는 곳에서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와 가장 가깝게 만나게 될 수 있었다.
조금씩 경험이 생기고 지식이 생기자 용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용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프로그램 내 멘토링을 받는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은 나에게 잊지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제품이 너무 좋아요. 패키지도 그렇고 , 감각이 있으시네요. 그런데 브랜딩만 잘하면 되겠어요. "
"브랜딩?? "
브랜딩이 뭐야..?
멘토링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서점으로 달려가 브랜딩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케팅과 브랜딩, 새로운 용어들의 등장으로 머릿속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사업을 하는 이유, 페르소나, 마케팅, 가치, 존재의 이유 등 비슷하면서도 애매모호한 단어들이 줄지어 나오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수록 용어들은 반복적으로 눈에 읽혔고, 다행히도 시간이 쌓이니 어느새 생소했던 단어들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책에 나오는 대로 하나하나 해나가기 시작했다. 브랜드 가치를 정의하고 브랜드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와 문구를 다듬어갔다. 뭐야 브랜딩 쉽네? 교과서에 답을 채우듯 하나씩 채워나가며 나름의 브랜딩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몇 달 정도 지났을까? 서울숲에서 진행하는 또 다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신한 두드림 -디지털 라이프 스쿨
http://www.understandavenue.com/s2bridgeseoul/digital
신한은행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서울숲 언더스탠드와 함께 청년창업자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서는 조금 더 실무적인 사업계획서 작성방법, 투자, 마케팅, 브랜딩을 가르쳐주다고 소개했고,
때마침 너무나도 절실히 필요했던 브랜딩과 마케팅 단어에 이끌려 지원을 하게 되었다. 1차 서류접수- 2차 면접 후 합격 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한층 더 창업의 실무를 배울 수 있었다. 더불어 오피스/매장 지원 등 다양한 지원들이 꽤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배움의 양만큼 멘탈은 많은 타격이 있었다.
브랜딩 수업 중 1:1 멘토링을 받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멘토 분은 데자뷔처럼
"제품이 너무 좋아요. 패키지도 그렇고 , 감각이 있으시네요. 그런데 브랜딩만 잘하면 되겠어요. "
라고 몇 개월 전 들은 이야기를 하셨다.
" 네??? 저 브랜드 책도 많이 읽고 브랜딩 한 건데.. " 마음속으로 그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씨 브랜딩이 뭐야..ㅠㅠ 도대체 뭔데..ㅠ 짜증과 답답함이 밀려왔다. 주변 지인들은 브랜드의 이미지, 메시지를 알겠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의 시선에선 너무나도 브랜딩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그렇다고 그들이 뾰족한 답을 내어주지는 않았다. 결국 나는 브랜딩을 포기하기로 했다.
에라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해갔자! 하지만 단 하나, 전하려는 메시지에 대해선 일관성을 가지고 진행했다. 가치 키워드를 가지고 처음 브랜드를 만들었던 초심의 마음으로 자유롭게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브랜딩이라는 것이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어라?
애매하고 모호한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이러지?
나는 하나씩 과거를 되짚어갔다. 내가 눈치 채지 못한 변화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으냐이지만, 그다음 단계로 보자면
첫 번째는 정보 습득에 있었다. 유명하다는 브랜딩 관련 책은 거의 읽어보았다.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책을 읽다 보면 각자의 책이 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비슷하다는 점을 캐치할 수 있는데,
나는 좌절하고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책 속 지식들이 채화되었던 것이다.
꾸준하게 지식을 습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물론 어제보다 오늘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오늘 처음 본 사람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의 차이점을 알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아마도 멘토링을 받을 때마다 그러한 지적이 있었던 것 같다.(브랜딩이 부족한 점은 맞지만)
두 번째는 글쓰기
어느새 체화된 정보들이 머릿속에 계속 떠돌아다녔고, 그 단어들과 이야기를 정리할 작업이 필요했다.
머릿속에 생각을 글로 표현하니 모호했던 부분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평소에 일기나 메모를 하던 습관은 있었지만 자리를 잡고 생각을 정리하는 작업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의 도움을 빌렸다. 처음엔 독립출판물 글쓰기 스터디를 신청하고, 책 한 권 만들어 보기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새 글쓰기가 조금은 익숙해졌다.
익숙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누군가가 우리의 제품을 행복하기 바랐고, 그래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왜 이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누군가 저희 제품을 보고 행복하길 바래서요!라고 대범 위안에 나의 메시지를 전했다면, 이제는 일상에서 찾은 재미로 일상의 환기를 위해 피크닉 용품을 만듭니다.라고 말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누구에게 왜 전하는지를 한 문단으로 정리가 되었다.
마지막은 지속성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브랜딩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운영 종료할 때까지 브랜딩은 계속 계속 지속된다. 꼭 '인간의 삶' 과도 같다.
죽을 때까지 나라는 사람은 다듬어지고 만들어져 간다. 무너지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하고, 성취의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혹 죽어서 그 삶이 이야기로 전해지기도 하듯 브랜딩도 이와 비슷하다.
그러니 어제보다 더 나은 브랜딩을 하면 된 것이다.
세상에 기준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페르소나니 가치니 메세지니 다양한 용어들과 기법들 방법론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은 하나의 길잡이 뿐이지 정답은 아니라는 것.
곧 나다움, 나의 브랜드 다움을 찾고 지속적으로 나다움을 보여주며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나다움을 찾고 지속적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 보는 것.
우리의 이야기를 자신 있게 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