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환히 Apr 02. 2021

그래도 가끔 아니, 자주 취업을 하고 싶다.

혼자 일합니다만,괜찮습니다.



어딘가에 속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


이를 표현하는 단어로 프리랜서를 처음 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다움 -퍼스널 브랜딩 - 인디 워커 -인디펜던트 용어의 변화가 있었고 ,

나는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싣고 있었다.


알다시피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3년간 일을 한 후 자영업자의 삶으로 올해 4년 차다. 퇴사 후 처음엔 백수 - 프리랜서 - 자영업자의 단계로 직업이 변화되어가고 있다.

내가 계획하고 걸어온 길이 아니었지만 그러기에 예측할 수 없었고, 그러기에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지금의 삶을 후회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로 배운 것이 너무나도 많다. 다만 마음 저 구석에 오랫동안 아쉬움이라는 단어로 무언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엔 '취업'이라는 단어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남들은 퇴사하고 싶어 난리인 시국 (?)에 취업이라니?


내가 취업하고 싶은 이유는 이러하다.


1. 배움의 욕구


   33살 아직은 젊은 나이이기에 더 늦기 전에 배워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주변의 직장인 친구들을 보면 대리라는 직책을 달고 조금 빠른 친구들은 팀장 직급을 두고 있다. 나는 첫 회사에서 너무 빠르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턴-사원-정직원- 팀장의 직급을 지나 퇴사를 했다. 사원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상사의 자리 , 리더, 팀장의 덕목 등 조직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나왔다.

 인턴이던 시절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나이 때가 비슷했고, 그들도 일을 한지 얼마 안 된 새내기였다.

즉 , 나는 대표는 있었지만 사수가 없는 곳에서 조직의 경험을 곁눈질 해야 했다. 지나고 보니 이것이 결핍이 되어 자리 잡았다.

SNS로 늘 선망하는 좋아하는 마케터가 있는데 그 마켓터를 알게 된 이유는 회사 내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였다. 회사 동료들 상사 대표까지도 관계가 참 좋아 보였다. 나도 저러한 회사 공동체를 만나고 싶다.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가끔은 부딪히고 또 성장하는 그런 공동체. 물론 나의 주변 사람들로 인해 넘치는 배움이 있지만, 같은 관심사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쌓아가는 공동체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같은 목표를 향해가는 공동체가 필요한 것 같다.


2. 성장의 욕구.


   배움의 욕구와 비슷한 측면일 수 있다.

어느 날 이러한 글을 SNS에서 보았는데 얼마 뒤 비슷한 말을 은연중에 내 앞에서 내뱉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결국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 하기 싫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독립하는 거자나"

 나를 지칭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뼈가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이 말에 꽤 불쾌했다. 왜 그랬을까?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저들(상사)과 생각이 달라하고 뛰쳐나온 낙오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할까? 나는 그런 게 아닌데 괜히 억울한 심정이 들 정도였다.


 또 하나, 나 이래 이래 해서 취업하고 싶어라고 하면 80%는 "그런 상사는 없어~ 그런 회사가 많은 줄 아냐 "라고 대답을 했다. 한두 번 들은 대답이 아니라 적지 않게 놀랬고, 이 화제로 나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았다. 나의 요점은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80%의 회사가 그렇다면 나는 그 나머지 20%의 회사를 가고 싶은 거다. 한 공동체 안에서 성장하는 경험. 내가 혼자 등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등반하며 모르는 길은 배워가고, 그렇게 체력을 기르길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4년 동안 나에게 몹쓸 (?) 습관이 생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다. 누구도 나에게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기에 나의 일의 태도나, 방식 , 또는 생각이 멈춰있거나 고여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측근들에게 꼭 당부한다 내가 고쳐할 부분이 있다면 꼭 말해달라고.


3. 안정감


  아마도 프리랜서와 직장인의 가장 큰 차이는 안정감이 아닐까 싶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는 돈이 주는 안정감이 있을 수도 있고, 직장이라는 울타리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다. 나에게 필요한 안정감은 후자의 경향이 크다.  

내가 넘어져도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내가 아프거나, 실무적으로 또는 외부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면 서포트해 줄 사람이 있다는 안정감. 회사가 주는 안정감이 뒤로 넘어지면 매트리스가 있는 느낌이라면, 지금은 뒤로 넘어지면 아스팔트가 있을 것 같다.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넘어졌을 때의 충격을 오로지 혼자 받아야 하는 두려움이 있다.  


4. 쉐어링

 

마지막으로 쉐어링에 대한 부분이다. 다수의 사람들보다 소수의 사람들을 좋아하기에 이 부분은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혼자 있는 것에 외로움을 느끼는 성격이 아니인데, 혼자의 일이 지속되면서 새로운 결핍이 생겼다.  쉐어링.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고 그날의 감정 공감을 나누는 일. 사소하지만 꽤 중요한 부분이었다.

점심 후 나누는 작은 농담들,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커피숍을 나서며 걸어오던 그 길에 나누던 시시콜콜한 날씨 이야기, 00 씨 이 거봐 바요 이건 어때요? 가볍게 공유하는 의견들, 등등 일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러한 쉐어링이 참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정말 누군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런 결핍을 채워줄 회사는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너무 이상적이고 현실과 먼 이야기 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도 이러한 회사를 꿈꾸며,

나에게 풍부한 자금과 여력이 생겨 공동체를 꾸릴 수 있다면 , 이러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서로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서로의 존재가 안정감을 주고 , 하루를 나누는 공동체.

그래도 지금은 취업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나는 어떻게 시작했냐면 말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