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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히 May 15. 2021

사업하면 이 정도는 벌어야지 않겠어?

혼자 일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사실의 조각.


오늘 새로운 조각 (사실)을 깨달았다.


사업 잘 돼가?라는 질문을 이제는 인사처럼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답을 생각하느라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답을 생각한다. 나는 사업이 잘 돼가는 건가? 잘 돼가는 기준은 뭐지? 돈을 많이 벌면 잘 되는 건가? 얼마를 벌어야 많이 번다고 할 수 있는 거지? 나는 잘돼는 건가 안 되는 건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는 결국 답을 못 내리며 "아하하핳... 네... 잘 버티고 있습니다" 라며 애매모호한 대답을 한다.


잘이라는 건 뭘까? 숫자가 '잘'이라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걸까?

100점을 맞아야 잘한 건가? 100점을 받느라 밤을 새우고 밥을 못 먹어 몸이 망가졌다면?

부적절한 방법으로 100점을 맞은 거라면? 100점을 맞고 더 이상 공부를 안 한다면? 100점은 맞은 건 잘한 걸까?


극단적인 예시일 수 있지만 요점은 숫자가 '잘'이라는 것을 표현될 정확함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사업의 성과는 돈이 아니라는 것.

사업이 성공을 하고 실패를 하는 요인이 꼭 돈은 아니라는 것이다. 꼭 얼마를 벌어야 하는 건 아니다.

나는 불가 며칠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일정 금액을 못 벌면 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잘은 뭘까?"라는 질문 끝에 그 생각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1969년 닉스 대통령 시절 , 미국은 아폴로 11호 12호를 달의 무사히 착륙시키고 1970년 아폴로 13호를 발사했다. 그 결과는 폭발로 실패하고 만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지만 닉스 대통령은 이 실패를 이렇게 말한다.


 "성공적인 실패 " 


처음 목표였던 달 착륙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다음 미션은 생존. 우주선 폭파로 달에 갈 수는 없었지만, 아직 승무원들은 안전했다. 부족한 산소와 전력의 상황에서도 지구로 안전하게 복귀하는 것이 넥스트 목표였다. 다행히 13호에 탄 승무원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고, 이를 닉슨 대통령은 성공적인 실패라고 표현했다.

이 말이 너무 멋있었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과정 속에서의 변수들과 그 변수를 겪어나가며 변동되는 수많은 선택 속에서 이뤄지는 성장과 결과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 아름다웠다.


나는 이 성공적인 실패를 보며 우리 일상엔  실패 같은 성공이 많이 있음을 깨달았다.  

실패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성공인 것. 우리는 다수가 바라보는 성공의 기준과 누군가 말해준 기준을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정도는 해야지" "00라면 이래야지" 등 < 이 정도>가 바로 성공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 기준이 성공이 아닌 것이다.


나는 <실패 같은 성공>을 깨닫기 전 , 그 이 정도의 내가 얼마만큼 도달되었는지 수치화로 하기 위해 사업 일 년 차 정도 되었을 때부터 장부를 적기 시작했다.  지출을 줄이고 매출을 늘리는 방도의 역할보다는 소위 사업을 한다는 사람들의 적어도 이 정도는 벌어야 하지 않겠어?라는 이야기에 홀려 내가 그 기준에 얼마나 잘 맞추어 가는지에 대한 확인 용도였다. 구글 스프레드시트 통해 하나하나 기록을 했다.


식비 , 공과 , 재료비 , 보험비 , 식비 등 구별하여 기록했다. 사무실을 얻고부터는 월세 전기세 인터넷 비등 고정비가 늘었고, 코로나가 시작되면 선 매출이 줄었다.


그 결과는 이렇게 작용했다.


 "오! 이대로면 예상 매출 달성하겠는데?" 싶다가도 또 어느 달은 "아.. 사업하면서 이 정도 벌 거면 그냥 취업하는 게 낫겠어 "라며 매출이 그날의 기분이 되었다.


기준이 잘못 서니 나의 시선도 잘못 흐르고 있던 거 아닐까?

기준이 잘 못돼자 나는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 과정도 모두 뒤틀려갔다.

왜 난 누군가에게 이야기, 조언, 다수의 기준들을 나의 기준을 삼았을까?


사실 돌이켜보면 피자가 먹고 싶으면 피자를 사 먹을 수 있었고, 카페에 가고 싶으면 카페에 갈 만큼 잘 먹고 잘 살았다. 모든 것이 늘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 그래도 잘 살아냈었다. 4년째 월세(월세는 2년째)도 안 밀리고 총매출이익을 보면 지속적으로 흑자를 보는 상황이다.  꼭 나의 영업이익이 사업의 성과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영업이익이 그 달의 성과를 측정하는 유일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고정비와 유지비등 사업을 유지하는 비용들을 충당해야 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라는 것이다.

단기적 수익과 장기적 투자는 다르다. 아직 팔지 않은 남은 재고들이 있고, 누군가와의 협업, 스터디, 일상을 나누는 시간들, 나눔, 이벤트, 인연 등...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것들도 무수히 많이 있다. 도전한 것에 대한 경험, 경험을 통한 깨달음 등 너무나도 다양하다.


나는 근 일년 동안 작업실에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나누는데 시간을 쓰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 “시간이 많은가봐?” “일 안하고 뭐해?”

누군가에게 이 시간은 돈을 벌지 못하는 낭비의 시간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간도 나에겐 실패같은 성공의 요소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함께 살아감을 배운다 . 그리고 상대방은 작업실에서 따듯함을 채워간다 .


우리의 그 시간은 과연 실패일까? 낭비일까?


아폴로 13호는 말해준다. 우리에겐 성공적 실패 아니, 실패 같아 보이는 성공들이 꽤 많이 숨어있다고.

그것을 잘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리 이제  속지 말자.  



"사업이 잘 돼가는가? "


"네! :)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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