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 내레이터의 간증
작년에 서혜정낭독연구소에서 낭독을 배웠습니다.
기초반부터 심화반을 거쳐 전문가반까지 수료했습니다.
새삼스레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시간들을 더듬어 저의 간증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낭독을 만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지만 제 인생을 바꾼 큰 사건이 되었습니다.
'낭독'을 배우러 갔다가 '치유'를 먼저 만났던 저는 살짝 당황했습니다. 송정희 성우님으로부터 가장 처음 받은 피드백은 "딱딱한 발성을 갖게 된 이유가 있겠지요."였어요.
그것은 지적도 아니고 내면의 상처에 대한 통찰력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목소리에 컴플렉스가 있었는데, 기초반에서의 수업들을 통해 오래 묻어두었던 상처를 꺼내어 보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낭독을 잘하기 위해서 먼저 말을 제대로 하고 싶었고, 제대로 말하려고 노력하니 사람들이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목소리가 달라졌다, 차분하고 듣기 좋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었고 심지어 '목소리가 우아하다.'라는 피드백도 듣게 되었습니다.
컴플렉스를 가졌던 목소리와 이별하고 나의 진성을 찾은 것이지요.
낭독은 잘하고자 노력할수록 욕심이 생겼고, 욕심이 커질수록 편안한 낭독이 되지 못했습니다.
서혜정낭독연구소에서는 수강생들에게 오디션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 주셨을뿐만 아니라, 오디션 지원을 위한 무료 특강도 열어 일대일 코칭을 해주기도 하셨지요.
하지만 '1년 안에 오디오북 내레이터가 되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지고 있던 저는 내 목소리, 내 낭독이 좋다고 말해주는 지인들의 칭찬에 취해 한 단계 더 점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오디션은 번번이 실패의 연속이었어요.
그렇게 전문가반까지 모두 수료한 뒤에도 오디션에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말하는 목소리는 참 좋은데 낭독이 시작되면 자신의 틀에 갇혀서 사람냄새 나는 낭독을 하지 못한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이제는 저의 세이프 존을 깨고 나가야 한다는 강한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혼자서 녹음 시간, 자세, 낭독의 톤, 집중력 등을 다양하게 실험하며 계속 도전한 결과, 마침내 두 권의 책에 캐스팅되었습니다.
청자가 편안하게 들을 수 있고 계속 듣고 싶은 낭독, 다음이 궁금해지는 낭독이 어떤 것인지 알고 표현할 수 있게 되기까지 많은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저의 내면의 상처에 직면하고 나라는 존재를 그대로 용납하며, 낭독으로 먼저 나를 치유하는 시간들을 지나 오디오북 내레이터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욕심도 목표도 없는 상태에서 텍스트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자유함을 느꼈을 때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늘 따뜻하게 품으시고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 주시며 가깝고 먼 길을 안내해 주신 송정희 성우님, 그리고 누구나 낭독에 입문할 수 있도록 낮은 수강료로 전문 교육을 제공해 주신 서혜정낭독연구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단순히 책을 좋아했던 제가 이곳에서 꿈을 갖게 되었고 또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먼저 나를 보듬어 주면 낭독은 저절로 잘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