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처럼 1

"너 일루 와 봐!"

by 낭랑한 마들렌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저희 부부의 세 번째 고객님이신데요, 어릴 적부터 머리가 비상하기로는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지만 공부에는 별로 취미가 없으시고, 동네를 싸돌아다니며 노는 것과 공을 가지고 하는 모든 운동(혹은 놀이)을 사랑하는, 야구, 축구 등을 거쳐 현재는 배드민턴에 푹 빠져 계신 그런 분입니다.


저희 가족은 모두 각자 알람을 맞춰서 스스로 일어나 아침을 시작하는데, 간혹 늦잠을 자는 듯하면 제가 깨워 주기도 합니다. 물론 오늘의 주인공 이분은 그런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여러 번 깨워도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한참만에 겨우 일어나 비적 거리며 방에서 나와서는, 머리와 목 등이 아프다며 병원 진료 후에 등교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일도 종종 있어왔기에 익숙하게 대처하시는군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진통제와 프로폴리스를 먹으며 견뎌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아픈 몸의 주인은 내가 아니니 환자가 원하는 대로 하셔야겠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아이가 집에서 나간 지 2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물론 이분은 진료를 받았다 한들 자잘하게 보고하는 성격은 아닙니다. 그래서 체크카드를 들려 보낸 것인데, 잘 사용하지 않던 것이어서인지 결제 후 알림이 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은 내가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던 것이지요.


동네 의원에 환자가 많아 대기가 길었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진료를 잘 받고 약도 지어 학교로 갔는지를 '굳이' 궁금해한 이분의 엄마. 카톡 메시지와 전화로 연결을 시도하지만 늘 그렇듯 외면당하고 맙니다. 그러다 무심히 두 가지 정보를 취득하게 됩니다. 하나는 이미 한 시간 전에 병원과 약국에서 체크카드로 결제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고객님의 현재 위치가 우리 동네에 있는 빌xx을 PC방으로 의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으응?
이런!




잠시, 약 2초간 고민합니다. 그냥 쿨하게 모른 체해줄까? 누구에게나 사생활이 있는데 부모라고 해서 굳이 파고들 권리는 없지. 하지만 지금은 자유시간이 아니라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각인데 PC방에 있어서는 안 되잖아?


재빨리 옷을 갈아입습니다. 통쾌한 순간을 상상하며 빠르게 걷습니다. 대낮의 휑한 PC방에서 정신없이 게임에 빠져있는 그놈의 뒷덜미를 덥석 잡는 그 순간 말입니다. 깜짝 놀랄 그분의 얼굴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희열감이 밀려듭니다.



자녀의 모바일 기기를 통제하는 앱을 통해 그분의 위치를 계속 확인하며 부지런히 걷는 내 눈에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띕니다. 그 시각에 교복을 입고 길바닥에 있을 생명체도 흔치 않지만, 내 뱃속에서 나와 내 손으로 기른 고객님인지라 멀리서도 0.1초 만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왕복 8차선 도로의 횡단보도 신호 대기 중, 길 건너편에 학교로 향하는 그분의 모습이 보인 것입니다. 또 잠시 생각합니다. 학교로 가고 있으니 이쯤에서 모른 체하고 넘어가 줄까? 하지만 학교에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잖아? 잘못된 걸 잘못되었다고 가르치기 위해서 현행범으로 검거하려고 했던 거잖아? 오케이.


신호가 바뀌자마다 냅다 뜁니다. 아, 얼마 만의 뜀박질인지, 10초 만에 발목이 아프고 무릎도 나갈 것 같습니다. 아이고, 힘들어. 이게 무슨 일이야.


주머니에 양손을 찌르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 그래, 학교 가기 싫은 건 안다, 알아! 학교 앞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네요. 저는 여전히 K2로 무장한 두 발로 달려갑니다. 제발, 신호가 바뀌기 전에 내가 도달해야 할 텐데... 빙고! 무심코 주위를 돌아보던 녀석이 나와 눈이 딱 마주칩니다. 어휴, 이제 걸어도 되겠군.@.@ 난데없이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엄마를 발견한 그분은 의아해하지만 별로 당황하지도 않습니다.



그 순간 나는 영화 <범죄도시>의 마동석이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 일루 와 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숨을 헐떡이느라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왼손을 앞으로 들어 이리 오라는 손짓을 했을 뿐. 아이는 나에게 걸어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겨우 말합니다.



내가 50이거든?
뛰느라 죽을 뻔했어!
이 양반, 에미를 잡을 사람이네~



마침 횡단보도에 초록색 신호가 뜨고, 아들의 어깨에 팔을 감은 채로(조금 겁먹었을까요?) 함께 걸어갑니다.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이실직고하라고, 두 번 말하니 자백합니다. 병원 진료받고 잠깐 PC방 들렀다 오는 길이라더군요.

“진료를 받았으면 바로 학교로 가는 게 옳지, 이 상황에 PC방에 가는 게 말이 돼?”


일단 학교로 들여보냈습니다. 시간을 더 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했고, 지금 들어가야 점심 급식을 먹을 수 있었으며, '집에 가서 두고 보자'하는 상황이 더 공포심을 줄 거라는 헛된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아, 체크카드를 반납받는 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영리하게도 PC방에서는 엄카(엄마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더군요. 양심은 있는 건지.


너무나 오랜만에 어찌나 뛰었던지, 몇 시간이나 몸에 기운이 없는 느낌이더군요. 아, 운동 좀 해야겠다,라고 백만 번째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할 이야기이니 오늘은 방과 후에 놀지 말고 바로 집으로 오라고 당부했건만, '깜빡 잊고' 평소대로 실컷 놀고 저녁 먹을 시각에 들어온 것은 역시 그분다운 행동이었습니다. 어휴, 어려서부터 '자유로운 영혼'이었는데 중학교 3학년이나 된 아들을 야단치고 위협해 봐야 이로울 게 있으랴. 단도직입적으로、 그 행동은 잘못되었다, 네 마음은 이해할 수 있고 그런 선택이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다, 너는 분명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다,라고만 말해 주었습니다. 그 시각에 교복을 입고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아이를 사람들은 '비행청소년'이라고 쉽게 낙인찍는다, 너는 비행청소년이 아니지만 그렇게 보일 만한 행동을 한 것이다, 언제나 네 안에 정직한 검열관을 두라고 평소 이야기했던 것이 이런 이유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 정도로만 말해 주었습니다.


아, 자칭 쿨하고 젠틀한 엄마인 저는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마음 같아선 너의 행동을 담임 선생님 등등에 알리고 싶지만 너는 나쁜 아이가 아니니 이번은 조용히 넘어가 주겠다, 너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너는 학교 가기 싫어서 일탈하고 거짓말하는 사람은 아니니 이후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을 나는 믿는다, 라고요.






에구... 저도 힘듭니다. 1번부터 3번까지 다양한 고객님들을 모시며 살다 보니 요즘 같아선 정말 옛 현인들의 말씀이 진리구나, 생각합니다.



무자식이 상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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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묻습니다. 자기가 PC방에 있었던 걸 어떻게 아셨냐고요.



나는 모르는 게 없어!
알잖아!
나 다알아 여사*야!



* 다알아 여사: 앤디 그리피스(글)와 테리 덴톤(그림)의 그림책, '나무집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점술가. 나무집 시리즈는 호주의 유명한 아동 소설 시리즈로, 국내 번역서는 2024년에 [169층 나무집]으로 시리즈가 완간되었습니다.
image.png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SE-9979200e-c2d2-4b7c-a563-ea99cfa96c5a.jpg 이미지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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