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겨울

길고도 고되더라

by 낭랑한 마들렌

겨울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바랐습니다. 애 엄마들에게 겨울은 정말 야속한 계절이었습니다. 잠깐 집 앞에 외출하려 해도 아이에게 보온을 위한 내의를 입히고 두꺼운 양말을 신긴 뒤 외출복을 입히고 외투와 장갑, 그리고 대미를 장식할 부츠까지 신겨야만 했습니다.


아이가 한 명이라면 귀엽게 끝날 일입니다. 세 명이라면? 그것도 두 살씩 터울의 고만고만한 삼 남매라면 이야기는 아주 달라집니다. 나는 겨울이 싫었습니다. 추워서 원래 싫어했지만 엄마가 된 후로는 더욱더 싫었습니다.


이렇게 입히는 옷이 많다 보니 겨울엔 빨래거리도 많았습니다. 이 계절에 빨래는 잘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엔 우리나라에 의류건조기라는 것이 상용화되지 않았고, 집안 여기저기에 작은 빨래들을 주렁주렁 걸어놓아야만 했다. 육아맘의 삶의 질은 논할 거리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겨울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바랐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실내 온도를 높게 유지하니 난방비도 많이 들었고, 따뜻한 물로 씻기고선 아이들 감기 들세라 재빨리 옷을 입히기 바빴습니다. 아, 감기에 비염에, 한 주가 멀다 하고 동네 의원에 출근 도장을 찍었던 것은 또 어떤가요.


요만한 삼 남매를 데리고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때, 한 여자가 청소년 정도인 자기 딸에게 “어머, 애가 셋이야?”라며 속삭이던 일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녀는 내가 미개인이라도 되는 양 바라보았습니다. 가끔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세 아이 모두 내가 원해서 낳았고 철저히 계획해서 임신했습니다. 셋째는 원치 않은 임신이었느냐고 묻는 무례함은 자기 얼굴을 향한 침 뱉음임을 알기를. 좌우지간 겨울은 여러모로 매서웠습니다.



지난달, 장례가 있어 남편과 조문을 다녀오는데 간만의 찬바람이 맵게 느껴졌습니다. 어느새 중, 고등학생들이 된 삼 남매는 각자의 자리에 두고 남편과 둘이서만 외출할 수 있게 된 지도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겹겹이 옷을 입혀 쪼로미 데리고 나오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감사한가요. 영하 10도의 입춘쯤이야 얼마든지 견딜 수 있습니다. 더 옛날에는 한겨울 영하 20도 날씨에도 살아왔던 우리죠.


아, 그리고 이제 나에게는 의류건조기가 있습니다.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 그리고 의류건조기가 있으면 엄마는 귀부인으로 신분 상승을 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만난 친척들에게서, 늙지 않는다고, 왜 이리 더 예뻐지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애들 어지간히 키우고 나니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귀부인이 웬 말인가요, 여왕이라도 된 기분입니다. 이제는 겨울을 느긋이 즐기고 봄을 맞이했네요.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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