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에서도 힘이 빠지나 봐요
나는 무슨 복이 이리도 많은가, 생각합니다.
일주일이 이렇게 갑니다.
매일 새벽 5시, 교회에 가서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에 참여한 때문인지, 평소보다 한 주가 참 느리게 가는 느낌이더군요. 차로 30분 거리의 교회에 매일 새벽에 다녀오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개근상 받으니 기쁩니다.
낭독 강의가 매일 있어서 여기저기 다니며 많이도 말하고 듣는 날들입니다. 이번 주에는 일회성 강연을 포함해 수업이 여덟 개나 있어서 조금은 긴장하는 마음으로 한 주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요. 강의마다 교육생분들의 낭독이 참으로 좋더란 말입니다. 모든 수업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풋풋하고 신선한 낭독을 들을 수 있어 참 즐거웠습니다. 올드한 억양을 구사하시던 분들도 '담백하고 나다운 낭독'을 들려주시더군요. 강의하면서 귀호강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오전 수업 후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느라 운전하면서, 과제로 올리신 파일들을 듣습니다. 아, 나는 무슨 복을 이리 많이 받아서 이렇게 편안한 낭독들을 실컷 즐기는가, 하는 생각에 감사의 마음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러느라 고속도로를 빠져나갈 길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조금 돌아서 나왔지만 시내 도로에서 또 길을 잘못 들고 말았습니다. 또 낭독을 듣다가요. 낭독에 빠져들면 이런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지만 강의 준비에도 늦은 것은 아니니 괜찮습니다.
강의를 하면 할수록 강사로서 저도 성장하기 때문에 낭독을 더 잘 가르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에너지를 많이 써서 지도하기도 전에 교육생분들의 낭독은 금세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교육과정을 운영하기가 수월해집니다. 화요일 오전 수업에서, 제가 계속 감탄하며 '제가 가르쳐 드려서 이리 잘하시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70대 초반의 여성이신 한 교육생분께서 이런 귀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제가요, 살면서 좀 힘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이 들고 보니까 너무 힘들게 사는 것도 좋지 않더라고요. 그냥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남의 얘기를 더 많이 듣고. 그렇게 살아가니까 목소리에도 좀 힘이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와아... 모두가 감동했지요. 옆자리에 계신 다른 교육생분이 또 말씀하십니다.
어머, 정말, 선생님이 낭독은 삶의 태도라고 자꾸 말씀하시더니, 진짜 그렇네요!
정말 감동적이지요? 저는 무슨 복이 이리도 많은 걸까요. 감사할 뿐입니다.
생각해 보니 저 역시 힘 빼고 가려고 애썼구나, 싶습니다. 수업하는 클래스가 많고 수강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한데, 한 분 한 분 낭독 코칭을 하려면 에너지와 집중력이 상당히 요구됩니다. 무엇이든 잘하려면, 오래 지속하려면 힘을 빼야 하더군요. 살다 보니 깨달아집니다. 강사도 힘 빼고 교육생들도 삶에서 힘 빼고 하니 낭독은 절로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한 주도 또 감사로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