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남자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리더의 고뇌, 의사결정과 책임

by 낭랑한 마들렌

오늘의 리뷰는 명작 <노량: 죽음의 바다>입니다. <신세계>만큼이나 이른바 ‘남자 영화’라고 불릴 만한 작품이지요. 남성미가 짙은 영화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여성의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아주 잠깐, 단 한 명의 인물만이 등장합니다.


이순신 3부작 시리즈는 모두 탄탄하게 완성된 작품들입니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들이지요. 김한민 감독이 각본까지 직접 집필하며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그 결과물이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조선의 후예로서 자부심과 함께 가슴 벅찬 감격을 안겨 주는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깊이 있는 내면 연기와 뛰어난 CG 기술은 화면 너머로도 충분한 감동을 전합니다. 집 거실에 마련된 프로젝터로 감상했는데, 극장만큼은 아니어도 전투 장면의 긴장감과 몰입감은 충분히 살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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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장면의 장엄함과 치열함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명량–한산–노량으로 이어지는 이순신 장군의 서사는, 영웅의 위업을 과장되게 드러내기보다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내적 갈등에 더 집중합니다. 그 점이 이 시리즈의 정체성이며 작품을 더욱 깊게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대사가 절제되고, 배우의 표정과 눈빛으로 감정이 전해지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박해일 배우의 연기에 ‘역시는 역시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순신 역을 맡은 세 배우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답게, 소름이 돋을 만큼 역할에 몰입한 연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 인물이 배우의 본래 모습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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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순신, 그리고 리더 이순신


이번 <노량>에서도 이순신 제독은 끊임없이 고뇌합니다. 전장에서 먼저 떠난 아들의 죽음 앞에서 슬픔을 삼키고, 수많은 장수와 병사들의 희생 앞에서 마음이 타들어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전쟁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지금 물러선다면, 더 큰 위험이 닥쳐올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대장은 어떠해야 하는지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한 인간으로서의 갈등과 고통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 지점에서 이순신은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책임을 짊어진 리더로 다가옵니다.


결국 이순신 장군은 모든 결과를 감당할 각오로 명령을 내립니다. 정치적 계산이나 개인적인 원한이 아닌, 전쟁을 전쟁으로 직시한 선택이었지요. 임진왜란 7년 동안 가장 큰 희생을 치른 전투였다고 전해지지만, 이 노량해전의 승리로 전쟁은 마침내 끝을 맺습니다.


명령과 책임. 이것이 대장으로서 이순신 장군이 감당해야 했던 역할이었을 것입니다. 현대적인 언어로 옮기자면, ‘의사결정과 책임이 곧 리더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리더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리더이고, 조직 안에서도 누군가는 책임을 맡아야 합니다. 가르치는 사람, 대표하는 사람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우리는 늘 리더입니다. 그렇기에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고,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누구처럼 거대한 업적을 남기지 않더라도, 오늘 주어진 상황 앞에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노량: 죽음의 바다>는 그런 담담한 교훈을 남깁니다.





사심 가득 담아 덧붙이자면, 준사 역의 김성규 배우는 이전 작품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강렬하면서도 어딘가 우수가 깃든 눈빛 덕분에 시선을 떼기 어려웠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인물들의 눈동자를 맑은 구슬처럼 담아낸 촬영이었습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눈동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아직 [난중일기]조차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책도 다시 펼치고, <명량>부터 <한산: 용의 출현>, 그리고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차례로 정주행 하고 싶어 지네요.

좋은 영화는 다시 볼수록 새로운 장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처럼요.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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