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우리들에게 물어봅니다.
내가 어릴 적 엄마 사진을 찍을 때면 엄마는 말했다.
"사진 찍기 싫어. 사진 찍으면 나이들은 것이 표시나."
나의 엄마는 백옥같이 하얀 피부에, 바지런한 치아, 화사한 미모를 자랑해도 될 인물이었고, 간호사 이후 간호공무원이라는 전문직을 이어나간 멋진 사람이었다.
다만 유교적인 문화에 나서서는 안 되고, 나의 목소리를 내거나, 남자 보다 한 발 앞서서는 안 되는 사상에 빛나는 법을 잊어버렸으며, 뿜어 나오는 빛을 덮고 사는 법을 배운 여성이다.
요즘은 문화가 많이 바뀌었고, 여성들도 남성만큼 사회참여를 열심히 하며, SNS 발달로 사진을 찍거나 자기를 알려야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혹독한 자기 관리와 이미지, 브랜딩... 생각만 해도 갑갑하다.
우리가 사진 찍지 않는다고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닌데.. 그 열심히 사는 삶에 대한 증거를 기록으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남겨야 한다. 남겨내야 한다.
나도 예전에 사진 찍는 것 좋아했고, 어딜 찍어도 어떻게 찍어도 예뻤는데, 아이들을 낳고 카메로 저 뒤로 사라져 버렸다.
임신하고 몸이 바뀌면서,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고,
더 이상 예쁘고 자신감 있는 내가 아니라, "아줌마"가 남아버렸다.
그런데 지금 보면 30대의 나도 참 젊고 이뻤다. ㅋㅋㅋ 50대가 되면 40대의 나도 참 젊고 이뻤다고 생각하는 날이 오겠지?
사실 요즘 인스타 하면서 내 사진을 16년 만에 찍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 사진을 찍어가면서 또 어색해하는 나와 만나게 된다. 나를 만난 어색함과 불편함에 또 다른 사람들을 찍고, 돋보이게 만들고, 세워주고, 아름답게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사람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남겨주지만, 나를 위해 남기자. 조금 더 카메라 앞에 당당해지자.
오늘도 멋진 하루를 살아내고, 소소한 기록을 남겨보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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