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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ison Lee Aug 13. 2024

미국엄마 되기

커리어를 접고, 미국에서 엄마 되기

내가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욕심 많고, 하고 싶은 것 많고, 성공하고 싶은 의지가 굉장히 강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었다. 유학생으로 미국살이를 시작하고 결혼 출산 육아하면서 엄마가 되었다.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는 모든 엄마가 그러하듯 굉장히 낯설었다. 


나는 임신기간 동안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태교를 하며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다. 뇌연구에 관한 책도 읽고, 한국책, 영어책 가리지 않고 읽었다. 내가 영어로 된 나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전문서적들을 읽을 때, 뇌가 찌릿찌릿 움직이고 그 영향이 아이의 두뇌를 자극하지 않을까, 애가 나오면서 영어로 말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열심히 읽었다. 


당시에 나는 혼자였다. 애들 아빠는 딜로이트에 근무했기 때문에 매주 출장을 나갔고, 나는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뒤뚱뒤뚱 혼자 지냈다. 

원망도 됐었다.  "나도 Accenture 다녔어. 지금은 못 다니지만.. " 내 회사도 아닌데.. 그 회사 뭐라고.. 그렇게 귀히 여겼는지..

그런 커리어가 끊어진 서운한 감정이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미국에서는 그냥 혼자다. 

나는 꾀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쟁하고, 비교하고, 시기 질투하고... 그렇게나 한국을 떠나오고 싶었었는데, 

혼자가 된 느낌이 상당히 힘들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Accenture에서 CRM consultant로 일할 때는 일이 힘들고, 이 도시 저 도시로 비행기 타고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빠져서 몰랐었는데.. 임신을 하고 비행기를 못 타고, 집에 앉게 되니... 넋이 나간 기분이었다. 그 단절된 시간이 낯설었다. 

내가 엄마가 된다는 사실도, 내가 뱃속의 아이에게 "아가.. 엄마야.."라고 말을 거는 순간도 낯설었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적막과 혼자임이 전달되지 않도록 소리 내어 책을 읽었다. 

나의 부모님은 예전부터 나에게 무관심했고, 시부모님도 크게 다르지 않으셔서... 그 적막과 단절 속에서 나는 관심 주는 엄마가 되고자 다짐하고, 최대한 말을 많이 걸려고 노력했다. 


나는 혼자이지만, 너는 혼자가 아니란다.

그러고 보니 나도 혼자가 아니었네.


그 혼자인 시간 동안 나름대로 많은 육아 철학을 세웠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아이의 눈빛을 이해할 것

아이의 눈높이에 나를 맞출 것

아이가 말을 하기 전까지 나는 수다쟁이가 될 것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줄 것

아이의 요구를 묵살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존중할 것

다양한 자극을 주려 노력하고 애착 형성에 최선을 다할 것

엄마로서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고, 아이가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줄 것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책과강연 #백일백장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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