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레인보우 아일랜드

by 마이즈

1월 1일 설날. 오늘은 참 우스운 날이야. 다들 각양각색의 다짐을 하지. 가장 흔한 것은 금연과 다이어트. 그 외에 취업이나 데뷔 등 나름의 목표를 세우잖아? 그게 왜 우습냐고? 도전적인 것 아니냐고? 당연히 우습지. 그들 중 새해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적어도 내가 본 사람 중에는 한 명도 없었어. 너도나도 포부를 밝히고 다짐을 하니까 그저 휩쓸리는 것뿐이야. 아마 당신도 그럴걸? 새해를 맞이해서 무언가 새로운 다짐을 하지 않았어? 설마 순진하게 그걸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 분명히 포기하게 될걸?

madmaiz_Repeated_attempts_of_a_character_climbing_rainbow_platf_efe92f18-d16.png?type=w1

나는 어떻냐고? 하! 당연히 나는 신년 맞이 다짐은 하지 않아. 그게 얼마나 허황되고 쓸모없는 일인지 잘 알거든. 목표를 세웠다가 이루지 못하면 실망하고 우울해지잖아? 그런 쓸데없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인생의 손해야. 그래서 나는 애초에 계획 같은 것은 세우지도 않아. 신년 목표? 우습다 우스워. 응? 한 번도 그런 걸 해본 적이 없냐고? 뭐 나도 당연히 어릴 때는 매년 다양한 목표를 세웠지. 올해는 꼭 XX를 할 거야! 해낼 거야!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거든. 그래서 매년 연말에 반성하고 우울해했지. 나는 쓸모없는 인간인가봐 하면서. 하하.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 뭐야.

madmaiz_An_abstract_scene_of_a_fragile_rainbow_forming_in_darkn_965ca379-98a.png?type=w1

내가 못한다고 다른 사람도 못할 거라 생각하지 말라고? 정하는 것만으로 의미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도 할 수 없지. 너도 언젠가 나이가 들고나면 보면 내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오늘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쓸데없는 연말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하겠지? 그리고 새해에는 무언가를 이룰 거라고 불가능한 상상이나 할 거야. 그래. 내가 실패해서 다른 사람까지 싸잡아 생각한다고 볼 수도 있어. 하지만 당신 주변에 신년 목표를 달성한 사람이 있는지 진지하게 손을 얹고 생각해 봐. 없을 걸?

madmaiz_A_group_of_family_members_preparing_to_go_out_seen_from_e1af2686-8c7.png?type=w1

어? 잠깐만 우리 가족들이 근처에 어디를 나간다고 하네. 따라가 봐야겠어. 오락실이 있다고 하네. 그건 지난 시대에나 있던 유물 같은 거잖아? 역시 시골은 시골이야. 궁금하니 나도 구경할 겸 나가 봐야지. 대단한 건 없겠지만 집에 있어봐야 어르신들 수발들면서 전국 노래자랑이나 씨름 대회나 보겠지 뭐. 그럴 바에는 신기한 장소나 좀 둘러보고 인증샷이라도 찍는 편이 훨씬 의미 있을 거야. 고전 게임들이 어떤 건지도 구경하고 말이야.

madmaiz_An_old_arcade_building_standing_alone_in_the_middle_of__bd02f6b3-992.png?type=w1

사촌들을 따라 한참 걸어서 도착한 곳은 논길 한가운데에 있는 엉뚱한 건물이야. 들어가 보니 오래된 전자 기기들이 즐비하더라. 진짜 투박했어. 화면도 구려. 세상에 이렇게 구린 화면을 보며 게임을 했다고? 우리 윗 세대 분들에게 절로 존경심이 드는 것 같네. 그렇게 둘러보던 중,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 아이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더라. 뒤에 가서 지켜보니 캐릭터가 무지개를 만들고 그 위에 올라가는 거야. 멍청하기는! 옛 시대의 무지란! 무지개는 사람이 탈 수 없는 것인데! 그 정도 상식도 없었던 거야? 역시 옛날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madmaiz_Inside_a_retro_arcade_filled_with_old_arcade_machines_f_7b147a0c-d68.png?type=w1

무지개 위에 올라가는 게임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게임을 하고 있는 여자 아이의 새해가 그려지더라. 저 무지개처럼 반짝거리고 예쁜 다짐을 했겠지? 하지만 그게 허황된 것이라는 것은 알지 못하고 있을 거야. 내가 일깨워주고 싶지만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말을 거는 건 실례겠지. 여자 아이가 조종하는 캐릭터는 무지개 위로 올라갔어. 그 모습을 보니 기분이 살짝 이상했어. 하지만 잠시 후 무지개가 흔들거리더니 뚝 떨어지는 거야. 무지개에서 떨어지는 캐릭터를 보니 마음이 후련해지더라. 그럼 그렇지. 무지개는 허황된 존재일 뿐이야. 그게 현실이지.

%ED%99%94%EB%A9%B4_%EC%BA%A1%EC%B2%98_2025-12-30_221129.png?type=w1

여자 아이는 다시 무지개를 만들고 그 위로 걸어 올라갔어. 하지만 무지개는 또 흔들거렸어. 어차피 안될 거라니까!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 무지개가 무너지기 전에 캐릭터가 점프를 하는 거야. 옆에 있는 발판에 닿으려는 걸까? 할 수 있을까? 어쩌면 해낼지도 몰라! 닿아라! 닿아라! 제발! 잠깐 기대했지만 캐릭터는 이번에도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어. 역시 그렇지. 희망을 가질 필요는 없어. 우리는 올라설 수 없어. 아무리 예쁘고 화려한 무지개라도 어차피 그건 금세 무너지는 환상일 뿐이야.

%ED%99%94%EB%A9%B4_%EC%BA%A1%EC%B2%98_2025-12-30_220936.png?type=w1

여자 아이가 안쓰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어. 아직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말을 해줄까 고민하고 있는데, 화면 속 캐릭터가 또다시 무지개를 만들었어. 진짜 지치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무지개를 밟고 올라서서는 그 위에서 또 다른 무지개를 만드는 거야. 어라? 무지개를 계단처럼 계속 만들면서 올라서고 올라서면서 소녀는 높이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어. 이게 된다고? 무지개는 금세 무너지고 마는 불안정한 발판이야. 그런데 그것이 반복되면 결국 캐릭터는 올라서게 되잖아. 무지개를 계속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감동적이었어. 눈물이 찔끔 나는 것을 참아버렸지 뭐야. 나도 무지개를 타고 올라가고 싶어. 하지만 나의 무지개는...

%ED%99%94%EB%A9%B4_%EC%BA%A1%EC%B2%98_2025-12-30_221257.png?type=w1

땡그랑


화면에 집중해 있는 사이, 옆에 어린 소녀가 다가와 있었어. 소녀가 갑자기 나에게 동전을 주는 거야. 흐릿한 눈앞이 별안간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어. 어째서였을까? 소녀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어.


“무지개 위로 올라가세요”


올라간다고? 그 순간 결심 했어. 나의 무지개를 찾기로. 바로 오늘. 새해 첫날에 말이야. 위태롭고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더라도 괜찮아. 계속 만들면 되니까. 나는 올라서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뿐일까? 아무래도 좋아. 올해는 꼭 높이 높이 올라갈 거야. 나의 도전을 응원해줘! 참,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아!

이전 13화이번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