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거
어린 시절에는 아침마다 자동차 뒷좌석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동안은 기사 아저씨가 유치원까지 태워다 주셨다. 좋은 분이셨지만 무뚝뚝해서 지루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부터 TV 유치원 하나 둘 셋에 출연하게 되었다. 덕분에 매일 KBS 방송국까지 다니게 되었는데, 이 즈음부터 어머니가 운전을 시작하셨다. 기사 아저씨가 아닌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에 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가끔은 차 안에서 잡담도 하고 노래도 불렀지만, 항상 받아 주실 수는 없었고 갈수록 나 역시 시들해졌다.
간간히 오락실에 들렀다. 첫인상이 무서웠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게임은 ‘개구리’라는 제목이었다. 그 당시 집에서 한글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자신 있게 읽을 수 있는 제목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앞의 두 글자가 기역이고, 받침도 없는 단순한 발음 아닌가! 개구리는 단순한 게임이었다. 도로 앞에 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자동차가 오가는 와중에 타이밍에 맞춰 이동하는 것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자동차에 치여서 죽고 만다. 자동차를 피해 화면 끝까지 도달하면 클리어! 집에 돌아와서도 종종 그 장면이 떠올랐다. 조금만 더 했으면 넘어갈 수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동생과 개구리 흉내를 내며 놀기도 했다.
그때부터 자동차 뒷 좌석에서의 시간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도로에 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있다고 상상했다. 그리고 창 밖으로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을 쳐다보며 개구리가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것을 상상했다. 서리가 낀 날은 유리창에 손가락을 대고 다른 차에 치이지 않도록 움직이는 개구리의 포물선을 그려 댔다. 개구리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냇가나 산속에 살고 있는 파충류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자동차를 피해 도로 위를 뛰어다니는 필사적인 생명체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하다. 나이가 든 지금도 여전히 지루한 버스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면 요리조리 차들을 피하고 있는 개구리가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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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 1985까지
프로거. 1981. 코나미
도로를 오가는 자동차를 피해서 화면 위로, 그다음은 강에 흐르는 통나무를 밟고 화면 위로 올라가서 개구리들이 집에 돌아가는 게임. 당시에는 단순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의외로 다양한 요소가 담겨 있습니다. 당시에는 가장 많은 방법으로 죽는 게임이라고 알려졌다고도 하네요. 어린 시절의 저는 초반에 계속 죽었기 때문에 역시 도로를 건너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