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실종 사건

너구리

by 마이즈


오락실에 다니는 것은 나만의 비밀이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가정부 누나와 동생, 심지어 동네 친구들도 모르고 있었다. 드디어 개구리 첫 판을 깨던 날, 자랑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슬퍼졌다. 만약 어른들이 알게 된다면 다시는 오락실에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나는 공범을 만들기로 했다. 동생이었다. 그 애도 이런 멋진 놀이를 알게 되면 좋을 거야. 가끔 같이 가도 좋겠지. 나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가정부 누나가 정신없는 날, 동생을 데리고 슬쩍 빠져나가 오락실에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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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도 눈을 반짝이며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이 공간의 분위기가 무서운 것 같았다.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플레이한 것이 너구리였다. 화면에 과일이 가득했고 주인공은 너구리였으니 밝고 귀여운 모습을 보면 안심하겠지? 나도 처음 해보는 게임이었지만, 동생이 오락실을 좋아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집중해서 플레이했다. 당연히 금방 죽게 되었고 곧바로 재도전을 했다. 게임이 어렵기보다는 즐겁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비밀도 지켜지고 동생도 함께 다닐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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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는 적을 피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사다리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길었다. 적의 움직임을 피해야 하는 게임은 처음이었기에 더욱 집중했던 것 같다. 두 판째 게임이 끝나고 돌아보니 동생이 사라져 있었다. 어? 어디 간 거지? 오락실은 한눈에 들어오는 좁은 공간이었기에 밖으로 나간 것이 확실했다. 밖으로 나가 주변을 뛰어다녔지만, 그 어디에서도 동생을 찾을 수 없었다. TV에서 본 미아나 실종 이야기가 떠올라 겁이 났다. 울면서 주변을 뛰어다니다가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다. 어른에게 말하고 도움을 구해야만 했다. 이대로 동생을 잃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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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문 앞에서 울고 있는 동생을 발견했다. 멋대로 사라져서 놀라게 하다니! 혼내 줄 생각으로 눈물을 닦고 달려갔다. 그리고 동생의 얼굴을 본 순간,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얼굴 한쪽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무슨 일이야? 왜 이래? 동생은 울면서 말했다. 어떤 형들이 돈 내놓으라면서 때렸어. 엉엉 우는 동생을 감싸 안고 한참을 울었다. 미안해. 내가 무서운 곳에 데려가서. 다시는 그런 곳에 가지 않을 거야. 미안해. 그 순간 게임에 빠져 동생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혐오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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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자수했다. 그동안 몰래 오락실을 다녔던 것. 동생을 데리고 갔다가 게임에 빠져 무서운 일을 당하게 한 것. 아버지는 회초리를 드셨고, 가정부 누나와 어머니는 동생을 돌보셨다. 죄송해요. 다시는 게임을 하지 않을게요. 왜 나쁘다고 하셨는지 이제 알겠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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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 1985까지

너구리. 1982. 세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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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정과 절벽을 피해 과일을 먹는 직관적인 플랫포머 게임. 적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피해 다닌다는 것과 사다리에 매달려서 기다린다는 점이 참신했습니다. 일본 원 제목은 폰포코. 한국에서 오히려 더 성공하고 알려진 게임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락실에서 처음 접했지만, 위 사건으로 이후 긴 시간이 지나 PC버전으로 다시 만날 수 있던 게임이네요. 점프가 시원시원하기보다 묘하게 깨작거리는 느낌이라서 압정 하나를 넘는 것도 스릴이 넘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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