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그
오락실에 동생을 데려 갔다가 위험에 빠뜨린 죄로 회초리를 맞았다. 나쁜 곳이라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제 다시는 오락실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주산 학원을 갈 때마다 유혹되긴 했지만, 동생의 우는 모습을 떠올리며 꾹 참았다. 그러던 어느 주말, 아버지가 부르셨다. 둘이서만 어디 좀 가자. 바짝 얼어붙은 채로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동생을 다치게 했으니 나를 버리시려는 걸까? 도착한 곳은 전자 기기를 파는 가게였다. 무언가 묵직한 기계를 사시고 나에게 들라고 하셨다. 짐꾼으로 쓰려고 같이 나가자고 하신 걸까? 다시 20여분을 걸어서 집에 돌아왔다. 어린 나이에 들기에 꽤 무거웠지만, 아버지 눈치를 보며 끝까지 직접 들었다. 동생을 울린 벌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도착한 뒤, 아버지는 거실 TV에 앉아 방금 사 온 기계를 연결했다. 그리고 잠시 후, TV가 오락실로 변했다. 분명히 본 적이 있는 게임이었다. 파리와 나비 같은 벌레들이 날아다니고 하얀 우주 전투기를 조종해서 그들을 격파하는 게임. 갤러그였다. 조작이 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버지가 게임을 시작했다. 당연히 순식간에 죽고 말았다. 아버지는 컨트롤러를 나에게 넘기시며 말했다. 어떻게 하는지 보여줘. 나도 해본 적이 없는 게임이었지만, 적어도 아버지보다는 잘할 수 있었다. 화면의 비행기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버튼을 누르면 총알이 나간다는 것 정도는 알았으니까. 그날 하루 종일 우리 셋은 게임을 했다. 아버지가 한번, 내가 한번, 동생이 한번. 합체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보너스 스테이지도 알게 되었다. 누가 누가 더 잘하나. 세 부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치열하게 게임을 했다.
나에게 그날은 특별하다. 아버지 때문이다. 평생을 게임과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그런 내가 아버지와 함께 게임을 한 날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까. 칭찬에 인색한 아버지가 나를 수없이 칭찬한 날이기도 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면, 동생을 위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는 아들이 안쓰러웠던 것은 아닐까? 항상 무뚝뚝하고 거리감을 느껴지던 아버지. 이후 오랫동안 나의 분노와 원한을 받으셨던 아버지. 갤러그는 그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평생 단 하루, 게임을 하며 함께 웃었던 그날의 아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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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 1985까지
갤러그. 1984. 남코.
1981년에 나온 아케이드 판을 MSX로 이식한 작품. 원제는 GALAGA지만, 한국에서는 여러 이유로 ‘갤러그’라는 명칭이 완전히 자리 잡았습니다. 파리나 나방 같은 벌레류(?) 외계 우주선과 싸우는 게임으로 화면 아래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오는 파리의 패턴이라던지, 거미(?) 외계인에게 끌려간 기체를 돌려받아 합체를 하는 시스템, 보너스 스테이지 등 당시 슈팅 게임들 사이에서 독창적인 부분이 많았던 게임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