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락실로

하이퍼 올림픽

by 마이즈

새로운 게임을 구했다. 팩 하나에 다양한 스포츠 종목이 들어있어서 횡재한 기분이었다. 왜 이렇게 많은 종목이 들어있는 걸까? 그 이유는 올림픽이 소재였기 때문이다. 이 게임을 통해 올림픽이라는 행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하이퍼 올림픽. 새로운 게임에 환장하던 나였음에도 집에서 거의 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조작 때문이었다. 달리기를 하면 미친 듯이 버튼을 연타해야 하는데, 나의 소중한 재믹스가 망가질까 봐 걱정이 됐다. 그렇다고 적당히 살살 눌러서는 기록이 잘 나오지 않는다. 어린 마음에 혼자 고민을 하다가 사악한 결론에 이르렀다. 망가지는 게임기가 내 것이 아니면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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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 방법은 명확했다. 주산 학원을 갈 때마다 지나가는 오락실에서 버튼을 미친 듯이 두드리는 사람을 본 기억이 있었다. 다시는 오락실에 가지 않기로 했던 다짐은 어느새 잊혀졌다. 주산 학원에 가는 날, 수업을 마치자마자 뛰어내려왔다. 오락실로 들어가는 것을 누구라도 목격하면 큰일이다. 혼자 스파이 비밀 요원 흉내를 내며 오락실로 후다닥 들어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하이퍼 올림픽이 있었다. 내가 갖고 있던 게임의 화면과 약간 다르기는 했지만 중요치 않았다. 며칠 전부터 들고 있던 동전을 넣고 게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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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버튼이 부서질 정도로 미친 듯이 연타를 했다. 이쯤이면 기록이 대단하겠지? 하지만 충격적 이게도 집에서 조심조심할 때와 그리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그날은 동전이 없었으므로 한 판이 끝이었다. 집에 돌아가서 하이퍼 올림픽을 해봤다. 역시 점수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이유가 무얼까? 그날 이후로 종종 오락실을 가게 되었다. 오락실만의 버튼 연타 방식이 있는 것 같았다. 어른들이 버튼을 연타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했다. 그렇게 보고 있으면 귀엽다며 한판 해보라고 100원씩 주는 어른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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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하이퍼 올림픽 때문에 평생 가지 않기로 했던 오락실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생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두 번 다시 그 애가 다치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오락실에 가서는 열정적으로 버튼을 연타하고 돌아와서 조용히 책을 읽는 갭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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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1985까지

하이퍼 올림픽. 1984. 코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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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판은 1983년에 나왔지만, MSX로 이식된 것은 1984년입니다. 당시 올림픽이라는 제목을 게임이 사용할 수 없어서 해외 판은 제목이 다르다고 하네요. 아케이드 판의 용량을 이식판에는 담을 수 없어서 하이퍼 올림픽 1과 하이퍼 올림픽 2로 나누어서 출시되었습니다. 육상 스포츠 게임에 연타를 사용한 것은 이 게임이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많은 키보드와 조이스틱이 망가졌겠지요. 역시 연타 게임은 오락실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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