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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도니안 슬리퍼

- 스코틀랜드 여행 1 : 로우랜드 기차여행

by 매드맥스

스코틀랜드는 영국으로 이사 올 때부터 생각하던 꼭 가봐야할 여행지 중 하나였다. 아주 작은 날벌레 midges 때문에 4월에서 5월 초의 여행을 추천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 생각을 묻는다면, 그곳은 모든 계절이 특색 있는 여행지라고 답하고 싶다. 숲으로만 갈 목적이 아니라면 도시는 서울의 모기보다 안전할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의 추천대로 4월에 갔었다. ^^


우리 집(옥스퍼드 남쪽)에서 글라스고 까지 차로 가는 최 단 거리는 605km이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했을 때 서울역에서 부산버스터미널까지가 407km 라면 어느 정도의 거리일지 짐작 할 수 있겠다. 멀다. 글라스고는 스코틀랜드에서도 가장 남쪽에 속해있는데도 멀다. 어차피 나는 집에서 놀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영국을 잘 몰라 동거인의 등에 업혀 가야 하니 그의 일정에 맞추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회사 휴가를 아껴야 했으므로 우리가 내린 결론은 LOWLAND 기차 여행이었다.



위키피디아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Scottish_Lowlands


회사 휴가는 단 2일이어서 운전을 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 기차여행으로 결정했다. 자동차 여행이 아니니 최대한 가까운 거리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코스를 짰다. 퇴근 후 런던에서 슬리퍼 트래인을 타고 밤새 달려 새벽녘에 도착하고, 그날부터 3박 4일 놀다 오는 일정이었다. 침대칸이 있는 기차 여행이라 호텔비와 교통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고, 발 뻗고 누워 잠자는 동안 밤새 이동하니까 시간도 아낄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나는 침대칸 기차여행 경험치가 없어 더 설레는 기분이었다.

스코틀랜드를 검색하면 먼저 나오는 장엄한 관광지들은 대부분 하이랜드에 있었지만 동선이 멀찍멀찍 떨어져 있어 자동차 여행이 아니라면 단시간 여행으로는 좋지 않아 보였다. ㅜㅠ 아쉽지만 하이랜드는 다음기회에... 그래서 결론은 로우랜드! 그렇다면 에든버러는 가고 싶었고, 무엇보다 스코틀랜드니까 위스키 투어도 하고 싶었다.


짧고 굵은 여행을 위한 폭풍 검색으로 각자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먼저 리스트업 했다. 합의를 통해 리스트는 하나로 추려졌고 시간표가 정해 졌다. 시간이 없으니 동거인과의 원활한 일정 공유를 위해 나는 sheet를 만들었고 동거인은 기차표와 호텔 등의 예약을 하며 진행상황을 표시했다.



여행계획까지 표로 만들고 보니 음.. 뭔가 지나친 감도 있지만, 생산적인 분업으로 적당한 일정표가 만들어졌고 예약 상황을 체크하다 보니 일이 착착 진행되는 느낌이라 벌써 여행을 시작한 기분이 들었다. 미리 예약해야 하는 굵직한 일정만 먼저 정해놓고, 사정이 생기면 변경을 하든 취소를 하기로 했다. 돌아올 땐 조금이라도 더 있다 오고 싶어 고속 열차를 타고 오기로 했다.


꼼꼼히 계획을 준비해서 갔지만, 예약 없이 머릿속으로만 계획했던 것들까지 하기엔 엄두가 나질 않았다. 체력이 택도 없이 부족했다. 아일랜더 워크숍에서 타탄 세첼 만들기는 포기하고 그냥 예쁘게 만들어져 있는 타탄 가방을 사 왔다. 다음 기회를 노려봐야겠다.



Caledonian Seeper

드디어 출발!

집에서 일찍 출발해 여유가 생겨 기차시간까지 게스트 라운지에서 기다렸다. 우리 티켓은 라운지가 무료였다.

Caledonian Station lounge


우리는 칼레도니안 슬리퍼 - 더블 온스위트를 원했지만 매진이어서 아침 식사를 포함한 클럽 온스위트를 예약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클럽 온스위트는 화장실 겸 샤워실이 있는 방이다. 칼레도니안 슬리퍼 웹사이트에는 가격부터 객실정보, 유스턴 역에 있는 라운지 등 많은 정보가 사진과 함께 있고 예약도 가능하다. Caledonia는 스코틀랜드를 지칭하는 데 사용되는 지리적 용어라고 한다.


클럽 온스위트 내부. 침대 맞은편 거울문을 열면 욕실 겸 화장실이 있다. 사진 출처: 칼레도니안 슬리퍼 웹사이트

기차에 올라타 방에 짐만 풀고 club car로 이동해 위스키와 진을 한잔씩 했다. 클럽카는 스코틀랜드 가는 열차답게 카펫도, 좌석 시트도 트위드였다. 타탄 패턴의 아이템들이 꽤 눈에 보였고 여러 종류의 위스키와 진, 와인이 준비되어 있었다.


진은 향이 좀 강해서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위스키는 맛있었다. 병이야말로 내 취향이어서 집까지 곱게 모셔와 작은 꽃들을 꽂아 두고 있다. 역시 예쁘다.



한잔하고 돌아와 대충 씻었더니 금세 잠이 들었고 눈 떠보니 벌써 아침이었다. 푸르스름한 새벽에 창문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어찌나 좋은지 기차여행 기분이 제대로 났다. 아침 6시가 좀 넘었을까? 기차는 이미 글라스고에 도착해서 정차 중이었다. 후다닥 짐을 싸고 아침 식사는 비건정식과 일반정식을 하나씩 주문했다.


Caledonian full Highland Breakfast


드디어 본격적인 스코틀랜드 여행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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