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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드맥스 Jun 27. 2024

글라스고

- 스코틀랜드 여행 2 : 글라스고 대성당, 글라스고 보타닉 가든

아침 식사 후 기차에서 내려 글라스고의 커피 맛집부터 찾았다.  평일 아침 8시 반,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 사이로 백팩을 메고 여행 중이라니.. 아침의 공기가 너무 좋았다.

기차에서 이미 카페인차를 마셨으니 우유 들어간 커피를 주문하고 집에서 챙겨 온 만년필과 수첩을 꺼내 간단한 여행 기록을 했다.

출근 전 커피를 수혈해 가는 직장인들의 풍경은 다들 비슷하구나. 그들 사이에 있으려니 나는 더더더 이 아침이 감미로웠다. 사악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카푸치노와 진저 케이크, 플랫와이트와 피스타치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물려주신 시엄빠가 20대에 사용했던 데일리펜

커피맛이 나지 않는 커피를 만드는 취미로 운영되는 카페라고 한다. 근데 커피 맛이 제대로였다. 

로컬 커피 맛집 인정. 햅격.

맛집으로 유명해서 그런가 손님이 제법 많아 카페에서 사람 구경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바리스타의 강렬한 스코티시 악센트도 멋스러웠다.

스카프를 두른 정장차림의 중년 직장인이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며 동행과 하는 대화를 엿들었다.

- 스타일 쩐다. 휴그랜튼가? 말투 무엇? 어퍼클래스 영어 하네. 얼굴도 닮았어. 출장 왔나 봐. 런던 악센트야.

휴그랜트는 아니었지만 이른 아침 글라스고 직장인들 구경이 너무 재밌었다.


글라스고 카페 라보라토리오 에스프레소 내 별점은 ★★★☆

Laboratorio Espresso  https://www.instagram.com/labespr




커피 수혈을 마치고 본격적인 글라스고 구경을 위해 가까운 지하철역 사물함을 찾아 짐을 맡겼다.

카드리더가 고장 나서 현금을 냈더니 거스름돈으로  스코틀랜드에서 유통되는 파운드 스털링 지폐를 받았다. 앞면에는 초대 은행 총재였던 일레이 경(Lord Ilay)의 초상화가, 뒷면에는 고등어가 그려져 있다.

- 스코틀랜드 완전 신기해. 같은 나란데 지역 지폐가 있어!

 Scottish Pound Sterling

법정 화폐는 아니라니 집에 가선 못쓸수도 있겠다. 새삼 여러모로 다른 시스템을 가진 영국을 느낀다.



Glasgow Cathedral

짐을 맡기고 몸이 가벼워져 의욕이 샘솟음 쳤다.

우선 아직 에너지가 비축되어 있으니 글라스고 대성당으로 향했다.

사진출처 : https://glasgowcathedral.org/
Glasgow Cathedral

크다. 내부는 더 크다. 높고 넓은 실내가 과거 아직 새것이었을 적엔 어땠을까 상상하고 있었는데, 과거 새것이었을 때의 그림이 있었다. 굉장히 역사적이고 화려한 느낌에 아웃랜더 보는 것 같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 아웃랜더 촬영지라는 사인이 나왔다. ㅎㅎ

어쩜 이리도 작은 것 하나까지 정교하고 세심한지.. 파이프오르간들도 멋있었다. 평일이라 예배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30분가량의 무료 가이드 투어도 있으니 웹사이트를 참고하면 좋겠다.

아웃랜더 촬영지 : 사진 출처  http://www.outlanderlocations.com/locations/glasgow-cathedral/
아웃랜더 촬영지 : 사진 출처  http://www.outlanderlocations.com/locations/glasgow-cathedral/




공들여서 천천히 글라스고 대성당을 구경하고 나니 슬슬 에너지가 떨어지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 이곳은 핫플인가 보다. 홍대골목처럼 맛집이 꽤 모여있었다.

골목 탐색 끝에 점심 식사는 베트남 쌀국수로 결정했다. 민트차도 한 주전자 주문하고 식당을 둘러보니 사장이 꽤나 베트남에 진심인 사람 같았다. 구석구석 베트남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Hanoi Bike Shop

배도 고팠지만, 정말 맛있었다. 칼칼한 국물맛도, 매콤 짭조름한 반미샌드위치도, 뜨겁지만 시원한 맛의 민트티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글을 쓰며 찾아보니 마침 웹사이트도 있다.

식당이 웹사이트의 사진만큼 그리 새것의 느낌은 아니고 들어가자마자 육수 우리는 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맛은 진심이다.

글라스고의 베트남 음식점 하노이 바이크샵의 내 별점은 ★★★☆

- Hanoi Bike Shop  https://www.hanoibikeshop.co.uk/



Glasgow Botanic Gardens


다음 목적지는 온실에 열대식물이 있는 식물원, 글라스고 보타닉 가든이었다.

크다. 도대체 몇 개의 온실들이 있는 건지..

글라스고 보타닉 가든 : 사진 출처 https://glasgowbotanicgardens.com/

나의 동거인은 이끼와 고사리덕후이다. 한국 음식 고사리 반찬은 시큰둥하지만 관상용으로는 모든 고사리과 식물들을 사랑한다. 이끼는 고사리 친구. fern은 습하고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데 그건 이끼 역시 마찬가지여서 같이 있는 그들의 모습은 이상할 게 없다. 나의 고사리 덕후는 매우 신이 나서 National Fern Collection 온실로 날아갔다. 저질체력의 나는 온실 밖 벤치에 파김치처럼 뻗어버렸다.


그는 벤치 거지를 뒤로하고 신이 나서 고사리와 이끼 콤보를 즐기며 여러 온실들을 지치지 않고 돌아다녔다.

엄청난 양의 에너지 소모였다.

오늘 나는 대성당하고 가든 구경만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건가 싶어 스마트 워치를 보니.. 이미 만 오천 보는 한참 지난 숫자가 보였다. 다들 사이즈가 엄청나서 쉽게 볼 일이 아니었다.




현대 미술관도 구경했다. 그곳의 현대미술은 나에게 친절하지 않고 나의 감각이 충분히 자극되지 않아 어려웠다.


점심밥을 푸짐하게 먹어 배는 안 고팠지만 이미 다리는 흐느적거리기 시작해 밥심을 받아야 할 때였다.

길거리를 구경하며 미리 예약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 레스토랑은 건물 입구에서 벨을 눌러 문을 열어달라고 말해야 들어갈 수 있다.

안내받은 자리가 불편했다. 좌석이 불편한 게 아니고 옆 테이블 그룹이 너무 시끄러웠다. 

- 손님 중에 닭이 있어. 저건 분명 수탉소리야. 사람 웃음소리일리가 없어.

앉기도 전에 조용히 웨이터에게 조용한 자리로 바꿔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고요한 자리로 다시 안내를 받았다. 마침 손님이 없는 시간대여서 자리가 많았다.

기차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사정을 설명하고 주문 한 메뉴를 모두 한꺼번에 달라고 부탁했다.

 분명히 배 안고팠는데.. 시작부터 스타터로 오징어 굽듯 구워져 나온 빵과 정성 들인 버터의 황금 조합에 감동을 받았다.

fine dining restaurant  Glaschu

와인도 맛있었고 메인에서 디저트까지 모든 음식의 식감이 아름다웠다. 편안한 인테리어에 훌륭한 조명과 조용하고 세심한 서비스는 덤이다. 가격도 착하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 테이스팅 메뉴를 주문하지 못했지만, 기대되는 메뉴들이 엿보인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 봐야겠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맛과 서비스. 모두가 아는 그 맛을 어떻게 이런 조합으로 정리할 수 있지? 

모든 재료의 맛이 순수하게 느껴진다. 요알못이지만 세심한 재료손질에 조리방법이 궁해진다.

디저트도 맛있었다. 영국 초코파이 wagon wheel의 최최최 상위 버전 디저트 느낌?


글라스고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글라스츄의 내 별점은 ★★★★☆

- Glaschu  https://glaschurestaurant.co.uk/ 



Pitlochry

다시 기차를 타고 내일의 여행을 위해 Pitlochry로 이동했다.

기차여행의 묘미는 창문 밖 풍경 이라지만, 체력이 바닥나 앉자마자 절전모드에 도입했다.

약 두 시간을 달려 피틀로흐리 도착. 도시를 벗어나니 공기가 정말 예사롭지 않았다.  

콧구멍 자동 확장 기능 시작. 아 이 공기는 무조건 마셔야 해, 최대한!


4월 말이라 우리 집 겨울꽃들은 진작 끝났는데 아무래도 여긴 서늘한 기후라 지금이 한참 이었다.

호텔 가는 길이 참 예뻤다. 피틀로흐리는 예쁜 마을이었다.

기차역에서 10분 걸었을까? 호텔에 도착했다.

크레이그모어 호텔 입구

역씌! 스코틀랜드 포스 보소! 여기저기 구석구석 타탄이었다.

이 호텔은 예약 시 초콜릿이나 샴페인, 바쓰 팩 같은 상품도 같이 판매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스러운 디저트가 궁금해 Handmade Highland Tablet을 예약했는데, 역시 꿀맛.


Craigmhor Lodge & Courtyard

파티오가 있는 방을 예약했다. 저 커튼을 열면 프렌치 도어로 이어지는 파티오가 있다.

침대도, 방도, 욕실도 컸다.

널찍널찍하고 모든 것이 깨끗한 새것 같았다. 이 정도면 햅격. 오늘은 여기까지.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 사태를 미리 짐작하고 집에서 준비해 온 근육통을 위한 Epsom bath salts.

뜨끈한 바쓰를 마지막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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