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창문이 스마트폰 화면이라면

by 갈매나무




지하철을 타면 으레 고개를 숙이게 돼요.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나, 다른 사람들은 뭘 하나 핸드폰의 스크롤을 내렸다가, 이것 저것 눌렀다가를 반복하게 되죠. 저도 오늘 그랬어요. 소음으로 둘러싸인 지하철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확, 하는 소리가 들리며 시야가 밝아지더라고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는데, 창문의 모양이 꼭 스마트폰 모양같은 거 있죠.


제가 앉은 칸에는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보는 분이 없었어요. 다들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 너머에 있는 재미와 공감, 분노를 관찰하고 계셨죠.


만약 저 창문이 핸드폰 화면이라면, 사람들은 창 밖을 좀 더 보게 될까요? '하늘이 분노를 맹렬히 쏟아내고 있다. 사정없이 때려대는 빗방울에는 참을 수 없는 설움도 섞여 있는 것 같다', '엄마가 어렸을 적 '이제 잘 시간이야' 하고 이불을 덮어줄 때, 쫙 펴서 높이 들어올린 이불은 깃털처럼 천천히 내려와 내 몸을 덮었죠. 천국이 어떤 느낌인지 묻는다면 아마 그 때의 그 느낌일 것 같아요. 지금 하늘에서 우리에게 이불을 덮어주듯이, 천천히 눈이 내려요'. 이런 이야기가 창문 너머에서 들려온다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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