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여 먹는 삼계탕

by 갈매나무


날이 너무 더워서 기력이 떨어지니 삼계탕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평소 삼계탕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좋아하는 음식이기는 하지만 '오늘 뭐 먹지' 했을 때 항상 더 먹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삼계탕은 만년 후순위였다. 그런데 다른 음식들을 다 제치고 삼계탕이 생각나다니, 오늘은 꼭 먹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삼계탕을 먹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사 먹는 것과 직접 해 먹는 것. 평소에는 해 먹기 번거로운 음식은 밖에 나가서 사 먹거나 배달을 시켜서 먹곤 했었다. 그런데 몇 달치 가계부를 보고 식비가 만만치 않게 들었다는 것을 깨달아 내가 좀 번거롭고 말지, 하고 되도록 다 직접 해 먹자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래서 오늘은 닭 두 마리와 대추, 통마늘과 삼을 사서 삼계탕을 직접 할 준비를 했다.

총 구입 비용은 16,000원 남짓. 요리 방법도 꽤나 간단하다. 닭을 깨끗이 씻고 물을 솥에 가득 채운 후 닭과 다른 재료들을 모두 풍덩풍덩 넣어 푹푹 한 시간 이상 끓이면 끝. 물론 생닭을 손질하는 게 징그러워서(목은 대체 왜 이렇게 긴 건지) 실눈을 뜨고 하긴 했지만 그것만 빼면 손쉬운 편이었다. 대신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지켜보느라 땀은 좀 흘리긴 했지만, 오랜 시간 우러난 뽀얀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었으니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사 먹으면 드는 비용의 반값도 안 되는 돈으로 먹었다는 사실은 뿌듯함을 한껏 올려주었다.


그런데 거지를 하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먹는 것은 몸에도 좋고 돈도 절약할 수 있지만, 하는 데에 시간과 정성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삼계탕뿐만 아니라 퇴근을 해서 급히 아이 먹일 국이며 반찬, 남편과 내가 먹을 음식을 하고 나면 녹초가 된다. 반면 반찬 가게에서 몇 가지 담아서 배달을 시키면 편리하지만, 하루 먹고 끝인데 가격은 직접 해 먹으면 사나흘은 먹을 수 있는 재룟값과 차이가 없다. 주부의 딜레마일까? 귀찮음과 지출비용 간 균형을 맞추는 게 여간 쉽지가 않다.


엄마는 어린 시절 우리에게 배달 음식의 대표 격인 치킨을 포함한 대부분의 요리는 다 해먹이셨고 지금도 추어탕이나 등갈비쯤은 다 해 드시는 분이시다. 그 대척점에 모 강사분의 발언이 있는데, 그 발언은 '미용실에 가서 오천 원만 주면 머리를 감겨주는데'로 오랜 시간 동안 잊히지 않는 말로 남아 있다. 이 두 가지가 동일한 범주 내의 비교는 아니지만, 종종 고민을 하게 될 때면 이 두 가지가 떠오르면서 어떻게 귀찮음과 지출비용 간의 균형을 맞춰야 할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마다 경제적 환경이 다르고, 경제적 환경이 같다고 해도 모두 같은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외식이나 배달 음식으로 몇 끼를 때운다고 해도 생활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특별한 날의 외식은 별개로 한다) 하지만 '조금만 부지런하면 될 텐데 편리함에만 의존하는 게 맞나'라는 불편함이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이 싫은 것이다. 이런 나를 잘 아시는 엄마는 '딸, 힘들면 사 먹기도 하고 그래'라고 하시지만 그게 잘 안 된다. 그렇게 며칠을 직접 해 먹고는 또 며칠을 힘들어서 맥을 못 춘다. 뭐가 맞는 걸까? 균형이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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