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는 것

by 갈매나무



남편과 아이가 영화를 보러 가고 저는 쉬고 있어요. 아이가 아파서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휴가를 내고 집에서 아이를 봤고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출장을 다녀오느라 몸이 녹초가 되었어요. 남편이 고생했으니 집에서 좀 쉬라고, 점심까지 먹고 들어오겠다며 나갔죠.


똑같은 정적이어도 사람이 있을 때보다 사람이 없을 때의 정적이 더 고요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바깥 멀리에서는 공사를 하는지 무언가를 뚫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지만 혼자 남은 집안은 아주 평화로워요.


이렇게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면 저는 빨래도 하고, 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들도 버리고, 평소에 손이 잘 안 가는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해요. 지금처럼 글도 쓰고요, 여러 가지 생각도 해요. 오늘은 아이의 아침으로 토마토 달걀볶음을 해주었는데 스테인리스 팬이 너무 커서 요리를 할 때, 설거지를 할 때 손목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달 생활비 중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좀 더 작은 스테인리스 팬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냥 사도 되긴 하는데, 안 사도 되는 것들을 안 사고 절약한 돈으로 산다면 더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할 것 같아요!



쉰다는 건 뭘까요? 가만히 있음으로써 심신이 다 고요해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몸의 휴식과 마음의 휴식이 꼭 일치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 물론 유튜브를 보면서 가만히 누워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가기는 해요. 하지만 그건 정말 뇌를 쉬게 해주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는 걸 택하죠. 묵은 것들은 정리하고, 위치를 바꿀 것들은 바꾸고, 깨끗하게 빨래를 하고. 천천히 하다 보면 몸은 힘들지 몰라도 마음만큼은 안정되는 기분이에요. 가만히 있으면 여러 잡생각들이 떠오르는데 신기하게도 물건을 제자리에 놓을 때 생각도 자기가 있을 곳으로 얌전히 들어가고, 묵은 잡동사니를 버릴 때 잡동사니 같은 생각들도 쓰레기봉투 구석구석으로 들어가 머릿속에서 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해야 쉬는 기분이 들어요.


오늘은 남편과 아이가 나가고 나서 된장국도 끓이고 브로콜리도 쪄놓고 깨끗하게 설거지를 했어요. 그리고 며칠 전 봐둔 건강한 초코 케익을 만들어서 먹었어요. 코코아 가루, 초코맛 단백질 가루, 그릭 요거트와 알룰로스 한 스푼으로 만들었는데 얼마나 맛있었는지 몰라요! 완전 성공이에요. 앞으로 다이어트 때문에 먹고 싶어도 참았던 초코 케익을 기분 좋게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겠어요. 잠깐의 달콤함 뒤에 저는 이불 빨래를 하고 분리수거도 했어요. 그리고 과일 장난감을 정리하다가 그냥 즐거워서 글을 쓰려고 잠깐 앉은 거예요. 유튜브에서 즐겨듣는 '오에니' 채널의 음악도 재생해 두니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 없어요.


https://youtu.be/ORtF_frtZfk? si=1 Xxj1442 OI7-Ew-s




오후에 남편과 아이가 돌아오면, 남편은 집을 둘러보고 쉬라고 했더니 또 집안일 했냐고 하겠죠. 아무것도 하지 말지, 본인이 하면 되는데 왜 일 하냐고요. 머릿속에 그 모습이 그려져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해야겠어요.


나 정말 잘 쉬었어! 행복한 시간이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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