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by 갈매나무






오늘은 '이유 없이' 휴가를 내고 혼자서 카페에 와 있습니다.


아이가 하원하기 전까지 누리고 싶은 것들을 맘껏 누려야 하기에, 아침 일찍 카페에 와서 커피와 스콘을 하나 시켜놓고 책을 읽고, 다이어리도 쓰고, 곧 있을 여행의 맛집도 찾으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요리코를 위해'라는 일본 추리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사실 며칠 전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한번 읽어내 보리라 호기롭게 책장을 펼쳤는데 도저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사실 마음대로 이해하고 쭉쭉 읽어내려갔는데 중간에 백기를 들고 해설부터 읽어보니, 제가 이해한 바는 소설의 참뜻과는 영 딴 판이었죠) 포기했습니다. 대신 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아 빌린 게 이 소설입니다. 지금까지 읽어본 일본 소설이 다 그랬듯이, 이 소설도 참 읽기 쉬워요. 읽다 보니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어느덧 100쪽을 넘어갔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책을 내려놓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어떤 무심한 대목에서 꽤나 쌀쌀한 가을의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정말 덥습니다. 양산을 야무지게 챙겨 나왔는데도 오히려 '선글라스도 챙겨 나왔어야 했는데'라는 안타까움을 자아낼 정도니까요. 다행히 카페 안은 정말 시원하고, 창 밖에 푸른 잎들이 넘실거리고 있어서 일말의 짜증도 없이 한여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책을 읽다가 가을이 생각 난 거예요. 언젠가 창 밖의 저 잎들은 노랗게, 벌겋게 변하다가 떨어지겠지. 씁쓸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낭만적인 순간이 그리워진 거예요, 혹은 기다려진다고도 할 수 있죠. 고독한 가을의 낭만. 그래서 얼른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한 곡 틀었습니다.



저를 가을로 데려다주는 노래가 몇 곡 있습니다.

Simon & Garfunkel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

Damien Rice의 The Blower's Daughter,

성시경의 오, 사랑.

오늘은 고독한 가을이 그리우니 The Blower's Daughter로 정했습니다.

음량을 아주 높이고 가만히 있으면 정말 가을이 곧 다가올 것 같고, 또 옷을 꽤나 두툼하게 챙겨 입은 제가 이곳에 앉아있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https://youtu.be/5YXVMCHG-Nk?si=xF_f_kl6jHiFnYox




요즘 아이가 시간 개념에 대한 질문을 하는데요, 내일은 언제야? 지금은 오전이야? 지극히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지만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류가 인위적으로 분절한 시간의 개념이 새삼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고,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 생각이 오늘에 미치니 Damien Rice가 제 귓가에 속삭이는 이 음악으로, 가을을 그리는 제 마음으로 이곳에는 이미 가을이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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