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들과 얘기해보면 성희롱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훨씬 적다. 10명 중 1명 정도. 그 1명마저도 개 같은 시선 한 번은 겪는다. 본인이 희롱인지 아닌지 모르고 넘어가거나.
내가 초등학생일 적 골목길에서 애들과 뛰어놀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고추를 덜렁 내놓은 남자가 우리한테 다가왔다. 그것도 대낮에. 인적이 드문 골목도 아니었고 시장과 가까운 골목이었다.
또 한 번은 내가 6층에 살던 때였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었다. 내가 2층쯤 올라가고 있을 때 뒤에서 어떤 남자가 따라왔다. 당시 2, 3층이 공장으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까진 별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5층 소대문이 있는 곳까지 따라왔고 이 사람 역시 12살 초등학생에게 고추를 들이대며 따라 들어오려고 했다. 나는 무서웠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5층에 사는 아주머니가 듣길 바라며 “아줌마!!!”하고 소리칠 뿐이었다. 다행히 남자는 허겁지겁 내려갔다. 아줌마는 집에 없었다. 심장이 벌렁거렸고 너무 놀라 엄마와 아빠한테 전화조차 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 잠이 들기 전까지도 생각났고 결국 엄마한테 울면서 말했다. 내일 학교 안 가면 안 되냐고.
이렇게 살아왔다. 만약 그 남자가 날따라 들어왔다면, 이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세상은 여전하고 글을 쓰는 지금 조차도 살아내고 있으니까.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여성들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태로 살고 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형을 받고 이미 나와 사는 사람도 있다. 2차 피해가 일어난다면 이미 발생한 후 해결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