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개발자가 다니기에 적당한 회사에 다닌다. 대단히 좋은 회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회사도 아니다. 그런데, 회사 이름을 말하면 반응이 "왜 그런 (이름도 모를, 별로일 것 같은 등의 느낌) 회사 다녀?" 이런 식이다. 췟!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사 다녀야 하나? 스타트업이니 뭐니 하는 신생 회사에 다니면서 열정을 다해 로켓이라도 띄워야 하나? 대박 기획을 해서 창업을 해야 하나? 구글, 아마존 같은 외국계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영어도 잘하고 실력도 좋은 그런 개발자가 돼야 하나?
이런 반응을 접할 때면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 놓곤 했는데,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남들 좋다는 회사에 운 좋게 들어간다 해도 별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이런 것들이다.
"저녁에 식구들과 자주 식사하기"
"저녁에 종종 주변 개발자 모임 갖기"
"틈틈이 글 쓰기"
"틈틈이 공부하기"
"세미나, 교육, 강의하기"
지금보다 높은 연봉받기, 남들 다 아는 유명한 회사 명함 갖기, 뛰어난 개발자들과 일하기, 로켓에 올라타 열정을 갖고 일하기, 이런 건 관심사가 아니다.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돈은 많이 받지 못해도 집에서 가깝고, 내가 가진 역량으로 빡시지 않게 일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다녀야 한다. 근데, 지금 다니는 회사가 딱 이런 회사다. 낮지 않은 연봉에, 집에서 가깝고, 내가 가진 역량으로 적정 수준의 난이도를 가진 일을 하고 있다. 시간 여유가 있어, 지금처럼 브런치에 글도 쓰고, 동네 개발자들과 카프카 소스도 까 보고, 저녁에 가족이랑 집 앞 개천 산책도 할 수 있다. 물론, 이직을 하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그건 이 회사가 나빠서가 아니라 내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