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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범균 Jun 25. 2015

작명 도사가 필요해

영어 미워!

폰에서 링크를 하나 눌렀더니 지마켓 모바일 페이지로 넘어간다. 그런데, 주소 뒤에 파라미터 이름이 'jaehuid'다.

느낌이 온다. 이것은 사회 초년 시절에 본 DB 테이블의 GUBUN 칼럼과 같다. JUMIN_NUM과도 같다. "제휴사 ID"를 "jaehuid"로 받는 것이다. 이름을 결정한 사람의 고뇌가 느껴진다.


프로그래밍에서 작명은 영어와의 싸움이다. 특정 변수명을 작성하기 위해 영어 사전을 뒤지는 일도 허다하다. 단어를 찾아도 그 단어가 원하는 뉘앙스를 전달하는지 모를 때도 많다. 영어권 사람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고생하면서 이름을 지어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튼, 일정은 늘 정해져 있기에 이름 짓느라 시간을 보낼 순 없다. 급하면 급한 대로 알아보기 쉬운 이름을 선택해야 한다. 이때 어쩌면 가장 무난한 선택은 한글 발음에 맞는 영어 단어와 널리 사용하는 영어 단어를 조합해서 쓰는 것이다. 그래서 제휴(jaehu), 구분(gubun), 주민번호(jumin_num)와 같은 이름이 출현한다. 외국인 개발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아,, 요즘은 종종 있구나) 구분을 gubun이라고 하면 어떠리? 동료 개발자만 잘 알아보면 그만인 것을....


이런 걸 보면 개발자란 직업은 참 피곤하다. 프로그래밍 익히기에도 하루가 후딱 가는데, 작명 감각도 늘려야 한다. 내 속에 작명 도사라도 살아서 척척 알맞은 이름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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