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지금

코로나 시절의 일기

by 메에


코로나로 인한 회사 휴업기간이 어느새 일 년을 채우고 있다.


초반에는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어색했고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했는데 어떻게 그 신기하던 것이 이렇게 일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는지.. 아직까지 회사에서 잘리지 않은 게 놀랍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친구들과 친척들을 보면 코로나로 직격타를 맞고 우울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는 취업을 하며 앞으로의 내 인생에는 방학이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에게 일주일이라도 방학이 생긴다면 얼른 비행기 표를 끊어 제주도 여행이라도 꼭 다녀와야지'

'더 시간이 생긴다면, 음 그래. 외국어 공부를 더 하자.'


그러나 생각은 생각일 뿐 막상 이 길고 긴 방학에서 내가 이루어낸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리즈시절을 회복하겠다며 운동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만 꾸준하지 못하게, 아주 띄엄띄엄했다.


이렇게 열심히 살지 못한 이유가 없지는 않다. 변명할 말은 있다.

무언가 열심히 하려고 하다 보면 자꾸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 월급이 달라지나?', '예뻐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


아무래도 나의 노력은 끈기가 없어도 너무 없어 보였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올해에는 내 직업과도 전공과도 관계없는 공인중개사를 준비하기도 했었다. 무려 2년 동안! 그런데 문득 또 다른 생각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게 내가 바라는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 맞을까?'

'어쩌면 내가 놀고 있다는 사실에 엄습하는 불안감을 떨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었던 건 아닐까?'


'나는 내가 목표 없이 사는 것을 나에게 허락하지 못하는 것 같다. 왜일까? 그게 정말 나에게서 온 이유일까, 아니면 학생 때부터 무수히 주입받은 그 대단한 위인들의 명언 때문일까.'


보통 대단한 사람, 성공한 사람은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뒤로하고 근면 성실하게 하루하루 할 일을 성취하고 끝내 결실을 얻는다. 뭐 부자가 되었다거나, 좋은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거나 그런 스토리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처럼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나 미래에 대한 의심을 뿌리치지 못했다.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이유가 그저 관성의 법칙으로 연장 된 습관일 뿐이라면, 과감하게 버리고 예전부터 그토록 바라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일. 그건 대단히 찾기 어려웠다.


물론 좋아하는 일들은 많았다. 예쁜 카페에서 가장 편안한 자리에 앉아 라떼를 마시는 일, 햇살 좋은 날 커피 한 잔 들고 산책하는 일, 인상적인 하루를 보내고 밤에 일기를 쓰는 일 등.. 그러나 하나같이 돈 버는 것과는 관련이 없는 것들이었다.




요즘은 사는 게 그다지 재미가 없다. 그래도 이 삶에 아주 만족스럽다. 목표는 내가 이룰 만큼만 세우면서 실천하고 심심해 죽을 것 같으면 잠깐 일을 한다. 그리고 요즘은 아무것도 사고 싶지가 않다. 시내 돌아보면서 옷들 아무리 봐도 예쁜 옷이 있어도 막상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치킨도 고기도 맛이 없다. 진짜 먹을 것이 없다. 뭘 먹어도 위를 채우는 느낌뿐이다. 혼자서는 그래서 위를 채우기만 한다. 계란이나 두부 같은 걸로.




갑자기 인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정말 인생이란 게 성공한 인생, 실패한 인생 이런 게 정해져 있을까?

인생이란 것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문을 열다가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문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가족의 문, 직장의 문, 건강의 문, 결혼의 문..

그중에는 자신의 노력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바꿀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러니 선택을 잘해야 한다, 뭐 노력하고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런 결론을 내고 싶은 게 아니다.


나는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삶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 인생일지라도 각자가 감당하는 인생의 무게는 모두가 짊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무게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서 남들이 보기에 작던, 크던 그 경중은 본인이 결정하게 된다.


그러니 비교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대체 무엇을 욕심내야 하고 무엇을 갈망해야 될까.

결국 자기 스스로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승자이고, 진정으로 성공한 인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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